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배우자 외도 문자 몰래 촬영해도 민사 증거 인정... 대법원 "사생활보다 실체적 진실 우선"

이성경 기자
배우자 외도 문자 몰래 촬영해도 민사 증거 인정... 대법원
©연합뉴스

 

배우자의 외도 정황을 확인하기 위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를 몰래 촬영한 사진이 민사소송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다는 대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하더라도 사생활 보호보다 실체적 진실 발견의 필요성이 크다면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있다는 자유심증주의 원칙을 재확인했다. 이번 판결은 부정행위 입증이 어려운 가사 및 민사 분쟁에서 증거 확보의 정당성 범위를 구체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대법원 2부는 외도 증거를 수집하기 위해 배우자의 휴대전화 내용을 촬영한 사진의 민사상 증거능력을 인정하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배우자 A씨가 상간자 B씨 등 3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위자료 지급 의무를 인정한 원심의 결론이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이는 민사소송에서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 할지라도 일률적으로 증거능력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기존 법리를 명확히 한 사례다.

사건의 발단은 지난 2019년 배우자의 부정행위를 의심한 A씨가 이혼 소송 과정에서 은밀히 증거를 수집하면서 시작되었다. A씨는 배우자의 차량에 몰래 녹음기를 설치해 대화를 청취하고, 배우자의 휴대전화에 저장된 문자 메시지와 사진 등을 자신의 기기로 재촬영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되어 형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확정받기도 했다.

민사 재판의 핵심 쟁점은 형사상 처벌 대상이 된 위법 수집 증거를 손해배상 소송에서 증거로 채택할 수 있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우선 차량 내 몰래 녹음 파일에 대해서는 통신비밀보호법의 엄격한 규정에 따라 증거능력을 단호히 배척했다. 현행법은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한 경우 그 내용을 재판에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도록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휴대전화 화면을 촬영한 사진에 대해서는 다른 판단을 내놓으며 증거의 가치를 인정했다. 정보통신망법을 위반하여 수집된 정보라 하더라도 민사소송의 자유심증주의 체계 아래에서는 개별적 사안에 따라 증거능력을 부여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재판부는 사생활 침해라는 불이익보다 부정행위의 실체를 밝혀야 할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경우 증거로 쓸 수 있다고 보았다.

대법원은 판결문을 통해 증거능력 판단의 구체적인 기준을 제시하며 법적 정당성을 뒷받침했다. 재판부는 "증거능력 여부는 상대방의 인격적 이익 등 보호이익과 실체적 진실 발견의 가치를 비교 형량해 개별적으로 결정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때 사건의 성격, 위법행위의 경위, 침해되는 이익의 성질, 증거확보의 긴급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사건에서 대법원은 A씨가 수집한 증거가 배우자와 제3자의 부정행위를 입증하는 데 필수적이라고 보았다. 이혼 소송이 진행 중인 특수한 상황을 고려할 때 증거 확보의 긴급성이 인정되며, 침해된 사생활의 정도가 실체적 진실 발견이라는 가치를 압도할 만큼 중대하지 않다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위법한 수단으로 얻은 사진일지라도 민사 재판에서는 유효한 증거가 되었다.

다만 이러한 판결이 위법한 증거 수집 행위 자체에 면죄부를 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이번 판결이 사생활 침해를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으며 법치주의의 근간인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할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형사적 처벌과 민사적 증거 채택이 분리됨에 따라 발생하는 법적 괴리가 일반 국민에게 혼란을 줄 수 있다는 논란도 여전하다.

실제로 '몰래 녹음'의 증거능력 문제는 최근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다른 사건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다.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 학대 사건에서 2심 재판부는 부모가 몰래 넣은 녹음기의 증거능력을 부정하며 특수교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해당 사건 역시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이며, 이번 판결이 향후 유사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법조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향후 민사소송에서는 증거 수집 과정의 위법성보다 해당 증거가 담고 있는 실체적 진실의 무게가 승패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법원은 사생활 보호라는 헌법적 가치와 권리 구제라는 민사법적 목적 사이에서 더욱 정교한 비교 형량을 요구받게 되었다. 소송 당사자들은 증거 확보의 긴급성을 증명하는 동시에 사생활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배우자#외도#문자#'몰래#촬영해도
배우자 외도 문자 몰래 촬영해도 민사 증거 인정... 대법원 "사생활보다 실체적 진실 우선" : 기업/산업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