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호르무즈 해협 열려도 하루 180만 배럴 부족... IEA "원유 수급난 연말까지 지속"

정휘 기자
호르무즈 해협 열려도 하루 180만 배럴 부족... IEA
©연합뉴스

 

중동 전쟁의 여파로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는 수급 불균형 사태가 올해 연말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 해협의 통행이 재개되더라도 하루 180만 배럴의 공급 부족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OECD 국가들의 전략 비축유 방출로 육상 재고가 급감하는 등 글로벌 에너지 안보의 불확실성은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공개한 5월 석유 시장 리포트를 통해 올해 전 세계 원유 공급량이 하루 1억 220만 배럴에 그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이는 올해 예상되는 전 세계 원유 수요량인 하루 1억 400만 배럴에 크게 못 미치는 수치다. 중동 전쟁 발발 이전과 비교해 수요 전망치는 하루 130만 배럴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공급 차질 폭이 이를 압도하며 시장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생산 차질은 전 세계 에너지 공급망의 근간을 위협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재 중단된 원유 생산량은 하루 1,400만 배럴을 넘어섰으며, 걸프 산유국들의 누적 공급 손실은 이미 10억 배럴을 돌파한 상태다. 대서양 유역의 생산 및 수출 증가가 일부 완충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나, 중동발 공급 절벽을 완전히 메우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전 세계 원유 재고는 지난 3월과 4월에만 각각 1억 2,900만 배럴과 1억 1,700만 배럴이 감소하며 가파른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특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략 비축유를 대거 방출하면서 육상 재고가 1억 4,600만 배럴이나 급감했다. 반면 해상 무역 차질로 인해 유조선에 묶인 해상 재고는 오히려 5,300만 배럴 증가하며 물류 병목 현상의 심각성을 드러냈다.

고유가와 전쟁에 따른 경기 둔화 우려로 인해 최종 소비자들의 석유 소비 위축 현상도 뚜렷하게 관찰되고 있다. 올해 2분기 전 세계 석유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하루 240만 배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연간 수요 전망치 역시 하루 42만 배럴 하향 조정되었다. 이는 시장이 위기 국면에 진입하기 전 형성되었던 공급 과잉 상태가 현재의 급격한 수급 격차를 일정 부분 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일각에서는 생산국과 소비국이 시장 신호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어 최악의 에너지 대란은 피할 수 있다는 신중한 낙관론을 제기한다. IEA는 보고서에서 "시장이 위기 국면에 접어들기 전 이미 공급 과잉 상태였고, 각국이 시장 변화에 대응하고 있어 수급 격차가 상당히 축소된 측면이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러한 시장의 자정 작용이 물리적인 공급 절대량의 부족을 완전히 상쇄하기에는 한계가 명확하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IEA는 전쟁 종식을 위한 합의가 도출되어 3분기부터 호르무즈 해협의 유류 수송이 정상화된다면 연말 무렵 수요가 다시 증가세로 돌아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파괴된 공급망의 회복 속도는 수요 증가 속도보다 현저히 더딜 것으로 예상되어 시장의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올해 마지막 분기까지 글로벌 석유 시장은 만성적인 공급 부족 상태를 유지하며 고유가 기조를 뒷받침할 것으로 예고되었다.

향후 국제 유가는 호르무즈 해협의 실질적인 통항 재개 시점과 걸프 산유국들의 생산 설비 복구 속도에 의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공급 회복의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기업과 가계가 장기적인 에너지 비용 상승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부 차원에서도 급감한 전략 비축유의 재확보 전략과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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