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이 케빈 워시 차기 연방준비제도 의장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최종 가결하며 '워시 체제'의 출범을 공식화했다. 찬성 54표 대 반대 45표의 결과는 극명한 당파적 갈등을 드러냈으며, 신임 의장은 취임과 동시에 6%에 달하는 생산자물가 상승률이라는 가혹한 거시경제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케빈 워시 후보자는 이르면 이번 주 중 제롬 파월 현 의장의 뒤를 이어 세계 경제의 사령탑인 연방준비제도 의장에 취임한다. 미국 연방 상원은 본회의 투표를 통해 워시 후보자의 의장직 인준안을 통과시켰으며, 이는 전날 연준 이사 인준안 가결에 이은 최종 절차다. 이번 인준으로 워시 신임 의장은 오는 15일 임기가 만료되는 파월 의장으로부터 지휘권을 넘겨받아 4년간의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이번 인준 투표 결과는 미국 정치권의 심각한 양극화 현상을 그대로 투영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공화당 상원의원 53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진 반면, 민주당 측에서는 친트럼프 성향의 존 페터먼 의원만이 유일하게 찬성 대열에 합류했다. 커스틴 질리브랜드 의원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둘러싼 의회 내 갈등을 예고했다.
신임 의장으로 등극할 워시는 백악관 국가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스티븐 마이런 이사의 자리를 승계하며 연준 내 영향력을 확대할 전망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파월 의장의 금리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워시를 통한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기대해 왔다. 하지만 워시는 상원 청문회 과정에서 "대통령의 요구보다 연준 자체의 판단에 따라 통화정책을 결정하겠다"고 밝히며 중앙은행의 독립성 수호 의지를 피력한 바 있다.
'워시 연준'이 마주한 현실은 트럼프 행정부의 금리 인하 압박과는 정반대의 흐름을 보이고 있다. 미국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발표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하며 2022년 1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전쟁 여파로 인한 에너지 가격 폭등이 물가 상승의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면서 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인플레이션 우려는 더욱 깊어지는 양상이다.
소비자물가지수(CPI) 역시 전년 대비 3.8% 상승하며 약 3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해 인플레이션 재점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연준은 지난해 하반기 세 차례 금리를 인하했으나, 올해 들어서는 1월부터 4월까지 기준금리를 3.50~3.75% 수준에서 세 차례 연속 동결하며 신중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지표 악화는 시장 내에서 올해 중 추가 금리 인하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일각에서는 워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지명을 받은 인물이라는 점에서 결국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를 제기한다. 통화정책의 일관성보다는 행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에 맞춘 코드 인사가 단행될 경우 연준의 신뢰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그러나 보수적 시장 주의자들은 워시의 과거 경력을 근거로 그가 법치와 원칙에 입각한 시장 질서 확립에 주력할 것이라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있다.
워시 신임 의장의 첫 번째 시험대는 다음 달 16일부터 17일까지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될 전망이다. 그는 취임 직후 직접 주재하게 될 이번 회의에서 인플레이션 억제와 경기 부양이라는 상충하는 가치 사이에서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시장 참여자들은 워시 의장이 제시할 첫 번째 통화정책 메시지가 향후 4년의 연준 기조를 가늠할 결정적 지표가 될 것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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