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채 30년물 금리가 5.1%를 돌파하고 10년물 수익률이 4.6%에 육박하는 등 글로벌 채권 시장이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 취임을 앞두고 급격한 혼란에 빠졌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인한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산하면서 시장은 연내 금리 인하 기대를 완전히 접고 오히려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까지 반영하기 시작했다.
미 채권 시장이 차기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수장 교체기를 맞아 강력한 금리 상승 압력에 직면하며 시장 질서의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글로벌 채권 벤치마크인 10년 만기 미국채 수익률은 미 동부시간 기준 15일 오전 10시 전장보다 12bp 오른 4.58%를 기록하며 가파른 오름세를 나타냈다. 통화정책 변화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2년 만기 미국채 금리 역시 4.08%로 9bp 급등하며 수익률 곡선 전반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미 가계 주택담보대출의 기준이 되는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심리적 저항선인 5.1%를 넘어선 5.12%까지 치솟으며 금융 소비자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 이는 지난 13일 미 재무부 입찰에서 30년물 발행 금리가 약 20년 만에 처음으로 5%대에 진입한 이후 나타난 연속적인 시장 반응이다. 채권 발행 금리의 가파른 상승은 미 연방정부의 부채 상환 부담을 급격히 악화시켜 국가 재정 운용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핵심 요인으로 지목된다.
금리 급등의 직접적인 배경에는 케빈 워시 차기 연준 의장의 취임을 앞둔 시장의 불확실성과 리더십 교체기가 자리 잡고 있다. 제롬 파월 현 의장은 15일부로 6년간의 의장직 임기를 공식 종료하고 법무부 수사가 마무리될 때까지 이사직만을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미 연방 상원은 이미 지난 13일 워시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을 가결하며 새로운 통화정책 수장의 등장을 공식화한 상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파월 의장의 긴축 기조가 정부 경제정책의 걸림돌이라 비난하며 워시 후보자를 통한 공격적인 금리 인하를 압박해 왔다. 하지만 워시 후보자가 인준 청문회에서 구체적인 금리 경로에 대해 모호한 답변을 내놓으면서 시장은 트럼프의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월가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요구와 달리 현재의 거시 경제 지표가 워시 차기 의장의 정책 선택지를 극도로 제한할 것이라고 분석한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지표는 연준의 금리 인하 명분을 정면으로 반박하며 시장의 낙관론을 잠재우는 수준까지 악화했다. 지난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하며 2022년 이후 최고치를 경신하는 기염을 토했다. 앞서 발표된 소비자물가지수(CPI) 또한 3.8% 상승률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최대 폭으로 올라 물가 안정 목표치와의 간극을 더욱 넓혔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인 호르무즈 해협 봉쇄 사태는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며 공급 측면의 인플레이션 압력을 장기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정상회담에서 전쟁 관련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되지 않으면서 국제 유가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에너지 수급 불안은 생산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기업의 경영 효율성을 저하시키고 가계 실질 소득을 갉아먹는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금융시장은 이제 연내 금리 인하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판단 아래 금리 인상 시나리오를 진지하게 검토하기 시작했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말까지 금리가 동결될 확률은 48%에 달하며, 오히려 인상될 확률도 합산 51%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재발 우려가 확산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정치적 압력만으로 금리를 내리기는 법치와 시장 원칙상 불가능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워시 차기 의장의 신중한 태도가 시장의 과도한 기대를 조절하기 위한 고도의 전략적 선택이라는 분석을 제기한다. 워시가 취임 초기 시장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매파적 입장을 취할 뿐, 결국 트럼프 행정부의 경기 부양 기조에 발을 맞출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러한 신중론은 채권 금리의 무분별한 폭주를 억제하는 유일한 심리적 방어 기제로 작용하고 있으나 그 실효성은 여전히 미지수다.
향후 미 국채 금리의 향방은 워시 차기 의장의 첫 통화정책 발언과 호르무즈 해협의 봉쇄 해제 여부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미 연방정부의 이자 비용 부담은 통제 불능 수준으로 치솟아 글로벌 금융 시스템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 투자자들은 금리 인하라는 막연한 기대에서 벗어나 고금리 환경이 고착화되는 '뉴 노멀' 상황에 대비한 자산 배분 전략을 재점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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