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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 공시는 소송 방어용"...금융지주, '포용금융 리스크' 논란에 이례적 공동 해명

윤근일 기자
©연합뉴스

 

KB·신한·우리금융지주 등 국내 주요 금융지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에서 언급된 '포용금융 리스크'에 대해 정부 정책에 대한 자발적 참여 의지는 확고하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다. 이번 발표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제출한 연차 보고서의 위험 요인 기재 방식이 국내와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시장의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금융지주들은 미국 증권법상 요구되는 '완전한 정보공개' 원칙에 따라 발생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기재한 것일 뿐, 정책 방향에 대한 이견은 없다고 강조했다.

KB·신한·우리금융지주는 15일 저녁 공동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생산적·포용금융 정책 방향에 깊이 공감하며 이를 핵심 경영 방향으로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지주들이 주말을 앞둔 시점에 공동으로 대응에 나선 것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공시 내용이 정부 정책에 반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상황을 조기에 차단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이들은 이번 입장 발표를 통해 정부 정책에 대한 자발적 참여와 협력 의지를 재차 확인하며 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들 3사가 지난달 말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신고한 연차 보고서 내 '투자 위험 요소' 항목에서 시작되었다. 해당 보고서에는 포용금융 정책 등으로 인해 연체율이 증가하고 자산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는 내용이 포함되었으나, 이는 국내 사업보고서에는 기재되지 않은 사항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금융지주들이 해외 투자자들에게만 국내 정책의 부정적 측면을 부각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며 논란이 확산되었다.

금융지주 측은 이러한 공시 차이가 특정 투자자를 차별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미국 증권법의 엄격한 공시 의무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미국 공시 시스템은 투자자 보호와 발행사의 법적 책임 방어를 위해 잠재적인 위험 요인을 최대한 포괄적으로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완전한 정보공개(Full Disclosure)' 원칙에 따라 발생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까지 모두 공시 대상에 포함되었다는 것이 금융권의 설명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미국 공시는 투자자 보호와 소송 리스크 대응 체계에 따라 발생 가능한 다양한 시나리오를 포괄적으로 기재하도록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번 공시에는 포용금융 관련 내용뿐만 아니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와 가계대출 규제 변화 가능성도 함께 포함되었다.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산업 영향 등 미래의 불확실성을 초래할 수 있는 광범위한 요소들이 위험 요인으로 적시되었다.

과거 사례를 살펴보면 역대 정부의 주요 정책 관련 사항들도 예외 없이 미국 공시의 위험 요인으로 다루어져 왔다. 2015년의 기술 금융 확대 정책과 2020년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역시 당시 제출된 보고서에 잠재적 리스크로 기록된 바 있다. 심지어 2024년 국내 정치 상황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까지 공시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포용금융 관련 기재가 특별히 예외적인 조치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금융지주들은 서민과 소상공인,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접근성을 확대하는 사회적 역할 수행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점을 거듭 피력했다. 벤처 및 신산업 분야와 실물경제에 대한 자금 공급을 강화하여 국민경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금융 본연의 임무라는 인식이다. 이들은 정책 참여 과정에서도 내부 리스크 평가 시스템을 엄격히 가동하여 건전한 금융시스템 유지라는 장기적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각 금융회사의 여신제도는 내부 리스크 관리 체계와 시스템 리스크 통제 원칙에 따라 설계되어 운영되고 있다.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과정에서도 금융기관의 건전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정교한 리스크 필터링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의미다. 금융지주들은 이러한 관리 역량을 바탕으로 정책 금융의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주주 가치를 보호하는 균형점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국내외 공시 내용의 현격한 온도 차가 국내 투자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이나 정보 소외감을 줄 수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해외 시장에서는 상세히 공개되는 리스크 요인들이 국내 보고서에서는 생략되거나 완화된 표현으로 기재되는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투명한 정보 공개라는 글로벌 표준에 맞춰 국내 공시 수준도 점진적으로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향후 금융지주들은 국내외 규제 요구사항과 투자자 보호 원칙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적정한 공시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 체계를 재정비할 계획이다.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투명한 정보 공개는 기관의 신뢰도와 직결되는 핵심 요소이기 때문이다. 금융당국과의 긴밀한 소통을 통해 정책적 목표와 시장의 알 권리가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공시 가이드라인을 정립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

결론적으로 이번 해명은 금융지주의 건전성 관리 능력에 대한 자신감과 정부 정책에 대한 협력 의지를 동시에 표명한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 질서를 준수하면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금융의 역할이 강조되는 시점에서, 공시를 둘러싼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은 금융 산업의 안정성을 위해 필수적인 과정이다. 금융권은 앞으로도 철저한 리스크 관리와 투명한 소통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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