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중동 사태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위기에 처한 전선업계에 140억 원의 계약 금액을 보전하며 전방위적 상생 지원에 나선다. 전선 원재료 가격이 평시 대비 최대 40% 이상 상승한 점을 고려해 인상분을 계약금에 즉각 반영하고 납기를 30일 연장하는 등 전력망 안정성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시행한다. 핵심 기자재인 배전용 고압전선 재고를 평시 대비 1.6배 수준으로 확충하여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수급 불안에도 선제적으로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한국전력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촉발된 전선업계의 심각한 공급망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 140억 원을 계약 금액에 전격 반영하기로 확정했다. 중동전쟁의 확산으로 원유와 나프타 가격이 가파르게 오르며 전선 제조의 핵심 원료 가격이 평소보다 30%에서 40% 이상 치솟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번 조치는 원가 상승의 부담을 제조업체에 전가하지 않고 공공 부문이 분담함으로써 국내 전력 산업의 근간을 보호하려는 강력한 의지로 해석된다.
한전은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소재 한전아트센터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 및 전선업계 주요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전력 기자재 수급 안정·원자재 공급 현황 간담회'를 열고 이 같은 상생 지원 대책을 공식화했다. 간담회는 최근 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로 경영난을 호소하는 전선 제조사들의 목소리를 직접 청취하고 실질적인 해결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자리였다. 정부와 한전은 전력망 확충에 필수적인 기자재의 안정적 확보가 국가 에너지 안보의 핵심 과제라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구체적인 지원 내용을 살펴보면 한전은 중동 사태 발발 이후 물가 변동분을 계약에 반영해달라는 업계의 요청 26건을 정밀 검토하여 총 140억 원 규모의 계약 금액 조정을 완료했다. 이는 단순히 일회성 지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향후 발생하는 원자재 가격 인상분에 대해서도 관련 법령에 따라 신속하고 투명하게 반영하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한 결과다. 민간 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거시경제적 변동성을 공기업이 제도적 틀 안에서 흡수하여 산업 생태계의 연속성을 보장하겠다는 취지다.
전선 제조 공정의 차질을 방지하기 위해 수급 불안이 우려되는 품목들의 납품 기한을 기존 계약 대비 30일씩 연장하는 파격적인 조치도 병행한다. 원자재 수급 지연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지체상금 부담을 경감함으로써 업체들이 품질 관리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함이다. 특히 국가 전력망의 모세혈관 역할을 하는 배전용 고압전선의 경우 선제적인 재고 통제를 통해 공급 가능 일수를 평시 대비 1.6배 수준으로 대폭 확충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수급 차질이 가시화될 위험이 있는 58SQ 및 160SQ 규격의 22.9kV급 전선은 고장 복구와 신규 공사에 필요한 긴급 물량으로 분류하여 최우선적으로 현장에 배정한다. 해당 규격들은 도심지 전력 공급과 유지보수에 필수적인 품목으로 수급에 공백이 생길 경우 시민 생활에 직간접적인 불편을 초래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전은 정교한 데이터 분석을 통해 수요를 예측하고 한정된 자원을 가장 시급한 곳에 투입하는 효율적 자원 배분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한전의 누적 적자 상황에서 대규모 계약 금액 보전이 재무 구조에 추가적인 부담을 줄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원가 연동형 계약이 공공기관의 비용 절감 유인을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 전기요금 인상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전선업계의 도산이나 생산 중단이 초래할 전력망 건설 지연 비용이 현재의 지원 예산보다 압도적으로 크다는 점에서 이번 결정은 경제적 실리 측면에서도 타당성을 확보하고 있다.
정부는 전선 제조 업계의 안정화가 국가 전력망의 전체적인 신뢰도와 직결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관계 부처 간의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서성태 기후에너지환경부 전력망정책과장은 "전선 제조 업계가 겪는 어려움은 곧 국가 전력망의 안정성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며 사태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이어 "전선 품목의 안정적 납품을 위해 원자재 가격 변동을 유연하게 반영하고 원재료가 우선 공급될 수 있도록 유관기관과 지속적으로 협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전은 향후에도 외부 환경 변화 등 예기치 못한 위기 상황에서 흔들리지 않는 견고한 전력 기자재 생태계를 구축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번 상생 대책은 공급망 위기 속에서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가 공생할 수 있는 새로운 협력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전력 인프라의 안정성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만큼 한전과 업계 간의 소통과 협력은 앞으로도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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