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가 딥페이크와 조작적 정보 유통을 엄격히 규제하되 개인 간 메신저 대화는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민간 차원의 자율규제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는 오는 7월 시행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네이버와 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 사업자의 운영 원칙이 될 전망이다. 표현의 자유를 존중하면서도 인격권 침해와 공익 왜곡을 방지하는 시장 자율 질서 확립이 핵심이다.
민간 기구인 KISO는 13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공청회를 열고 허위조작정보에 대응하는 플랫폼 사업자의 자율규제 방향과 세부 운영 원칙을 공개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허위 사실임을 인지한 상태에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유통되는 정보를 규제 대상으로 명시한다. 특히 오는 7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법적 의무를 효율적으로 이행하기 위한 자율적 표준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주목을 받는다.
개정된 법률에 따르면 대규모 플랫폼 사업자는 허위조작정보 유통을 방지하기 위한 자체적인 관리 체계를 구축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에 따라 네이버와 카카오, 네이트 등 주요 포털사가 소속된 KISO는 법적 강제력에 앞서 민간의 자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가이드라인을 설계했다. 이는 플랫폼 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하고 악의적인 정보 조작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가이드라인의 핵심은 규제 대상의 명확한 선별과 적용 범위의 합리적 제한에 있다. KISO는 허위조작정보의 4대 요건으로 정보의 허위성 및 조작 여부, 작성자의 고의적 허위 인식, 가해 또는 부당 이익 목적, 인격권과 재산권 및 공익 침해를 규정했다. 단순한 사실관계의 오류나 개인의 의견 표명, 논평, 풍자 등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여 헌법상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배려했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및 이메일 서비스를 규제 범위에서 제외했다는 점이다. 이는 대화형 서비스가 지닌 통신 비밀의 보호라는 기본권 가치를 우선시한 결과로 분석된다. 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검열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고 플랫폼 사업자가 현실적으로 집행 가능한 수준의 규제안을 마련하겠다는 실무적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발표를 맡은 황창근 홍익대 법학과 교수는 "메신저와 메일 등 대화형 서비스는 헌법상 통신 비밀 침해나 검열 이슈가 제기될 수 있어 적용 범위에 포함될 경우 위헌 논란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황 교수는 또한 제공자의 현실적인 집행 가능성과 기본권 보호를 조화롭게 유지하는 것이 이번 가이드라인의 본질적 목표임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접근이 법치주의 원칙과 디지털 주권의 균형을 맞추는 적절한 조치라고 평가한다.
기술적 조작이 가미된 정보에 대해서는 타협 없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기로 했다. 인공지능(AI) 음성 합성 기술을 이용한 가짜 목소리나 딥페이크 영상, 그리고 맥락을 왜곡하는 허위 캡션 등이 주요 단속 대상에 포함됐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정보의 진위 판별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기술적 조작을 통한 여론 왜곡 행위를 시장 교란의 중대 범죄로 간주하겠다는 의지다.
다만 메신저 서비스가 자율규제 대상에서 빠졌다고 해서 법적 책임까지 면제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 등에서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거나 허위 사실을 유포할 경우 사안의 경중에 따라 형사처벌이나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이 발생할 수 있다. 민간 자율규제는 플랫폼의 운영 효율성을 높이는 장치일 뿐 실정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위는 여전히 사법 당국의 판단 영역에 머물러 있다.
공공의 이익을 심각하게 저해하는 사례에 대해서는 플랫폼 사업자의 적극적인 개입이 권고된다. 감염병 관련 허위 정보나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왜곡 보도 등이 대표적인 공익 침해 사례로 거론됐다. 플랫폼 사업자가 특정 정보의 허위 여부를 독자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KISO 내부에 설치된 전문 심의 절차를 거쳐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보완책도 마련했다.
향후 KISO는 이번 공청회에서 수렴된 각계 전문가와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검토하여 최종 가이드라인을 확정할 계획이다. 이는 디지털 정보 유통의 투명성을 제고하고 플랫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화하는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법적 규제와 민간 자율성이 조화를 이루는 새로운 저널리즘 표준이 국내 디지털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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