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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방중 앞둔 중국의 중동 승부수, 파키스탄과 이란 중재안 협력 강화

재경 외신부 기자
트럼프 방중 앞둔 중국의 중동 승부수, 파키스탄과 이란 중재안 협력 강화
©연합뉴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베이징 방문을 하루 앞두고 파키스탄과 미·이란 간 중재 상황을 긴급 점검하며 중동 발 지정학적 리스크 관리에 나섰다. 중국은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과 임시 휴전 연장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미중 정상회담에서 중동 문제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포석을 구체화했다.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이라는 대형 외교 이벤트를 앞두고 중동 정세의 키를 쥔 파키스탄과 전략적 공조를 확인했다. 중국 외교부는 왕 부장이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부총리 겸 외교장관과 전화 통화를 통해 미국과 이란 사이의 중재 노력을 높이 평가하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미중 정상회담에서 이란 핵 문제와 중동 안보가 핵심 의제로 다뤄질 것에 대비해 중국이 이미 실질적인 중재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대내외에 과시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교장관은 이번 통화에서 최근 파키스탄이 진행한 미국과 이란 간의 중재 상황을 상세히 설명하고 중국이 보여준 일관된 지지에 사의를 표명했다. 파키스탄은 중동 분쟁 발발 이후 지리적·종교적 특수성을 활용해 서방과 이슬람권 사이의 가교 역할을 자처하며 외교적 입지를 넓혀왔다. 다르 장관은 중국과의 협력을 더욱 강화함으로써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데 있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왕이 부장은 파키스탄이 미국과 이란의 협상을 성사시키고 불안정한 임시 휴전 상태를 연장하는 데 기여한 점을 외교적 성과로 규정하며 높이 평가했다. 특히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동맥인 호르무즈 해협의 개방 문제를 적절히 해결하는 것이 지역 평화 회복의 최우선 과제임을 분명히 했다. 로이터 통신은 이에 대해 중국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중동 항로의 안전 확보를 최우선 국익으로 설정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분석했다.

중국 외교 수장의 이 같은 행보는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이란 문제와 관련해 고강도의 압박이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을 요구할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대응이다. 중국은 단순히 미국의 요구에 응하는 수준을 넘어 파키스탄과 같은 우방국과의 공조를 통해 독자적인 '중동 평화 중재자'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다. 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이 중동 현안에서 일정한 영향력을 확보하고 있음을 부각함으로써 미중 관계의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고 진단했다.

중국은 그동안 이란 핵 문제와 관련해 일방적인 제재보다는 대화와 외교적 수단을 통한 해결이 필요하다는 보수적 국제 질서 유지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러한 기조는 지난 3월 왕 부장이 다르 장관을 베이징으로 초청해 발표한 5대 이니셔티브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당시 발표된 이니셔티브는 적대행위의 즉각적 중단, 평화회담 개시, 비군사 목표물 안전 보장, 항로 안전 확보, 유엔 헌장 우선성 유지를 골자로 하며 중국식 중재 모델의 핵심 축을 이룬다.

파키스탄의 역할은 단순히 외교적 수사에 그치지 않고 에너지 및 군사 협력 분야로까지 확장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이라크 및 파키스탄이 이란과 체결한 에너지 협약은 호르무즈 해협 통과 문제와 직결되어 있어 시장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일각에서는 파키스탄이 이란 군용기의 자국 공군기지 주둔을 허용했다는 보도가 나오는 등 중재국으로서의 중립성과 군사적 긴장감이 교차하는 복잡한 국면이 전개되고 있다.

다만 이러한 중국과 파키스탄의 중재 노력이 실질적인 결실을 맺기에는 여전히 높은 문턱이 존재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이란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합의 압박에 대해 과거의 손실에 대한 '전쟁 배상금'을 요구하며 강경한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어 협상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미국과 이란의 휴전 체제가 붕괴할 경우 아랍에미리트 등 주변국이 가장 먼저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며 중재의 한계를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 방문을 앞두고 무역 불균형 해소를 최우선 과제로 삼으면서도 이란 문제에 대해서는 중국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한 것은 아니라는 복합적인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이는 중국의 중재 역할을 저평가함으로써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전술적 발언으로 해석되지만 중국으로서는 불확실성을 증대시키는 요소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파키스탄과의 통화 내용을 전격 공개한 것은 이러한 미국의 압박에 밀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한다.

향후 중동 정세는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이 제안한 5대 이니셔티브가 국제적 지지를 얻으며 실질적인 평화 로드맵으로 기능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적 운영과 이란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중국의 외교적 역량 시험대는 이제 막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시장은 미중 정상의 입에서 나올 중동 관련 합의 수준이 글로벌 유가와 물류망에 미칠 파급 효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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