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자 중 세금 체납, 병역 미필, 전과 기록을 동시에 보유한 이가 45명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등록 후보 7,569명 가운데 이들 결격 사유를 모두 갖춘 후보들은 기초의원과 광역의원 등 풀뿌리 민주주의의 핵심 직역에 집중적으로 포진했다. 특히 특정 후보의 경우 7억 원 이상의 고액 체납과 두 자릿수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 있어 공직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15일 후보 등록을 마감한 결과, 교육감과 재·보궐선거를 제외한 7,569명의 후보 중 45명이 납세와 병역, 법 준수라는 국민의 기본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최근 5년간 세금을 내지 않은 기록이 있으며 군 복무를 마치지 않았고, 최소 1건 이상의 전과를 보유한 소위 '3관왕' 후보들이다. 대의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서 법치와 질서를 존중해야 할 공직 후보자들이 기본적인 의무조차 이행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장 경제와 법치주의 가치를 훼손하는 심각한 대목이다.
결격 사유를 동시에 기록한 45명의 후보 중 기초의원 후보가 33명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광역의원 후보는 10명이었으며, 행정 권한이 막강한 기초단체장 후보 중에서도 2명이 이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역 사회의 살림을 책임지고 조례를 제정하는 의회 후보군에 결격 사유가 집중된 점은 지방 자치의 질적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를 낳는다. 유권자의 선택을 받기 전 최소한의 준법정신을 입증해야 하는 후보자들이 오히려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행적을 보인 셈이다.
서울 강동구 제4선거구에 출마한 국민의힘 조동탁 후보는 최근 5년간 무려 7억 7,498만 원의 세금을 체납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 후보는 고액 체납 기록과 더불어 병역 미필 및 1건의 전과 기록을 동시에 보유하여 이번 선거의 도덕성 논란의 중심에 섰다. 납세는 국가 운영의 기초이자 공동체 유지를 위한 시민의 절대적 의무임에도 불구하고, 수억 원대의 체납액을 보유한 채 공직을 수행하겠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행태다.
강원 태백시 가선거구의 무소속 박무봉 후보는 준법 의식 부재의 전형적인 사례로 꼽힌다. 박 후보는 최근 5년간 9,995만 원을 체납했을 뿐만 아니라, 전과 기록이 무려 11건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 복무를 마치지 않은 상태에서 다수의 전과와 고액 체납을 기록한 후보가 지역 주민을 대표하겠다고 나선 것은 선거의 권위를 실추시키는 요인이다. 법치 국가에서 반복적인 법 위반 행위는 공직 수행의 자격 상실 사유로 간주되어야 마땅하다.
전북 고창군 가선거구에 도전하는 더불어민주당 박성만 후보 역시 2,982만 원의 체납액과 병역 미필, 1건의 전과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경북 봉화군 다선거구의 국민의힘 김재곤 후보는 2,073만 원의 체납 기록과 함께 9건의 전과를 신고했다. 전남 곡성군 나선거구의 무소속 양해영 후보도 1,571만 원의 체납과 5건의 전과, 병역 미필 기록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정당 소속과 관계없이 전국 각지에서 기본 의무를 소홀히 한 후보들이 속출하고 있는 실정이다.
병역 의무가 없는 여성 후보들 사이에서도 체납과 전과라는 이중 결격 사유를 가진 이들이 58명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기초의원 29명, 비례 기초의원 13명, 비례 광역의원 9명, 광역의원 6명, 기초단체장 1명 등이 그 대상이다. 여성 후보 중 전과 3건으로 가장 많은 기록을 가진 국민의힘 손말남 경북 경산시 가선거구 후보는 1,637만 7,000원의 세금을 체납했다. 이는 공직 후보자 선별 과정에서 정당의 내부 검증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음을 시사한다.
여성 후보 중 고액 체납 사례를 살펴보면 납세 의무 경시 풍조가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국민의힘 권보성 부산 금정구 비례 기초의원 후보는 7,496만 1,000원을 체납했으며, 같은 당 김혜란 경남 창원시 나선거구 후보는 6,242만 5,000원을 미납했다. 국민의힘 양아영 경북 포항시 바선거구 후보와 더불어민주당 최선경 충남 홍성군 가선거구 후보도 각각 5,552만 8,000원과 3,520만 7,000원을 체납했다. 이들 4명의 후보는 모두 1건의 전과 기록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었다.
선거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정당 공천의 허술함과 후보자들의 낮은 윤리 의식에서 비롯되었다고 분석한다. 한 정치학계 관계자는 "납세와 준법은 공직자가 갖추어야 할 최소한의 사회적 신뢰 자산이다"라며 "의무는 외면하면서 권리만 누리려는 후보들이 대거 등장하는 것은 대의제 민주주의의 위기다"라고 강조했다. 시장의 효율성과 법 질서를 중시하는 유권자들에게 이러한 기록은 지지 여부를 결정하는 결정적인 잣대가 될 수밖에 없다.
다만 일각에서는 후보자들의 전과나 체납 기록이 생계형 범죄나 불가피한 사업상의 위기에서 비롯되었을 가능성도 제기한다. 과거의 과오가 현재의 정책 수행 능력이나 지역 봉사 의지를 완전히 부정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그러나 공직 후보자에게 요구되는 도덕적 기준이 일반 시민보다 높아야 한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러한 변명은 설득력을 얻기 어렵다. 기계적 중립의 관점에서도 법적 의무 미이행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는 객관적 지표다.
향후 선거 과정에서 유권자들은 선관위 홈페이지에 공개된 후보자 정보를 바탕으로 엄정한 심판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당들은 이제라도 부적격 후보에 대한 철저한 사후 검증과 함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법치주의가 바로 서지 않은 지방 자치는 사상누각에 불과하며, 세금을 내지 않고 법을 어긴 이들이 세금을 집행하는 모순은 반드시 바로잡아야 한다. 투명한 정보 공개를 통한 유권자의 현명한 선택만이 지방 선거의 무결성을 지키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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