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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쌀 의무 매입 기준 ‘3~5% 초과 생산’ 확정…시장 격리 제도화로 수급 안정 도모

윤근일 기자
정부, 쌀 의무 매입 기준 ‘3~5% 초과 생산’ 확정…시장 격리 제도화로 수급 안정 도모
©연합뉴스

 

정부가 쌀 초과 생산량이 3~5%에 달하거나 가격이 평년 대비 5~8% 하락할 경우 이를 의무적으로 매입하는 구체적인 수급 안정 기준을 확정했다. 오는 8월 개정 양곡관리법 시행을 앞두고 마련된 이번 시행령안은 임의적이었던 정부의 시장 개입을 명문화하여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데 방점을 두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해 다음 달 16일까지 입법 예고하며 쌀 수급 관리 체계를 전면 재정비한다.

정부가 쌀 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초과 생산량과 가격 하락 폭에 따른 의무 매입 기준을 구체화하며 법적 강제성을 부여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8월부터 시행되는 개정 양곡관리법에 앞서 정부가 반드시 쌀을 사들여야 하는 발동 요건을 명시한 시행령 및 시행규칙을 마련해 입법 예고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8월 통과된 양곡관리법의 후속 입법으로, 생산량 과잉이나 가격 폭락 시 정부의 시장 격리 조치를 의무화하여 농가 경영의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려는 목적을 지닌다. 정부는 다음 달 16일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안을 확정하여 쌀 수급 정책의 법적 토대를 완성할 계획이다.

농식품부가 제시한 시행령안에 따르면 정부의 쌀 매입 의무는 두 가지 핵심 지표 중 하나라도 충족될 경우 즉각 발동되는 구조를 갖춘다. 첫 번째 기준은 쌀 초과 생산량이 당해 연도 예상 생산량의 3~5%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이며, 두 번째는 7월에서 9월 사이인 단경기 가격이 평년 대비 5~8% 이상 하락하는 경우다. 이러한 수치적 기준은 과거 정부의 재량에 맡겨졌던 시장 격리 결정을 객관적인 데이터 기반의 의무 사항으로 전환함으로써 정책 집행의 투명성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시행령이 확정되면 양곡수급관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해당 범위 내에서 구체적인 매입 여부와 물량이 최종 결정된다.

정부의 이번 기준 마련은 연구용역과 농업인 및 소비자단체의 광범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도출된 결과물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객관적인 수치에 근거한 매입 기준을 통해 쌀 수급 관리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시장에 명확한 시그널을 제공할 방침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시장 개입의 기준을 사전에 공표함으로써 농가와 유통업계가 수급 상황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유도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법 시행 전까지 세부 지침을 보완하여 현장의 혼선을 방지하고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단순한 생산량과 가격 지표 외에도 시장 상황을 더욱 정밀하게 진단하기 위한 보조지표 도입의 필요성을 제기했다. 농경연은 농식품부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민간 재고량과 역계절진폭을 쌀 의무 매입의 판단 근거로 활용할 것을 공식 제안했다. 이는 공급 과잉의 정도를 입체적으로 파악하여 정부의 시장 개입 강도를 보다 세밀하게 조절하기 위한 장치로 평가받는다. 시장의 실제 수급 현황을 다각도로 분석함으로써 과잉 대응으로 인한 시장 왜곡이나 늦장 대응으로 인한 가격 폭락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다.

민간 재고량은 정부가 시장에 개입할 때 매입 물량을 결정하는 데 있어 중요한 보조 수단으로 활용될 전망이다. 농경연은 매년 12월 말 기준의 민간 재고량을 핵심 지표로 포함하고 평년 대비 ±10% 범위를 적용하여 시장의 압박 수준을 측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재고 수준이 평년보다 높을 경우 정부의 매입 규모를 확대하여 시장의 부담을 덜어주고, 반대의 경우에는 개입을 자제하여 시장 질서를 유지한다는 논리다. 이는 정부 재정 투입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민간 유통 기능을 존중하려는 시장 중심적 접근 방식으로 해석된다.

역계절진폭 역시 단경기 가격 하락률 기준을 보완할 수 있는 유효한 지표로서 수급 불균형을 포착하는 척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역계절진폭은 수확기 이후 상승해야 할 쌀값이 공급 과잉으로 인해 오히려 하락하는 현상을 의미하며, 이는 시장에 재고가 과도하게 누적되었음을 알리는 강력한 신호다. 농경연은 평년 가격 자체가 낮아진 특수한 상황에서도 역계절진폭 지표가 실질적인 시장의 고통 지수를 반영하는 데 효과적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다변화된 지표 도입은 쌀 수급 정책이 단순히 생산량에만 매몰되지 않고 시장의 흐름을 반영하도록 돕는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의무 매입 기준이 고착화될 경우 시장의 자정 작용을 저해하고 국가 재정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한다. 인위적인 시장 격리가 상시화되면 농가의 생산 구조조정을 지연시키고 과잉 생산의 악순환을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시장 경제의 효율성 측면에서 정부의 개입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에 그쳐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쌀 소비 촉진과 재배 면적 조절 등 근본적인 수급 대책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치와 시장 원칙 사이의 균형을 잡는 것이 향후 정책 운용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이번 시행령안은 입법 예고 기간을 거쳐 오는 8월 쌀 수급 안정 대책의 핵심 기제로 본격 가동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예고 기간 동안 접수된 농업계와 전문가의 의견을 면밀히 검토하여 최종 시행령을 확정 짓고 법 시행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기후 변화와 소비 패턴 변화로 인해 쌀 수급 예측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상황에서 이번 제도적 장치가 시장의 안정판 역할을 수행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부는 향후 데이터 기반의 정밀한 수급 관리를 통해 농가 소득 안정과 소비자 물가 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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