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현대차 노조, ‘20만 대 해외 이관’에 정면 반발... 고용·생존권 사수 총력전 선언

이성경 기자
현대차 노조, ‘20만 대 해외 이관’에 정면 반발... 고용·생존권 사수 총력전 선언
©연합뉴스

 

현대자동차 노동조합이 사측의 생산 물량 해외 이관 계획에 맞서 고용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2026년 임금협상 투쟁을 본격화했다. 노조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과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AI 도입에 따른 고용 보장과 정년 65세 연장을 핵심 쟁점으로 확정했다. 산업 전환기 속에서 조합원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한 강경 투쟁이 예고되면서 노사 관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2026년 단체교섭의 본격적인 막을 올리며 노사 간 팽팽한 긴장감 속에 협상을 시작했다. 이종철 현대차 노조지부장은 울산공장에서 열린 출정식을 통해 생산 물량의 해외 이관 계획에 따른 조합원들의 불안을 강하게 언급했다. 그는 사측이 생산설명회에서 20만 대 물량을 해외로 이관하는 계획을 공식화한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이번 교섭의 핵심은 고용과 생존권을 지켜내고 기득권 저하를 최소화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는 것이다.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가운데 현대차 노조는 기술 변화에 따른 일자리 감소를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을 수립했다. 노조는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인공지능(AI) 도입과 관련된 구체적인 고용 및 노동조건 보장을 요구안에 명시했다. 이는 자율주행과 전동화 가속화로 인해 기존 제조 인력의 입지가 좁아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기술 혁신이 노동자의 소외로 이어지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올해 노조의 요구안에는 경제적 보상과 복지 확대를 아우르는 광범위한 내용이 포함되어 경영진의 고심이 깊어질 전망이다. 구체적으로는 월 기본급 14만 9,600원 인상과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할 것을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또한 상여금을 기존 750%에서 800%로 인상하고 완전 월급제를 시행하여 임금 체계의 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 중인 회사의 이익을 조합원들과 정당하게 나누겠다는 논리에 기반한다.

정년 연장과 노동시간 단축 역시 이번 교섭의 성패를 가를 주요 쟁점으로 부상하며 노사 간의 치열한 공방을 예고하고 있다. 노조는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동하여 정년을 최장 65세까지 연장할 것을 요구하며 고령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을 꾀하고 있다. 아울러 노동 강도 강화가 없는 노동시간 단축과 신규 인원 충원을 통해 현장 근로자의 삶의 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고숙련 노동자의 이탈을 막고 청년 일자리 창출을 병행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우고 있다.

산업계 일각에서는 노조의 이러한 요구가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비용 부담 가중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과도한 임금 인상과 정년 연장은 기업의 투자 여력을 위축시키고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유연한 대응을 방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생산 물량의 해외 이관은 현지 시장 대응과 효율성 제고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는 측면에서 노사 간의 시각 차이가 뚜렷하다. 시장 질서와 법치 중심의 경영 판단이 노조의 생존권 논리와 충돌하는 지점이다.

이종철 지부장은 대내외적인 환경 변화 속에서도 조합원의 권익을 최우선으로 하겠다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와 대내외 자동차 산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강고한 투쟁으로 고용 안정을 쟁취하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지난해에도 세 차례의 부분 파업을 거친 후에야 교섭을 타결했던 만큼 올해도 협상 과정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노조의 단결된 힘을 바탕으로 사측의 양보를 끌어내겠다는 계산이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 6일 교섭 대표 상견례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했으나 양측의 입장 차이는 여전히 크다. 사측은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과 미래 차 전환 비용 등을 이유로 노조의 요구를 전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반면 노조는 회사의 이익 성장에 걸맞은 보상과 미래 고용에 대한 확실한 담보 없이는 물러서지 않겠다는 배수진을 쳤다.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열린 출정식은 이러한 노조의 결연한 의지를 대내외에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다.

향후 교섭 과정은 사측의 제시안 수준과 노조의 투쟁 강도에 따라 파업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이며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등 주요 대기업 노조의 파업 움직임과 맞물려 노동계 전반의 동계 투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생산 물량 이관과 AI 고용 보장이라는 신규 쟁점이 더해진 만큼 협상 타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노사가 대화와 타협을 통해 파업이라는 극단적 선택을 피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결국 이번 현대차 임금협상은 단순한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자동차 산업의 미래 경쟁력과 노동 구조의 방향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고용 세습 논란이나 정년 연장 등 민감한 사회적 이슈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국민적 관심도 높다. 사측이 제시할 고용 유지 방안과 노조가 수용 가능한 타협점 사이의 간극을 좁히는 것이 급선무다. 산업 전환기라는 거대한 파고 속에서 노사가 상생의 지혜를 발휘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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