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충청권 AI 격차 해법은 '대전 거점 광역 협력'…충남은 노출도 높고 준비도 낮아

정휘 기자
충청권 AI 격차 해법은 '대전 거점 광역 협력'…충남은 노출도 높고 준비도 낮아
©연합뉴스

 

대전·세종·충남 지역 간 인공지능(AI) 역량 격차가 심화되는 가운데, 대전의 연구개발 인프라를 충청권 전체로 확산하는 광역 협력체계 구축이 시급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대전이 비수도권 최고 수준의 AI 준비도를 갖춘 반면, 제조업 중심의 충남은 AI 대체 위협을 나타내는 노출도가 전국 평균을 크게 상회하고 있어 지역별 불균형 해소가 경제 성장의 핵심 과제라고 지적했다.

충청권 내 인공지능 기술의 접근성과 활용 여건이 지역별로 극명한 편차를 보이며 지역 경제의 구조적 리스크로 부상하고 있다.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AI 역량과 지역 경제성장' 보고서에 따르면 대전은 AI 기술 개발과 활용 여건을 의미하는 'AI 준비도'에서 비수도권 1위를 기록했다. 이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집적된 대덕연구단지의 우수한 인적 자원과 연구 기반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대전의 탄탄한 AI 인프라는 고숙련 전문 인력과 혁신적인 연구개발 생태계를 바탕으로 구축되어 타 지역과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대전의 산업 구조는 정보통신 및 전문 과학기술 서비스업 비중이 높아 AI 기술을 수용하고 발전시킬 수 있는 토양이 이미 마련된 상태다. 이러한 환경 덕분에 산업 전반이 AI에 의해 대체되거나 보완될 가능성을 뜻하는 'AI 노출도'는 오히려 전국 평균을 밑도는 안정적인 양상을 보였다. 이는 대전의 주요 산업군이 AI 기술을 도구로 활용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구조임을 시사한다. 대전은 비수도권 가운데 정보통신업 비중이 가장 높은 편에 속하면서도 기타 서비스업 비중이 적절히 분산되어 기술 전환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있다.

행정수도인 세종은 공공행정 기능의 집중으로 인해 제도적 기반은 양호하나 민간 차원의 AI 상용화 동력은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세종의 AI 준비도는 전국 평균 수준에 머물러 있으며, 이는 행정 데이터 활용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이를 사업화할 민간 연구소나 기업 기반이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공공 부문의 AI 도입 시도는 활발하지만 경제 전반의 파급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민간 투자 유치와 연구개발 저변 확대가 필수적인 과제로 꼽힌다. 세종은 전국 평균에 가까운 AI 노출도를 보이며 행정 효율화 측면에서 AI의 역할을 모색하고 있다.

제조업 비중이 압도적인 충남은 AI 기술 도입에 따른 산업 구조 변화의 직격탄을 맞을 가능성이 가장 큰 지역으로 분류됐다. 충남의 AI 준비도는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최하위권 수준인 반면, 업무 수행 방식이 AI로 대체될 여지를 나타내는 AI 노출도는 전국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지역 내 주력 산업인 제조업 공정이 AI 자동화에 취약함을 시사하며, 대응 역량이 부족한 상태에서 기술 전환이 이뤄질 경우 고용 불안 등 사회적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충남은 AI 관련 인력과 혁신 기반이 대전이나 세종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AI 역량 불균형은 단순히 기술적 차이를 넘어 향후 지역 총생산(GRDP) 성장률과 산업 경쟁력의 격차를 고착화할 위험 요소로 작용한다. AI 준비도가 낮은 지역일수록 생산성 향상 기회를 놓치게 되며, 기술 노출도가 높은 산업군에서는 부가가치 창출 능력이 저하될 우려가 크다. 특히 충남과 같이 노출도는 높고 준비도가 낮은 지역은 기술적 실업이나 산업 쇠퇴의 위기에 직면할 수 있어 정책적 개입이 불가피한 시점이다. 시장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술적 보완재로서의 AI 활용 능력을 전 지역으로 확산시켜야 한다.

한국은행은 대전의 고도화된 연구 역량을 세종과 충남으로 수혈하여 충청권 전체의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적 접근을 제안했다. 대전이 보유한 원천 기술과 인력을 충남의 제조 현장에 접목하고 세종의 행정 인프라와 결합할 경우, 개별 지자체가 가진 구조적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이러한 광역 경제권 형성은 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자원 배분의 효율성을 높여 국가 균형 발전의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다. 개별 지역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서는 지역 간 경계를 허무는 기술 공유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 경제조사팀 이지현 과장과 김태연 조사역은 보고서를 통해 지역 간 협력이 가져올 성장 잠재력을 강조했다. 연구진은 "충남과 세종 모두 AI 준비도가 높아지면 대전보다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며 "대전이 거점 역할을 하면서 연구개발 역량을 충청권 전체로 확산하는 광역 협력체계를 구성한다면, 개별 지역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대전의 기술적 낙수효과가 충청권 경제 전체의 상향 평준화를 이끌어낼 수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지자체 간 이해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실질적인 기술 공유와 협력이 가능할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각 지역이 유치하고자 하는 산업 분야가 중첩될 경우 자원 배분을 둘러싼 갈등이 발생할 수 있으며, 연구 인력의 대전 쏠림 현상이 심화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물리적인 협력체계 구축을 넘어 실질적인 인센티브 구조와 거버넌스 확립이 선행되지 않는다면 선언적인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기계적인 결합보다는 각 지역의 산업 특성을 존중하는 세밀한 협력 설계가 요구된다.

향후 충청권 AI 경쟁력 강화의 성패는 대전의 혁신 역량을 어떻게 현장에 효율적으로 이식하느냐에 달려 있다. 정부와 지자체는 광역 단위의 AI 특화 단지를 조성하고 지역 기업들이 AI 기술을 도입할 수 있도록 금융 및 교육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특히 충남의 제조업 현장에 대전의 AI 솔루션을 적용하는 실증 사업을 확대하여 기술 노출에 따른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는 적극적인 산업 전환 전략이 필요하다. 법치와 시장 질서에 기반한 기술 혁신이 충청권 경제의 재도약을 이끄는 동력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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