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당시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였던 네덜란드 참전용사 야프 콘스탄세 예비역 육군 대령이 전우들이 잠든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영원히 잠들었다. 고인의 유해는 생전 유지에 따라 14일 오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전용사 묘역에 안장되었으며, 이로써 공원에 안장된 유엔군은 총 14개국 2,337명으로 늘어났다.
야프 콘스탄세 예비역 육군 대령의 유해가 14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에 안장됨으로써 70여 년 전 맺은 한국과의 인연이 마침내 영면에 들었다. 주한네덜란드대사관과 재한유엔기념공원관리처는 이날 오후 부산 남구 유엔기념공원 참전용사 묘역에서 고인의 안장식을 거행하고 그의 숭고한 헌신을 기렸다. 고인은 지난해 4월 13일 향년 97세의 나이로 별세하기 전, 전우들이 잠든 부산에 함께 묻히고 싶다는 간절한 뜻을 가족들에게 남겼다. 이번 안장식은 고인의 유언을 받들어 한·네덜란드 양국 정부의 긴밀한 협의와 예우 속에 엄숙히 진행되었다.
1927년 네덜란드 더벨담에서 태어난 콘스탄세 대령은 젊은 시절부터 투철한 군인 정신을 발휘한 정예 장교의 길을 걸었다. 그는 1950년 네덜란드 육군 특수전사령부의 혹독한 훈련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하며 최정예 요원의 상징인 그린베레를 수여받았다. 훈련 중대 소대장으로 복무하며 군 경력을 쌓던 고인은 1952년 지구 반대편 한반도에서 벌어진 전쟁 소식을 접하고 스스로 전장행을 결심했다. 그는 안정적인 본국 복무 대신 자유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자원입대를 선택하며 진정한 군인 정신의 표상을 보여주었다.
반호이츠 연대 소속 중위로 6·25 전쟁에 참전한 고인은 미 제2보병사단 예하 제38보병연대에 배속되어 최전방 소대장 임무를 수행했다. 1952년 3월 중부 전선 일대에서 전개된 고지 방어 작전은 고인의 전술적 역량과 용기가 빛을 발한 대표적인 전투로 기록되어 있다. 그는 빗발치는 포화 속에서도 소대원들을 독려하며 전략적 요충지를 사수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이러한 실전 경험과 지도력은 이후 전개된 연합군 작전 과정에서 부대원들에게 큰 귀감이 되었다.
고인의 임무 수행 범위는 최전방 고지에만 국한되지 않았으며 전쟁의 복합적인 갈등 상황 속에서도 빛을 발했다. 1952년 4월에는 거제도 포로수용소에 투입되어 중공군과 북한군 포로들을 경계하고 통제하는 고도의 심리적, 물리적 임무를 완수했다. 당시 포로수용소는 내부 갈등과 폭동의 위험이 상존하던 긴박한 장소였으나 고인은 엄격한 군기와 절제된 통제력을 바탕으로 질서를 유지했다. 이는 전투뿐만 아니라 전쟁 관리 측면에서도 고인이 다각적인 기여를 했음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1952년 12월 전개된 티본 능선 전투는 고인이 한국 땅에서 치른 가장 치열한 전투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그는 미군과 긴밀한 연합 방어 체계를 구축하고 중공군의 파상공세를 막아내며 연합군 진지를 끝까지 지켜내는 공을 세웠다. 고인은 극한의 추위와 수적 열세 속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용맹함을 보이며 티본 능선을 사수하는 데 핵심적인 기여를 했다. 이러한 공로로 그는 네덜란드 정의와 자유 십자 훈장, 유엔 참전 기념 훈장, 미국 동성훈장, 대한민국 대통령 부대 표창 등을 수여받는 영예를 안았다.
이날 열린 안장식에는 고인의 유가족을 비롯해 왕립 네덜란드 육군 특수전사령관과 반호이츠 연대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주한네덜란드대사와 주한미해군사령관, 부산지방보훈청, 외교부, 육군본부 관계자 등 120여 명의 내빈도 자리를 함께하며 고인의 희생정신을 추모했다. 안장식은 고인의 약력 보고, 헌화, 조총 발사 등의 순서로 진행되었으며 참석자들은 묵념을 통해 고인이 평생 간직했던 자유의 가치를 되새겼다.
주한네덜란드대사관 관계자는 "이번 안장식은 한·네덜란드 양국 간의 깊은 우정과 국제 평화 수호를 위한 희생을 기리는 뜻깊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정인 유엔기념공원관리처장은 "고인의 삶은 자유와 평화를 지키기 위해 헌신한 한 군인의 명예로운 여정이었다"며 "그의 숭고한 희생과 헌신이 미래세대까지 잘 전해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안장식이 단순한 장례 절차를 넘어 참전국과의 혈맹 관계를 공고히 하는 외교적 상징성을 지닌다고 평가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해외 참전용사들의 사후 안장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유엔기념공원의 수용 능력과 행정적 지원 체계를 재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고령에 접어든 참전용사들의 유언을 이행하기 위한 유해 송환 절차의 간소화와 예산 확보가 지속적인 과제로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참전용사 가족들에 대한 예우를 강화하여 그들이 한국에 대해 가지는 자부심을 고취시키는 정책적 배려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정부는 이번 안장식을 계기로 참전국과의 보훈 외교를 더욱 강화하고 참전용사들의 기록을 체계적으로 보존할 방침이다. 부산 유엔기념공원이 지닌 세계 유일의 유엔군 묘역이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고, 이를 국제적인 평화 성지로 가꾸어 나가는 노력이 지속될 전망이다. 고 야프 콘스탄세 대령이 남긴 자유 수호의 정신은 이제 그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전우들과 함께 부산의 흙 속에서 영원한 평화를 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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