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의 3년물 시장금리 역전 폭이 0.3%포인트대로 좁혀지며 사실상 3년 만에 최소 수준을 기록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시장에 선반영되며 국고채 금리가 급등했으나, 원/달러 환율은 중동 사태와 수급 불균형으로 인해 1,500원을 돌파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한국과 미국의 시장금리 격차가 급격히 축소되며 통화정책의 새로운 변곡점을 시사하고 있다. 17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5일 한국의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연 3.766%로 미국 3년 만기 국채 금리인 4.14%보다 0.374%포인트 낮게 형성되었다. 이는 2023년 5월 이후 가장 작은 격차로, 양국의 기준금리 상단 차이가 1.25%포인트인 점을 감안하면 시장금리는 이미 기준금리의 약 4분의 1 수준까지 근접한 상태다.
양국의 금리 역전 현상은 2022년 7월 시작된 이후 한때 1.9%포인트까지 벌어지며 자본 유출 우려를 키운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행이 지난해 7월부터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이 정책금리 인하를 논의하기 시작하면서 격차는 점진적으로 축소되는 추세를 보였다. 올해 초 중동 전쟁 발발 이후 이러한 흐름은 가속화되었으며, 이달 들어 한국의 금리 인상 기대가 반영되며 격차는 다시 0.3%포인트대로 내려앉았다.
시장금리가 기준금리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한국의 견조한 경제 지표와 물가 상승 우려가 자리 잡고 있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이 예상치를 뛰어넘는 깜짝 반등을 기록한 가운데, 중동발 고유가로 인한 인플레이션 압력이 가중되었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종료되고 조만간 인상기에 진입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이다.
한국은행 내부의 매파적 기류도 시장의 이러한 전망에 힘을 싣고 있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최근 "금리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가 됐다"고 언급하며 정책 기조의 변화 가능성을 시사했다. 지난 15일 취임한 김진일 신임 금통위원 역시 "금융 사고 예방을 위해 이자율이 다소 높은 것이 유리하다"는 입장을 밝히며 긴축 선호 성향을 드러냈다.
통화정책 변화에 대한 경계감은 국고채 금리의 연일 급등세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3년물 국고채 금리는 하루 만에 11.2bp 상승하며 3.766%로 마감했는데, 이는 2023년 11월 이후 약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다. 국고채 3년물 금리와 기준금리 간의 격차는 126.6bp까지 벌어지며 레고랜드 사태 당시인 2022년 10월 이후 최대 폭을 기록했다.
미국 시장에서도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한 금리 상승세가 관측되고 있다. 미 국채 3년물 금리는 최근 10bp 상승하며 4.14%를 기록했고, 장기물인 30년물 금리는 5.12%까지 치솟으며 2007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 수준에 도달했다. 다만 미국은 한국에 비해 금리 인상 전망이 상대적으로 약해 시장금리의 상승 폭이 한국보다 작게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한미 금리 격차가 축소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원/달러 환율은 오히려 상승하는 기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500.8원을 기록하며 한 달여 만에 다시 1,500원 선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금리 격차 축소는 원화 가치 상승 요인이지만, 현재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이를 압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외환시장의 수급 쏠림 현상도 원화 약세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한 주 동안 유가증권시장에서만 20조 원 규모의 주식을 순매도하며 원화 가치 하락을 주도했다. 이달 들어 원화 가치는 1.34% 하락하며 일본 엔화와 비슷한 수준의 약세를 보였으며, 이는 주요국 통화 중 네 번째로 높은 하락률이다.
전문가들은 금리 차이보다 대외 변수가 환율에 미치는 영향력이 커졌다고 진단한다. NH농협은행 이낙원 FX파생전문위원은 "미국의 절대 금리가 워낙 높은 상황이라 금리 격차가 줄어도 원화 자산의 매력도가 즉각 살아나지 않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중동 전쟁의 종식과 유가 안정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환율이 금리 차에 반응하는 민감도는 계속 낮게 유지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한미 금리 격차와 환율 간의 상관관계가 구조적으로 약화되었다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내국인의 해외 투자 급증과 구조적인 달러 수요가 환율의 하방 경직성을 강화하고 있어 금리 정책만으로는 환율 안정을 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시장 일각에서는 금리 격차 축소가 자본 유출을 막는 방어 기제로서의 역할에 그칠 뿐, 환율 하락을 이끌어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동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금리 격차 축소 효과가 뒤늦게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상존한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가가 안정을 되찾고 외국인의 차익실현 매물이 잦아든다면 한미 금리차 축소가 환율 하락의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러한 변화의 시점은 한국의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고 미국의 금리 동결 기조가 확고해지는 올해 하반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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