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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순사건 진상규명 행정 공백 장기화... 유족들 "지원단장 부재로 실무 마비 상태"

이겨례 기자
여순사건 진상규명 행정 공백 장기화... 유족들
©연합뉴스

 

여수·순천 10·19 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 산하 지원단장의 공석 사태가 5개월째 이어지며 전체 신고 안건의 처리율이 56.3%에 머물고 있다. 여순사건 유족들은 실무 책임자 부재로 인한 업무 마비를 비판하며 정부에 즉각적인 단장 임명을 촉구하고 나섰다.

여순사건 희생자 유족들이 실무 조직의 수장 공석으로 인해 진상규명 절차가 사실상 중단되었다고 판단하고 정부의 조속한 행정 정상화를 요구했다. 여순항쟁 서울유족회 등 관련 단체들은 서울 종로구 청와대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여순사건지원단장의 장기 부재가 가져온 행정적 비효율성을 강력히 규탄했다. 이들은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이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중차대한 과업이 인사 문제로 지체되는 것은 법치주의와 책임 행정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주장했다.

현재 여순사건 진상규명 및 희생자 명예회복위원회의 업무 진척도는 유족들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하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위원회에 접수된 전체 8,269건의 희생자 및 유족 신고 건수 중 현재까지 처리가 완료된 사례는 4,682건으로 전체의 56.3%에 불과하다. 나머지 3,500여 건의 신고가 여전히 심의 대기 중이거나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유족들의 고령화를 고려할 때 시간적 촉박함이 더해지고 있다.

행정 공백의 핵심 원인은 실무 총괄 책임자인 여순사건지원단장의 부재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1월 고웅조 전 단장이 인사 발령으로 자리를 옮긴 이후 현재까지 후임 단장이 임명되지 않으면서 주요 의사결정 체계가 작동하지 않고 있다. 지원단은 위원회 산하에서 진상규명 조사 개시와 희생자 및 유족 결정 등을 위한 실무를 전담하는 핵심 조직이기에 단장의 부재는 곧 조직의 마비로 직결된다.

유족회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지원단장의 공석이 단순한 보직의 비움을 넘어 국가가 부여한 진상규명 의무의 방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무 조직이 동력을 잃으면서 현장 조사와 증거 수집, 위원회 안건 상정 등 모든 절차가 연쇄적으로 지연되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특히 여순사건 특별법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행정적 전문성을 갖춘 책임자가 조직을 조속히 안정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장에 참석한 유족회 관계자는 "단장 한 명의 자리가 비어 있는 사이 수십 년을 기다려온 고령의 유족들은 또다시 기약 없는 기다림 속에 방치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실무를 책임질 수장이 없는데 어떻게 방대한 분량의 진상조사 보고서가 제대로 작성되고 심의될 수 있겠느냐"며 정부의 무관심을 비판했다. 전문가들 역시 위원회의 존속 기한 내에 과업을 완수하기 위해서는 인사 적체 해소가 최우선 과제라고 지적한다.

일각에서는 신중한 인사 검증 과정이 필요하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여순사건의 역사적 민감성을 고려할 때 정치적 중립성과 전문성을 동시에 갖춘 인물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시간이 소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러한 행정적 절차가 진상규명이라는 본연의 목적을 저해할 정도로 길어지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유족들의 요구를 수렴하여 행정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즉각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원단장 임명이 늦어질수록 위원회의 공신력은 하락할 수밖에 없으며, 이는 결국 과거사 정리라는 국가적 과제의 실패로 귀결될 위험이 크다. 법과 원칙에 따른 신속한 인사 집행만이 행정의 효율성을 회복하고 유족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유일한 길이다.

향후 위원회는 단장 임명과 동시에 적체된 신고 안건 처리에 행정력을 집중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56.3%라는 낮은 처리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조사 인력의 확충과 심의 절차의 간소화 등 구조적인 개선책도 병행되어야 한다. 유족들은 정부의 향후 조치를 예의주시하며 요구 사항이 관철될 때까지 집단행동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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