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고채 금리가 국제 유가 상승과 정부의 재정 확장 기조에 대한 우려가 겹치며 일제히 폭등했다. 10년물 금리는 약 2년 6개월 만에 연 4% 선을 돌파했고, 3년물 역시 연중 최고치를 기록하며 채권 시장에 심각한 충격을 주었다. 글로벌 에너지 위기와 국내 정책 리스크가 맞물리며 시장은 전형적인 '발작(탠트럼)' 징후를 보이고 있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금리는 전 구간에 걸쳐 가파른 상승세를 나타내며 연중 최고 수준을 경신했다. 12일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7.6bp(1bp=0.01%포인트) 급등한 연 3.674%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올해 들어 가장 높은 수치이며, 지난 2023년 11월 27일 기록한 3.68% 이후 약 30개월 만에 최고치에 해당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인플레이션 압력과 재정 건전성 악화 우려가 동시에 반영된 결과로 분석하고 있다.
장기물 금리의 상승 폭은 단기물보다 더욱 뚜렷하게 관찰되며 수익률 곡선의 변동성을 키웠다. 10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0.6bp 오른 연 4.056%를 기록하며 2023년 11월 13일 이후 처음으로 4% 선을 넘어섰다. 20년물은 12.1bp 상승한 연 4.060%에 마감했고, 30년물과 50년물 역시 각각 12.1bp, 11.8bp 오르며 장기물 중심의 매도세가 강력했음을 입증했다. 5년물과 2년물 금리도 각각 9.3bp, 6.2bp 상승해 연 3.870%, 연 3.547%로 장을 마감했다.
국제 유가의 불안정한 흐름은 국내 채권 금리를 끌어올리는 결정적인 도화선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재고조되면서 국제 유가는 하루 만에 3% 가까이 폭등했다. ICE선물거래소에서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배럴당 104.21달러로 2.9% 올랐으며,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역시 98.07달러로 2.8% 상승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상방 압력을 높여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 기대감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경한 발언은 에너지 시장의 공포를 더욱 극대화하는 결과를 낳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의 휴전 상태가 간신히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하며 지정학적 리스크를 부각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휴전이 사실상 생명연장 장치에 의존하고 있다고 언급하며 긴장감을 고조시켰다. 이러한 발언은 원유 공급망에 대한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글로벌 자산 시장의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변수가 되었다.
공급 측면의 병목 현상이 장기화될 것이라는 글로벌 석유 업계의 경고도 시장의 불안감을 뒷받침했다. 세계 최대 석유 기업인 사우디 아람코의 아민 나세르 최고경영자(CEO)는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여부와 상관없이 시장 균형 회복에 수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봉쇄가 지속될 경우 2027년까지도 정상화가 어려울 수 있다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았다. 에너지 수급 불균형에 따른 고물가 기조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채권 매도세를 부추긴 셈이다.
국내에서는 정부의 과감한 재정 투입 의지가 채권 시장의 수급 부담을 가중시키는 악재로 작용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국무회의를 통해 적극적인 재정 운영이 민생 경제에 실질적 동력을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과감한 재정 투입이 경제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분석 결과를 인용하며 정책적 의지를 피력했다. 시장은 이를 하반기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가능성으로 해석하며 국채 발행 물량 부담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전문가들은 유가 폭등과 정책 변수가 맞물린 현재 상황을 전형적인 시장 발작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 NH투자증권 강승원 연구원은 "유가는 이제 미국과 이란이 협상을 하더라도 되돌리기에는 늦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다"라고 분석했다. 이어 당일 발표 예정인 미국 물가 지표에 대한 부담감이 금리 상승에 추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통령의 재정 확장 언급 이후 추경 가능성이 제기되며 장기물 금리가 급등하는 탠트럼 현상이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국채선물 순매수세가 일부 유입되었으나 금리 상승의 거센 흐름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날 외국인은 3년 국채선물을 2,213계약, 10년 국채선물을 871계약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기관과 개인의 매도 압력이 이를 압도하면서 금리는 장 막판까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외국인의 매수세가 시장의 심리적 저지선 역할을 수행하기에는 대외적 악재의 파괴력이 지나치게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채권 시장은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와 정부의 실제 재정 집행 규모에 따라 변동성이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유가 상승에 따른 비용 인상 인플레이션이 가시화될 경우 금리 상단은 더욱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정부가 민생 안정을 명분으로 재정 확장을 강행할 경우 국채 수급 불균형은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될 것이다. 투자자들은 금리 변동성에 대비한 보수적인 포트폴리오 운용과 함께 정책 당국의 행보를 예의주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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