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11년 만에 방한한 유엔 인권 수장, 남북 신뢰 구축의 핵심으로 '인권' 지목

음영태 기자
11년 만에 방한한 유엔 인권 수장, 남북 신뢰 구축의 핵심으로 '인권' 지목
©연합뉴스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가 11년 만에 공식 방한하여 우리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북한 인권 및 이산가족 상봉 등 현안을 논의했다. 정부는 이산가족 문제를 가장 시급한 인권 과제로 제시했으며, 유엔 측은 인권을 통한 남북 간 신뢰 구축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면담은 한국의 인권 리더십과 국제 공조 체계를 재확인하는 계기가 되었다.

볼커 튀르크 유엔인권최고대표가 한국을 공식 방문하여 정부 고위급 인사들과 연쇄 면담을 갖고 북한 인권 문제 해결을 위한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 이번 방문은 지난 2015년 자이드 알 후세인 전 대표의 방한 이후 11년 만에 이루어진 유엔 인권 수장의 행보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튀르크 대표는 통일부와 외교부를 잇달아 방문하여 한반도를 둘러싼 복합적인 인권 현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튀르크 대표와의 면담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정부의 다각적인 노력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정 장관은 현재 남북 간에 가로놓인 여러 인권 현안 중에서도 이산가족 상봉을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과제로 규정했다. 이는 분단 이후 장기화된 인도적 고통을 해결하는 것이 남북 신뢰 회복의 첫걸음이라는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은 무조건적인 비판보다는 실질적인 개선을 유도하는 전략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정 장관은 북한 내 장애인 관련 제도 및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국제사회와의 협력 필요성을 언급했다. 우리 정부 역시 북한의 장애인 권리 증진 분야에서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점을 명확히 함으로써 인권 개선을 위한 실질적인 통로를 열어두었다.

튀르크 대표는 유엔 인권 정책의 총괄자로서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보고와 함께 자신의 역할에 대해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인권 개선이 단순히 인도적 차원을 넘어 남북 간의 실질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핵심 기제가 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애인 권리 증진과 여성 차별 철폐 등 북한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보이는 분야에서 대북 협력을 지속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외교적 차원에서의 인권 공조 역시 긴밀하게 논의되었으며 조현 외교부 장관과의 면담이 그 중심에 있었다. 양측은 한국과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간의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인공지능(AI) 발전에 따른 새로운 인권 위협에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중동 지역의 불안정한 인권 상황과 북한 인권의 실태에 대해서도 폭넓은 의견 교환이 이루어졌다.

조 장관은 북한 인권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 유엔이 보여준 지속적인 관여 노력을 높이 평가했다. 이에 튀르크 대표는 한국 정부가 제61차 유엔 인권이사회 북한인권 결의에 공동제안국으로 참여한 점에 대해 깊은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는 한국이 국제 인권 규범을 준수하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음을 대외적으로 공인받는 대목이다.

인권 전문가들은 이번 방한을 두고 국제기구와 개별 국가 간의 정책 조율이 한 단계 격상되었다고 분석한다. 한 인권 전문가는 "유엔 인권 수장의 방문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을 환기하고 한국 정부의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는 데 기여한다"고 평가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북한의 폐쇄적인 태도와 대화 거부 전략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대북 협력 의지만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튀르크 대표는 북한 인권 상황의 심각성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명하면서도 상황 개선을 위한 대화와 관여 노력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면담은 사전 조율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나 그 결과는 향후 정부의 대북 인권 로드맵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11년 만의 방한으로 형성된 동력은 국제사회 내 한국의 인권 외교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할 전망이다.

앞으로 정부는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와의 협력 채널을 상시화하고 북한 인권 결의안의 실행력을 높이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이산가족 상봉과 같은 인도적 현안이 정치적 상황과 무관하게 추진될 수 있도록 국제적 지지 기반을 확충하는 것도 과제다. 법치와 인권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정부의 외교 안보 전략은 이번 방한을 기점으로 더욱 구체화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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