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을 신설하고 확정판결 후 5년 이내 재범 시 형량 범위를 1.5배 가중하기로 결정했다. 산업안전보건범죄군 하부에 중대산업재해치상과 치사 유형을 설치하여 경영책임자의 안전 의무 위반에 대한 엄격한 사법 잣대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이는 기존의 관대한 처벌 관행을 개선하고 산업 현장의 법치주의를 확립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양형기준을 마련하여 산업 현장의 안전 의무 이행을 강제하기 위한 사법적 기틀을 세웠다. 이동원 양형위원장 주재로 열린 제145차 전체회의에서 위원회는 과실치사상 및 산업안전보건범죄군 내에 중대재해 범죄 유형을 신설하는 수정안을 심의했다. 이번 조치는 그간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중대재해 사건에 대해 법원이 일관되고 엄중한 형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겠다는 의지다.
핵심 골자는 중대산업재해 범죄로 판결이 확정된 후 5년 이내에 다시 범죄를 저지른 재범자에 대해 형량의 상한과 하한을 각각 1.5배씩 가중하는 규정이다. 이는 반복되는 산업재해에 대해 가중 처벌의 근거를 명확히 함으로써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경각심을 높이려는 법치주의적 접근이다. 재범 방지를 위한 강력한 사법적 억제력을 확보하려는 목적이 이번 가중 규정에 명확히 반영되었다.
양형위는 범죄의 성격에 따라 중대산업재해치상과 중대산업재해치사의 두 가지 소유형을 설정하여 체계적인 형량 산출이 가능하도록 했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의 실무상 필요성과 국민적 관심을 고려하여 선고 사례가 집적된 범죄들을 우선적인 설정 범위로 확정했다. 유형 분류는 기존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범죄와의 연계성을 유지하면서도 중대재해법만의 특수성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이번 양형기준은 원칙적으로 징역형에 국한하여 설정되며 벌금형에 대한 기준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포함되지 않았다. 행위자와 법인을 함께 처벌하는 양벌규정에 대해서도 현재로서는 참고할 만한 선례가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일단 논의 대상에서 제외했다. 위원회는 향후 법인에 대한 선고 사례가 충분히 집적된 이후 추가적인 연구를 거쳐 기준 마련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일반 시민이 피해를 입는 중대시민재해 역시 현재까지 실제 처벌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이번 양형기준 설정 범위에서 빠졌다. 다만 위원회는 향후 중대시민재해치사상 관련 양형 사례가 늘어날 것에 대비해 별도의 대유형을 신설할 수 있는 유연한 구조를 갖추기로 했다. 이는 새로운 법적 쟁점이 발생할 때마다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는 사법 행정의 효율성을 고려한 조치다.
양형위 관계자는 "기존 양형기준을 최대한 활용하면서도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범죄의 독자적인 특성을 살린 유형 분류 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대재해 범죄에 대한 엄정한 형량 권고를 통해 법의 실효성을 담보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겠다"는 입장을 덧붙였다. 이러한 전문가적 판단은 법률의 엄격한 집행이 사회적 비용 감소에 필수적이라는 가치관을 뒷받침한다.
응급의료 현장에서 발생하는 폭행과 구조 활동 방해 행위에 대해서도 별도의 양형기준인 '응급의료·구조·구급방해범죄'가 신설된다. 응급의료법상 종사자 폭행을 비롯해 소방기본법과 119법에서 규정하는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 방해 행위가 주요 처벌 대상에 포함된다. 응급실 내 폭력 사건이 증가하고 소방대원의 안전이 위협받는 현실을 반영하여 국가의 공권력과 긴급 구호 체계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위원회는 응급의료종사자의 의료행위 보호 필요성이 매우 높으며 사회적 관심도가 큰 만큼 신속한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환자의 생명권 보호를 위해 응급실 내 범죄에 대해서는 타 범죄보다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전망이다. 이는 법 질서 확립을 통해 공공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사법부의 정책적 지향점을 보여준다.
양형위는 내달 22일 열리는 제146차 전체회의에서 교통범죄와 대부업법 및 채권추심법 위반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수정안을 연이어 심의한다. 이를 통해 민생과 직결된 범죄들에 대한 사법적 가이드라인을 촘촘히 보완하여 법적 예측 가능성을 높일 예정이다. 지속적인 양형기준 정비는 사법 신뢰도를 제고하고 법 적용의 형평성을 기하는 핵심적인 과정으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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