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고(故) 이예람 중사 유족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제기한 상해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유족에게 각각 3억원과 이에 따른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시하며,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가 공군의 순직 결정을 통보받은 2023년 2월부터 시작된다고 판단했다. 이번 판결은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명확히 하며 유사 사건에 중요한 선례를 제시한다.
서울중앙지법 민사17부(장지혜 부장판사)는 지난달 3일 고(故) 이예람 중사 유족 2명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낸 보험금 청구 소송에서 유족의 손을 들어주었다. 재판부는 메리츠화재가 유족에게 각각 3억원과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하며,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공군의 순직 결정 통보 시점으로 해석했다. 이는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던 때부터 소멸시효가 진행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따른 결정이다.
이 중사는 2021년 3월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으로 선임에게 성추행 피해를 당한 후 지속적인 2차 가해에 시달렸다. 결국 이 중사는 사건 발생 두 달 뒤인 2021년 5월 23세의 나이로 생을 마감했으며, 성추행 가해자인 장모 중사는 2022년 9월 대법원에서 징역 7년형을 확정받았다. 2023년 2월 공군 보통전공사상심사위원회는 성추행과 2차 가해로 인한 정신적 상해가 사망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하여 이 중사의 순직을 공식 인정하였다.
유족은 순직 결정 이후인 2024년 11월 해당 보험사에 일반상해 사망에 따른 보험금을 청구하였다. 그러나 보험사는 이 중사의 사망 시점인 2021년 5월을 기준으로 3년이 지난 2024년 5월경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가 완성되었다며 지급을 거부하였다. 이에 유족은 순직 결정을 통보받은 2023년 2월부터 소멸시효가 발생한다고 주장하며 민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재판부는 유족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보험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보험금 청구권자가 보험사고 발생 사실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을 때부터 진행된다는 대법원 판례를 인용하였다. 이 중사 유족의 경우 공군의 순직 결정이 내려지면서 비로소 보험금 지급 대상이라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하였다. 이는 사망 원인이 외부적 요인에 따른 것임을 명확히 인지할 수 있는 객관적 시점을 순직 결정 통보 시점으로 본 것이다.
보험사 측은 유족이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사망 원인을 이미 알고 있었다고 주장하였으나, 재판부는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망인이 부대 내에서 생활하며 주변인들에게 성추행 및 2차 피해 사실이 알려지는 것을 꺼렸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원고들이 망인이 겪은 구체적인 정서 변화와 그 심각성을 인식하기 어려웠다는 것이 재판부의 판단이다.
다만, 보험 업계 일각에서는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의 엄격한 적용이 보험사의 경영 안정성과 공정한 보험료 산정에 필수적인 요소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보험 계약의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불필요한 분쟁을 줄이기 위해서는 소멸시효 규정이 명확히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관점은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사례에서 보험사의 재정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내포한다.
법조계 전문가는 이번 판결이 "군대 내 사망 사건 등 특수한 상황에서 보험금 청구권 소멸시효의 기산점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라고 평가하였다. 특히 "피해자가 사망하더라도 그 사망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특수성을 고려한 판결"이라고 덧붙였다. 메리츠화재는 이번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한 상태로, 상급심에서의 최종 판단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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