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중앙은행(ECB)이 중동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폭등과 인플레이션 고착화 우려로 인해 오는 6월 정책금리 인상을 단행할 전망이다. 유로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0%로 치솟은 가운데, 독일 연방은행 총재 등 주요 인사들은 물가 안정을 위한 긴축 기조 강화를 잇따라 시사했다. 시장은 내달 11일 통화정책회의를 기점으로 연말까지 최대 세 차례의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유럽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들이 중동 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방 압력을 억제하기 위해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 유로존의 거시경제 지표가 악화하면서 물가 목표치 달성이 어려워졌다는 판단이 작용한 결과다. 통화 당국은 에너지 공급망 교란이 실물 경제 전반으로 전이되는 것을 차단하기 위해 선제적 대응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요아힘 나겔 분데스방크 총재는 물가 상승세가 꺾이지 않을 경우 내달 금리 인상이 확실시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나겔 총재는 인플레이션 상황이 근본적으로 전환되지 않는다면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갈수록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현재의 물가 흐름이 ECB가 설정한 부정적 시나리오에 근접하고 있으며, 기본 시나리오 역시 두 차례의 금리 인상을 전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단기 기대 인플레이션이 이미 당국의 관리 목표치에서 벗어났다는 점은 통화 긴축의 핵심 근거로 꼽힌다.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더라도 에너지 가격 충격의 여파로 인해 고물가 현상이 예상보다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깊다. 매파 인사들은 물가 상승 압력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고 경제 전반에 고착화될 위험을 경계하고 있다.
이자벨 슈나벨 ECB 집행이사 역시 에너지 가격 상승에 따른 2차 파급 효과를 차단하기 위한 긴축 정책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슈나벨 이사는 최근 몇 주 사이 에너지 충격이 광범위하게 확산할 위험이 급격히 커졌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장의 유동성을 회수하고 금리를 높여 기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금융시장은 ECB가 내달 11일 회의를 시작으로 연말까지 금리를 두세 차례 인상하는 경로를 밟을 것으로 확신하는 분위기다.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시장 금리 역시 ECB의 긴축 행보를 반영하여 상향 조정되는 추세다. 투자자들은 당국의 금리 결정이 향후 유로존 경기 회복 속도에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로존 경제가 고물가 속 경기 둔화가 겹치는 스태그플레이션 국면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비관적 전망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4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3.0%를 기록한 반면, 1분기 경제성장률은 0.1%에 머물며 저성장 고착화 우려를 키웠다. 에너지 공급 충격이 지속될 경우 생산 비용 상승과 소비 위축이 동시에 발생하는 악순환이 우려되는 시점이다.
ECB 수뇌부는 경기 둔화 우려에도 불구하고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나겔 총재는 "장기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중기 물가 안정을 보장하는 게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일시적인 경기 침체를 감수하더라도 인플레이션의 뿌리를 뽑겠다는 강한 의지의 표현이다.
다만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현재의 경제 상황을 1970년대식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규정하는 것에 대해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라가르드 총재는 과거 오일쇼크 당시의 높은 실업률과 지속적인 물가 상승세가 지금과는 차이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과도한 공포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는 것을 경계하며 지표 중심의 냉정한 판단을 주문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이 실물 경제에 미치는 시차를 고려할 때 정책 결정의 정밀함이 요구된다고 조언한다. 한 경제 전문가는 에너지 가격 변동성이 극심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긴축의 강도와 속도가 적절하지 못할 경우 경기 연착륙에 실패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다.
향후 유로존 통화정책은 중동 정세의 전개 양상과 에너지 수급 안정 여부에 따라 그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내달 1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발표될 구체적인 금리 인상 폭과 향후 가이드라인은 글로벌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를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과 가계는 고금리 환경의 장기화에 대비한 자금 운용 전략을 재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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