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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 최고가격제 두 달, 정부 재정 부담 3조원 육박…출구 전략 고심

이성경 기자
석유 최고가격제 두 달, 정부 재정 부담 3조원 육박…출구 전략 고심
©연합뉴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 두 달을 맞으며 재정 부담 가중과 출구 전략 부재 문제가 심화한다. 현재 휘발유 리터당 1,934원, 경유 1,923원의 최고가격이 유지되는 가운데, 업계는 이미 3조원 규모의 누적 손실이 발생했다고 추정한다. 이는 정부가 편성한 목적 예비비 4조2천억원의 상당 부분을 소진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정부의 석유 최고가격제가 오는 13일 시행 두 달을 맞으며 재정 부담 가중과 출구 전략 부재 문제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지난 3월 13일 중동전쟁 여파로 인한 국제유가 급등에 대응하여 도입된 이 제도는 2주 단위로 정유사 주유소 공급가격에 상한을 정하며, 2차 발표 이후 유종별 리터당 210원 인상 외에는 가격을 유지해왔다. 산업통상부는 지난 7일 5차 최고가격 동결을 발표하였고, 이에 따라 8일 0시부터 휘발유는 1,934원, 경유는 1,923원, 등유는 1,530원의 최고가격이 적용된다.

정부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는 상황과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고려하여 최고가격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견지한다. 지난달 국가데이터처 발표에 따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2.6% 상승하여 1년 9개월 만에 최대 폭을 기록하였으나, 정부는 석유 최고가격제와 유류세 인하 조치가 물가 상승률을 1.2%포인트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추정한다. 이러한 정책적 개입이 없었다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욱 가중되었을 것이라는 분석이 따른다.

그러나 가격 억제로 인해 발생한 '인상 억제분'은 정부와 정유업계의 심각한 과제로 남아 있다. 국제유가 급등 시 민생 안정을 이유로 최고가격에 인상분을 전부 반영하지 않아 누적된 인상 억제분은 휘발유 약 200원, 경유 약 400원, 등유 약 600원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 국제유가가 일시적으로 하락하기도 하였으나, 이 누적된 인상 요인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정부는 국제유가 상승분을 반영하지 못하여 발생하는 정유사의 손실을 사후에 보전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어, 최고가격제 시행 기간이 길어질수록 정부의 재정 부담은 필연적으로 증가한다. 정부는 최고가격제가 6개월간 유지될 것을 전제로 목적 예비비 4조2천억원을 편성하였으나, 업계에서는 이미 최고가격제 시행 이후 누적 손실액이 3조원대에 달한다는 추정이 제기된다. 이는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재정이 소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최고가격제 해제 시점과 방법에 대한 고민 또한 심화하는 상황이다. 가격 상한이 사라질 경우 억제되었던 국내 유가가 급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시장 연착륙을 위한 정교한 출구 전략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정책의 갑작스러운 변화는 소비자 혼란과 함께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중동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최고가격제 고수보다는 가격 상승 요인을 완화할 수 있는 대안 마련을 제언한다. 강성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손실을 보전한다지만 최고가격제가 오래 유지되면 결국 생산자인 정유사가 부담을 지게 될 수 있다"며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최고가격 대신 유류세 인하 등의 방식으로 가격을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한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상황이 더 길어진다면 결국 대체 수입선을 적극적으로 발굴해 공급을 원활히 하는 방법으로 출구를 찾아야 할 것"이라고 덧붙인다.

일각에서는 최고가격제가 단기적으로 서민 물가 안정에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고물가 시대에 서민 경제의 부담을 일시적으로나마 완화하는 효과는 분명하며, 이는 정책의 순기능이라는 평가이다. 그러나 이러한 단기적 효과가 장기적인 시장 왜곡과 재정 부담 증가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는 반론이 존재한다.

정부는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가운데, 석유 최고가격제의 지속 가능성과 재정 건전성 확보, 그리고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지 않는 출구 전략 마련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해야 한다.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유연한 가격 정책과 함께, 에너지 수급 안정화를 위한 근본적인 대책 모색이 향후 정책 방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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