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을 열흘 앞두고 벌인 첫 사후조정에서 성과급 제도화를 둘러싼 평행선을 좁히지 못한 채 협상을 종료했다. 중앙노동위원회 중재로 11시간 넘는 마라톤 회의를 진행했으나, 노조 측의 영업이익 15% 성과급 요구와 사측의 제도화 불가 방침이 정면으로 충돌했다. 12일 열리는 2차 회의에서 극적인 합의가 도출되지 않을 경우 연간 영업이익 40조 원이 증발할 수 있다는 경고 속에 창사 이래 두 번째 파업이 현실화될 전망이다.
삼성전자 노사는 11일 정부세종청사 중앙노동위원회에서 2026년 임금협약 체결을 위한 사후조정에 돌입했으나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번 조정은 오는 21일로 예고된 총파업을 막기 위한 사실상 마지막 중재 절차로 산업계 전반의 이목이 집중된 상태다. 양측은 오전부터 11시간 30분에 걸친 장기 협상을 이어갔지만 성과급 지급 기준에 대한 근본적인 시각차를 확인하는 데 그쳤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회의 내용을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12일 2차 회의를 진행한다는 사실만을 공지했다.
삼성전자 최대 노조인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확정하고 현재의 지급 상한을 폐지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최승호 위원장은 회의 전 취재진과 만나 "영업이익 15%의 성과급 지급 및 상한 폐지, 제도화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사측이 성과급 제도화에 대해 진전된 입장을 내놓지 않는다면 더 이상의 조정은 무의미하다는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성과 중심의 투명한 보상 체계 확립이 이번 협상의 핵심이며 물러설 수 없는 마지노선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사측 경영진은 노조를 자극하지 않으려 노력하면서도 성과급 지급안의 명문화에 대해서는 수용하기 어렵다는 완고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측 관계자는 협상장 입장에 앞서 "노력하겠다"는 짧은 답변만을 남기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사측은 특별 포상을 통해 경쟁사를 상회하는 최고 수준의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대안을 제시했으나 성과급 상한 폐지를 제도화하는 것에는 선을 그었다. 이는 유연한 경영 환경 대응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와 시장 질서의 효율성을 우선시하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와 글로벌 산업계는 이번 사태가 국내 반도체 공급망 안정성에 미칠 파급 효과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칩을 구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한국을 주목하는 시기에 노사 불협화음으로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구 부총리는 이어 "노사가 현명하게 판단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당부한다"며 원만한 타결에 대한 기대감을 내비쳤다. 주한미국상공회의소 역시 삼성전자의 파업이 한국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경쟁국들에 반사이익을 줄 수 있다는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만약 12일 2차 회의에서도 합의가 불발될 경우 삼성전자는 오는 21일부터 18일간 지속되는 대규모 총파업 국면에 직면하게 된다. 7만 3천 명의 조합원을 보유한 초기업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참여 인원만 최대 4만 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이는 지난 2024년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이 주도했던 파업보다 훨씬 큰 규모로 생산 현장의 마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노조는 이미 오는 21일부터 내달 7일까지를 파업 기간으로 설정하고 배수의 진을 친 상태다.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이번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연간 영업이익이 40조 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반도체 주요 고객사인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도 생산 차질 여부를 실시간으로 문의하며 공급 안정성을 점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십조 원에 달하는 경제적 손실 우려는 노사 양측 모두에게 커다란 압박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삼성전자의 대외 신인도 하락은 물론 국가 경제 전반에 치명적인 타격이 예상된다.
중앙노동위원회는 현재 양측의 간극을 메울 수 있는 절충안을 마련 중이며 이를 12일 회의에서 공식 제시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요구가 과도한 비용 부담을 초래해 기업의 중장기 투자 역량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기업의 이익을 고정된 비율로 배분하는 방식이 시장 경제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노조는 회사의 성장이 노동자의 헌신에 기반한 만큼 정당한 보상 체계의 법제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12일 진행될 2차 사후조정 회의는 삼성전자 노사 관계의 향방을 결정지을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중노위의 조정안이 도출되어 노사 양측이 동의할 경우 이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법적 효력을 갖게 된다. 정부 내부에서는 총파업 전 마지막 기회인 만큼 내일 회의에서 극적인 조정안이 제시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산업계는 최악의 생산 중단 사태를 피하기 위해 노사가 법치와 상생의 정신에 기반한 합의안을 도출할지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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