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아르노 LVMH 회장 전격 방한, 신동빈·박주형과 연쇄 회동하며 한국 시장 직접 점검

이성경 기자
아르노 LVMH 회장 전격 방한, 신동빈·박주형과 연쇄 회동하며 한국 시장 직접 점검
©연합뉴스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이 한국 명품 시장의 전략적 가치를 점검하기 위해 3년 만에 방한했다. 아르노 회장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박주형 신세계 대표 등 국내 유통가 수장들과 잇따라 회동하며 주요 매장의 운영 현황을 직접 챙겼다. 이번 행보는 글로벌 경기 둔화 속에서도 견고한 성장세를 보이는 한국 시장을 LVMH 그룹 차원에서 집중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베르나르 아르노 LVMH 회장이 한국 내 주요 유통 채널을 방문하여 루이뷔통과 디올 등 자사 브랜드의 시장 지배력을 공고히 하기 위한 현장 점검에 나섰다. 이번 방한은 지난 2023년 3월 이후 약 3년 만에 이루어진 것으로, 딸인 델핀 아르노 크리스찬 디올 최고경영자(CEO)가 동행하여 그룹의 후계 구도와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동시에 시사했다. 아르노 회장 일행은 서울 내 주요 백화점 거점을 순회하며 매장 환경과 고객 동선을 면밀히 살폈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방문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일정을 소화한 아르노 회장은 박주형 신세계 대표와 피에트로 베카리 루이뷔통 CEO의 안내를 받았다. 아르노 회장은 신세계 본점에 위치한 세계 최대 규모의 '루이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 매장을 찾아 약 2시간 동안 머물며 전시 공간과 제품 라인업을 점검했다. 해당 매장은 6개 층에 걸쳐 브랜드의 역사와 장인정신을 구현한 체험형 공간으로, LVMH가 한국 시장에 공을 들이는 핵심 기지로 평가받는다.

신세계 본점의 휴무일을 활용하여 비공개로 진행된 오전 일정과 달리, 오후에 이어진 롯데백화점 방문은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직접 영접하며 무게감을 더했다. 롯데백화점 잠실점에서는 신동빈 회장과 그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이 아르노 회장 일행을 맞이하여 약 40분간 동행했다. 롯데 측은 영업 중인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인원 통제 없이 자연스러운 분위기 속에서 아르노 회장이 지하 1층과 1층의 주요 매장을 둘러볼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번 방문은 단순히 매장을 둘러보는 차원을 넘어 국내 유통 대기업들과의 파트너십을 재확인하고 신규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자리로 해석된다. 아르노 회장은 롯데백화점 본점과 잠실점을 차례로 방문하며 루이뷔통뿐만 아니라 디올, 로로피아나, 티파니앤코 등 그룹 내 핵심 브랜드들의 입지 조건을 직접 확인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이번 방문은 명품 시장에서 한국 시장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주요 유통 채널과 매장 현황을 직접 점검하려는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재계에서는 이번 회동에 양측의 차세대 리더들이 대거 참여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LVMH 측에서는 델핀 아르노 CEO가, 롯데 측에서는 신유열 실장이 배석함으로써 향후 양 그룹 간의 장기적인 협력 관계가 2세 및 3세 경영인 체제에서도 지속될 것임을 암시했다. 이는 한국 시장이 단순한 매출처를 넘어 글로벌 명품 트렌드를 선도하는 전략적 요충지로 격상되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글로벌 명품 총수의 방한이 국내 소비자들의 권익 향상이나 가격 정책 변화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 발표보다는 기존 매장의 효율성 제고와 브랜드 위상 관리에 초점이 맞춰진 '의례적 방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명품 브랜드들의 잦은 가격 인상과 한국 시장에서의 고배당 성향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번 방문이 시장 질서의 질적 개선으로 연결될지는 미지수다.

전문가들은 아르노 회장의 행보가 한국 명품 시장의 포화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라고 진단한다. 한 유통 전문가는 "글로벌 경기 변동성이 커지는 시점에서 아르노 회장이 직접 한국을 찾은 것은 가장 효율적인 수익 모델을 유지하기 위한 법치와 시장 질서 중심의 경영 전략"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한국 시장의 소비 잠재력을 높게 평가하면서도, 한정된 자원을 핵심 거점에 집중하려는 효율성 위주의 판단으로 볼 수 있다.

아르노 회장 일행은 서울에서의 일정을 마친 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등을 추가로 둘러볼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의 모든 점검 일정을 마무리한 뒤 이들은 12일 일본으로 출국하여 아시아 시장 순방을 이어갈 계획이다.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 국내 주요 백화점들의 명품 유치 경쟁과 매장 리뉴얼 속도는 더욱 가팔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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