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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이란 종전 협상 결렬 위기에 뉴욕증시 하락세 에너지 안보 우려 확산

김영 기자
미·이란 종전 협상 결렬 위기에 뉴욕증시 하락세 에너지 안보 우려 확산
©연합뉴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며 지정학적 리스크가 재부각되자 뉴욕증시 3대 지수가 일제히 하락세로 거래를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제안을 공식 거부하고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감이 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배럴당 96달러 선을 돌파했다. 시장은 기업 실적 발표 시즌의 마무리 단계에서 다시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에너지 공급망 위기라는 거시적 악재에 직면한 모습이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종전 협상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하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투자 심리가 급격히 냉각됐다.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97.81포인트(0.20%) 하락한 49,511.35를 기록하며 장을 열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와 나스닥 종합지수 역시 각각 0.02%와 0.07% 내린 7,397.74와 26,227.62를 가리키며 하방 압력을 견디고 있다.

로이터 통신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이번 하락의 일차적 원인은 양국의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심화된 데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전날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이란 측의 답변이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대표들의 제안에 대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의사를 분명히 하며 협상 테이블의 온도를 급격히 낮췄다.

이란 외무부 역시 미국의 일방적인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며 맞불을 놓는 형국이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기자회견을 통해 미국이 비합리적인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핵물질 관련 논의는 시기상조임을 명시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러한 양측의 태도 변화가 중동 지역의 장기적 안정을 기대했던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고 분석했다.

지정학적 불안은 즉각 에너지 시장의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며 인플레이션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2026년 6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장 대비 1.48% 상승한 배럴당 96.83달러까지 치솟았다. 원유 공급의 핵심 통로인 호르무즈 해협의 긴장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에너지 가격 하락을 점쳤던 투자자들의 계산이 복잡해진 결과다.

B.라일리웰스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시장의 시선이 기업 실적에서 다시 지정학적 변수로 이동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호건 전략가는 "대부분의 실적 발표가 마무리된 시점에서 시장은 호르무즈 해협을 통한 원유 흐름 재개에 주목해야 하지만 현재 그런 긍정적 신호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이 향후 기업들의 비용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업종별로는 명암이 엇갈리는 가운데 통신과 소비재 부문이 상대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기술주와 부동산 업종은 시장 전반의 하락세 속에서도 제한적인 강세를 나타내며 지수 하락 폭을 방어하는 역할을 했다. 다만 거시 경제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이러한 업종별 차별화 장세가 지속되기는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개별 종목 중에서는 모더나의 주가 급등이 시장의 이목을 끌었으며 이는 질병 관련 이슈에 기인한다. 미국 내에서 한타바이러스 양성 판정 사례가 보고되면서 백신 개발에 착수한 모더나의 주가는 5.59% 상승했다. 모더나는 지난주 이미 해당 바이러스 백신의 초기 단계 개발 소식을 전하며 바이오 섹터 내에서 독보적인 움직임을 보여왔다.

광학 부품 전문 기업인 루멘텀은 지수 편입 호재에 힘입어 9.10%라는 높은 상승률을 기록 중이다. 루멘텀은 오는 18일부터 나스닥 100 지수에서 코스타를 대체해 편입될 예정이며 이는 기관 투자자들의 패시브 자금 유입 기대감을 높였다. 지수 편입은 종목의 유동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며 주가 상승의 강력한 동력이 되었다.

반면 비료 생산업체 모자이크는 어닝 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3.24% 하락하는 부진을 면치 못했다. 모자이크의 1분기 조정 주당순이익(EPS)은 0.05달러로 집계되어 시장 예상치였던 0.24달러를 크게 밑돌았다. 원자재 가격 변동과 수요 예측 실패가 실적 악화의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투자자들의 매도세가 집중된 것으로 풀이된다.

유럽 증시 역시 중동발 리스크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대체로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범유럽 지수인 유로스톡스50은 0.29% 내린 5,894.27에 거래되고 있으며 프랑스 CAC40과 독일 DAX 지수도 각각 0.80%, 0.27% 하락했다. 영국 FTSE100 지수만이 0.33% 소폭 상승하며 지역별로 엇갈린 행보를 보였으나 전반적인 투자 심리는 위축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이번 하락이 단기적인 조정에 그칠 것이라는 낙관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상대적으로 견조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시장의 기초 체력이 아직 유효하다는 방증으로 해석될 수 있다. 또한 중동 협상이 극적으로 재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 시장의 추가 폭락을 막는 지지선 역할을 하고 있다.

향후 뉴욕증시는 미·이란 간의 추가적인 메시지와 호르무즈 해협의 물류 정상화 여부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전망이다. 에너지 가격의 고공행진이 지속될 경우 연준의 통화 정책 경로에도 변동성이 생길 수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지정학적 위기가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속도를 면밀히 관찰하며 보수적인 자산 배분 전략을 유지할 필요가 있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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