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7년 5개월 만의 북측 선수단 방남과 남북 교류 재개, 정동영 장관 "관계 최악 상태 벗어나고 있다"

김영 기자
7년 5개월 만의 북측 선수단 방남과 남북 교류 재개, 정동영 장관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북한 여자축구단의 방남을 계기로 남북 간 민간 및 체육 교류의 복원 가능성을 시사하며 현장 관람을 검토 중이다. 북측 스포츠 선수가 한국 땅을 밟는 것은 2018년 12월 이후 7년 5개월 만의 일로, 단절되었던 남북 신뢰 회복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정부는 이번 방남이 한반도의 불안정한 평화를 안정적인 체제로 전환하는 실효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고 정책적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오는 20일 수원에서 개최되는 수원FC위민과 북한 '내고향여자축구단'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챔피언스리그(AWCL) 4강 경기 현장 관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정 장관은 12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이용훈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이 같은 의사를 표명하며 남북 관계의 점진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번 경기는 단순한 스포츠 행사를 넘어 2018년 말 이후 일체 중단되었던 민간 및 체육 교류가 재개된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크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북한의 내고향여자축구단 선수단은 오는 1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여 20일 수원에서 대망의 4강전을 치를 예정이다. 북측 선수가 남한을 방문하여 경기에 참여하는 사례는 2018년 12월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그랜드파이널스 이후 7년 5개월 만에 이루어지는 사건이다. 평양 소속 팀의 방문으로 한정할 경우 약 8년 만의 방남이라는 점에서 이번 일정은 남북 체육사에서도 중요한 이정표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선수단 방남 그 자체만으로도 상당한 의미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이번 경기가 남북 간 경색 국면을 타개할 촉매제가 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남북 관계의 현주소에 대해 정 장관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긍정적인 신호를 포착하고 있다. 그는 "아직도 앙금이 온전히 가시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여 불신을 말끔히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현재의 정세가 최악의 상태를 벗어나고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관계 회복에 대한 의지를 피력했다. 정 장관은 "얼음을 하루아침에 녹일 수는 없겠지만 벌써 봄이고 여름인데 얼음도 녹을 때가 오리라 생각한다"는 비유를 통해 남북 관계의 계절적 변화와 개선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부의 이 같은 낙관론은 향후 예정된 대규모 국제 행사와 맞물려 더욱 구체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용훈 주교는 2027년 7월로 예정된 가톨릭 세계청년대회(WYD)를 언급하며 방한 예정인 레오 14세 교황이 남북 분단 상황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접경지역을 방문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정 장관은 "교황께서 오시는 계기에 한반도의 불안정한 평화가 안정적인 평화로 진화하고 발전하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하며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과 뒷받침을 약속했다. 교황의 평화 메시지가 한반도 전역에 확산됨으로써 남북 간 긴장 완화에 실질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 국내 정치적 혼란 상황에서 종교계가 보여준 역할에 대한 사의 표명도 이번 회동의 주요 의제 중 하나였다. 정 장관은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2024년 12월 발생한 계엄 사태 이튿날 이용훈 의장 명의의 비판 입장문을 통해 국민들을 위로하고 중심을 잡아준 점에 대해 다시 한번 깊은 감사를 전했다. 이는 법치와 민주적 질서 확립에 기여한 종교계의 공헌을 정부가 높이 평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정부는 이러한 종교계와의 긴밀한 협력을 바탕으로 대내외적 안정과 남북 관계의 질서 있는 개선을 동시에 추진한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축구 경기 관람과 교류 재개 시도가 실질적인 비핵화나 근본적인 관계 개선으로 이어지기에는 아직 시기상조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과거에도 스포츠를 통한 교류가 일시적인 긴장 완화에는 기여했으나 정치적 갈등이 불거질 때마다 다시 원점으로 회귀했던 전례가 있기 때문이다. 민간 교류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체육 행사와 같은 이벤트성 만남을 넘어선 구조적인 신뢰 구축 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시장 질서와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적 관점에서도 북한의 진정성 있는 태도 변화 없는 일방적 지원이나 교류 확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향후 남북 관계는 이번 여자축구 경기의 성공적 개최 여부와 2027년 교황 방한 준비 과정에서의 협력 수위에 따라 그 향배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정 장관은 교황의 걸음마다 평화의 메시지가 널리 퍼져나갈 것을 기대하며 이를 한반도 평화 정착의 중대한 기회로 삼겠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정부는 북측 선수단의 방남 기간 동안 안전과 편의 제공에 만전을 기하는 한편 이를 기점으로 사회, 문화, 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의 점진적 교류 확대를 모색할 방침이다. 불신을 걷어내고 안정적인 평화 체제로 나아가기 위한 정부의 행보가 어떠한 실효적 성과를 거둘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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