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파키스탄 경찰 15명 사망 테러 배후로 아프간 지목하며 외교적 긴장 임계점 도달

재경 외신부 기자
파키스탄 경찰 15명 사망 테러 배후로 아프간 지목하며 외교적 긴장 임계점 도달
©연합뉴스

 

파키스탄 정부가 경찰관 15명의 목숨을 앗아간 자살 폭탄 테러의 배후로 아프가니스탄 기반 무장단체를 지목하며 강경 대응을 선언했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주파키스탄 아프간 대사대리를 소환해 테러 조직 은신처 제공에 대한 책임을 묻고 강력한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 이번 사태는 중국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양국 간 안보 갈등이 물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임을 보여준다.

파키스탄 북서부 접경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테러 사건이 중앙아시아의 지정학적 리스크를 다시금 부각하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파키스탄 카이버 파크툰크와주 반누 외곽 지역에서는 자살 폭탄 테러와 뒤이은 총격전으로 경찰관 15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다. 테러범은 폭발물을 가득 실은 차량을 몰고 경찰 초소로 돌진했으며, 이후 무장 조직원들이 난입해 무차별 사격을 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이번 공격은 최근 몇 년간 해당 지역에서 발생한 테러 중 가장 치명적인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파키스탄 외교부는 이번 공격의 명백한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히며 아프간 측의 책임을 강력히 물었다. 파키스탄 정부는 주파키스탄 아프간 대사대리를 소환해 상세한 조사 내용과 증거를 제시하며 아프간 내 은신 중인 테러리스트들이 이번 공격을 주도했다고 주장했다. 외교부 성명은 "야만적 행위를 저지른 가해자들에 대해 단호하게 대응할 권리를 보유하고 있다"며 아프간 탈레반 정권에 테러 조직 묵인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에이피(AP) 통신은 파키스탄이 테러 조직을 계속 숨겨줄 경우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는 최후통첩성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분석했다.

테러의 주체로 지목된 파키스탄탈레반(TTP)은 아프간 탈레반과 이념적 궤를 같이하며 파키스탄 정부 전복을 꾀하는 조직이다.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들의 연합체인 이들은 파키스탄 내에 이슬람 율법인 '샤리아'에 따른 국가를 건설하는 것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다. TTP는 아프간 탈레반과는 별개의 조직이나 오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아프간 국경 지대를 주요 은신처로 활용해 파키스탄을 공격해왔다. 블룸버그 통신은 TTP가 아프간 내 안전 가옥을 거점으로 활동하며 파키스탄의 국가 안보를 지속적으로 위협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양국 관계의 악화는 단순한 국경 분쟁을 넘어 지역 전체의 안보 질서를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파키스탄은 그동안 아프간 탈레반 정권이 국경 인근 무장단체의 활동을 방조하고 있다고 비판해왔으며, 이는 지난해 10월과 올해 초 양국 간의 무력 충돌로 번지기도 했다. 아프간 측은 이러한 의혹을 전면 부인하고 있으나, 국경 통제 실패와 테러 방치에 대한 국제 사회의 시선은 냉담하다. 비비시(BBC) 분석에 따르면 양국의 갈등은 접경 지역의 민간인 피해와 경제적 손실을 야기하며 인도주의적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중국의 중재 노력에도 불구하고 근본적인 신뢰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점이 사태 장기화의 원인으로 꼽힌다. 양국은 지난달 중국의 중재로 우루무치에서 비공식 회담을 열고 사태 악화 방지에 합의했으나, 정식 휴전 협정 체결에는 이르지 못했다. 중국은 아프가니스탄의 재건과 지역 안정을 위해 중재자 역할을 자처하고 있으나, 테러 배후 문제라는 핵심 쟁점 앞에서는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중재 시도 이후에도 대규모 테러가 발생함에 따라 베이징의 외교적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정부의 침묵은 국제 사회의 우려를 자아내며 추가적인 무력 충돌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게 만든다. 아프간 탈레반 정권은 사건 발생 나흘째인 현재까지 파키스탄의 항의에 대해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러한 침묵은 파키스탄 내 강경 여론을 자극하여 접경 지역에서의 군사적 보복 가능성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프간의 무대응이 지속될 경우 파키스탄 군부의 독자적인 월경 작전이 재개될 위험이 크다"고 전망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파키스탄의 내부 안보 실패를 아프간 탓으로 돌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아프간 탈레반 측은 과거 유사한 사례에서 자신들이 타국의 내부 안보 문제에 개입할 이유가 없으며, 파키스탄이 자체적인 치안 역량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반박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양측의 책임 공방이 계속되는 한 접경 지역의 테러 악순환을 끊어내기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관계 회복은 테러 조직 근절을 위한 실질적인 공조 여부에 달려 있다. 파키스탄이 제시한 증거의 객관적 검증과 아프간의 진정성 있는 테러 방지 대책이 수반되지 않는다면 양국의 긴장은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국제 사회는 이번 사태가 중앙아시아 전역의 불안정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다각적인 외교적 압박과 중재를 병행해야 할 시점이다. 향후 파키스탄 군의 추가 대응 수위와 아프간의 공식 반응에 따라 지역 안보 지형은 다시 한번 크게 요동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파키스탄#경찰#15명#사망#테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