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6·3 지방선거 513명 무투표 당선 확정... 유권자 선택권 사라진 '깜깜이' 지역 정치 우려

음영태 기자
6·3 지방선거 513명 무투표 당선 확정... 유권자 선택권 사라진 '깜깜이' 지역 정치 우려
©연합뉴스

 

오는 6월 3일 실시되는 제10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3명과 지방의원 510명 등 총 513명의 후보자가 투표 없이 당선을 확정 지었다. 경쟁자 없는 단독 출마가 속출하며 지역 정치의 견제와 균형이 무너지고 유권자의 참정권이 침해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후보 등록 마감 결과에 따르면 이번 무투표 당선 규모는 역대 지방선거 중에서도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 마감 결과 전국적으로 기초단체장 3명과 지방의원 510명이 경쟁 후보 부재로 인해 무투표 당선권에 진입했다. 이는 선거를 통한 인물 검증과 정책 대결이라는 민주주의의 핵심 기제가 특정 지역에서 작동하지 않게 되었음을 의미한다. 유권자들은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의 행정과 입법을 책임질 공직자를 선택할 기회를 잃은 채 선거일을 맞이하게 되었다.

기초단체장 선거구 3곳에서는 단 한 명의 후보만이 등록을 마쳐 일찌감치 당선인 신분을 확보하는 상황이 발생했다. 해당 지역구에서는 투표 자체가 실시되지 않으며 선거일에 맞춰 당선인이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지방의원 선거의 경우 무려 510명의 후보가 무투표 당선 대상자로 분류되며 지역구별 정치적 쏠림 현상이 임계점에 도달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현행 공직선거법은 후보자 수가 해당 선거구의 의원 정수를 넘지 않을 경우 투표를 실시하지 않고 선거일에 그 후보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하도록 규정한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는 선거 관리의 효율성을 높이고 불필요한 예산 낭비를 막는다는 취지에서 도입되었다. 그러나 경쟁이 사라진 선거구에서는 후보자의 자질이나 도덕성을 검증할 공청회와 토론회조차 열리지 않아 '깜깜이 당선'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지방 정치 전문가들은 무투표 당선자의 급증이 지역 사회의 정치적 다양성을 저해하고 일당 독점 체제를 고착화할 위험이 크다고 경고한다. 특정 정당의 공천이 곧 당선으로 이어지는 구조 속에서 후보자들은 유권자가 아닌 공천권을 쥐고 있는 중앙당의 눈치만을 보게 된다는 지적이다. 이는 지방 자치의 본질인 지역 주민에 대한 책임 행정을 약화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무투표 당선은 유권자의 엄중한 심판권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는 점에서 대의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심각한 사안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후보자에 대한 정보 공개와 검증 절차가 생략된 채 임기를 시작하게 되는 이들에 대해 주민들의 철저한 사후 감시가 반드시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무투표 당선 지역의 경우 선거 운동 기간에도 정견 발표나 공약 홍보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각에서는 무투표 당선이 가져오는 긍정적인 측면에 주목하며 행정적 효율성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존재한다. 선거를 치르는 데 소요되는 막대한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고 선거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역 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적 논리가 민주주의의 기본 원칙인 '선택과 심판'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는 반론이 훨씬 더 큰 설득력을 얻고 있다.

향후 지방선거에서 무투표 당선 행렬을 막기 위해서는 정당 공천 제도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정치 신인들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소선거구제의 폐해를 극복할 수 있는 중대선거구제의 전면 검토나 비례대표제 확대 등 구조적인 개혁안이 논의되어야 할 시점이다. 유권자의 무관심을 방치하고 경쟁 없는 정치를 용인할 경우 지방 자치의 질적 저하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될 것이다.

이번 6·3 지방선거에서 확정된 513명의 무투표 당선자들은 향후 4년간 지역 행정과 입법의 중심에서 활동하게 된다. 이들이 투표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는 부채 의식을 갖고 더욱 낮은 자세로 주민들과 소통할지는 미지수다. 유권자들은 투표권은 행사하지 못하더라도 당선 이후의 의정 활동과 행정 집행 과정을 더욱 매섭게 감시해야 할 책무를 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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