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국립창원대 '과기원 전환' 설명회 강행에 학내 갈등 증폭... 선거 앞둔 정치적 중립성 논란 확산

음영태 기자
국립창원대 '과기원 전환' 설명회 강행에 학내 갈등 증폭... 선거 앞둔 정치적 중립성 논란 확산
©연합뉴스

 

국립창원대학교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도지사 후보의 공약과 맞물린 '경남과학기술원 전환' 설명회를 개최하여 학내 구성원들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대학본부는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내세웠으나, 교수 단체는 이를 대학 해체를 전제로 한 정치적 행위로 규정하며 공약 철회와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립대학의 미래가 걸린 중대 사안이 외부 정치권의 논리에 휘말리며 대학 자율성 훼손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립창원대학교가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특정 후보의 공약인 '경남과학기술원 전환' 관련 설명회를 개최하며 학내외의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학본부는 구성원들의 정보 공유를 목적으로 내세웠으나, 교수 사회를 중심으로 선거를 앞둔 시점의 부적절성과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번 사태는 국립대학의 미래와 직결된 민감한 사안이 외부 정치권의 공약과 결합하면서 대학 자율성 침해 논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국립창원대 대학본부 기획처는 지난 14일 오후 4시 30분 창원캠퍼스에서 '특별법상 국립대학 관련 설명회'를 전격 개최했다. 이번 설명회는 이학융합학부와 공학융합학부, 기계공학부 등으로 구성된 글로컬첨단과학기술대학(GAST) 소속 교수들을 주요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장에서는 과학기술원 전환을 위한 특별법 제정 절차와 전환 시 교수들의 공무원 신분 보장 방안, 연구 환경의 변화 등이 구체적으로 소개된 것으로 확인됐다.

설명회 개최 사실이 알려지자 학내에서는 지방선거를 목전에 둔 시점과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즉각 제기됐다. 특히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가 국립창원대를 경남과기원으로 전환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 직후에 대학 측이 설명회를 열었다는 점이 논란의 핵심이다. 교수들은 대학 본부가 특정 후보의 선거 운동을 뒷받침하거나 학내 여론을 특정 방향으로 유도하려 한다는 의구심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설명회에서 과기원 전환의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한 것은 아니지만, 특정 후보의 선거 공약으로 나온 시점에 이러한 자리를 마련한 것 자체가 오해를 살 만한 일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과기원 전환의 장점 위주로 설명이 이루어졌으며, 종합대학교로서 국립창원대가 지닌 가치에 대한 고려는 턱없이 부족했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학 내부의 충분한 숙의 과정 없이 외부 논리에 끌려가는 대학 행정에 대한 강한 불만을 드러낸 것이다.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비판도 거세게 일고 있으며, 특정 학부만을 대상으로 한 설명회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비판 측은 연구 환경 변화를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GAST 소속 교수들만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연 것이 대학 전체의 의견을 왜곡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대학 공동체 내부에서 충분히 다뤄져야 할 중차대한 논의가 외부 선거 공약으로 먼저 부각된 뒤 사후 수습하듯 교수들에게 전달되는 모양새에 대한 성토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논란의 뿌리는 지난 2024년 2월 박민원 국립창원대 총장의 취임 당시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 총장은 취임 기자회견을 통해 '창원과학기술원' 설립 추진 계획을 공식화하며 대학의 체질 개선을 예고한 바 있다. 당시 박 총장은 창원 소재 한국전기연구원, 한국재료연구원 등 유관 기관과의 협력을 통해 국립창원대를 과학기술원으로 전환하고 이를 위한 특별 입법을 추진하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이후 잠잠하던 과기원 전환 논의는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박완수 경남지사 후보의 공약으로 채택되면서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박 후보의 공약은 경남과기원 설립을 위한 법률 제정을 골자로 하며, 대학과 지자체, 산업계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추진력을 확보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또한 누적식 성과연봉제 도입과 세계적 수준의 교수 유치를 위한 파격적인 인력 지원 제도 마련 등 구체적인 운영 방안까지 제시된 상태다.

하지만 국립창원대 교수회와 교수노조 등은 이러한 움직임을 대학의 정체성을 파괴하는 행위로 규정하고 '대학 해체 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강력한 투쟁을 전개하고 있다. 비대위는 경남과기원 전환이 사실상 기존 국립대학교의 해체를 의미한다며, 대학 본부가 공약 수립 과정에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를 명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박 후보 캠프를 직접 방문해 공약 철회와 공식 사과, 공약 수립 경위 공개 등을 담은 요구안을 전달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대학본부 측은 이번 설명회가 학내 구성원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정보 공유 차원의 행사였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진화에 나섰다. 대학 관계자는 "대학의 미래와 직결되는 중요한 사안인 만큼 충분한 설명과 의견 수렴 과정을 거쳐 구성원들이 스스로 판단할 수 있게 하려는 취지였다"고 해명했다. 또한 향후 총동창회와 총학생회 등 대학 내 다른 구성원 단체들을 대상으로도 순차적인 설명회를 열어 여론을 수렴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부의 갈등은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전망되며, 선거 국면과 맞물려 정치적 공방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국립대학의 특성화와 경쟁력 강화라는 명분과 종합대학교로서의 정체성 수호라는 가치가 충돌하면서, 창원대 구성원 간의 합의 도출은 더욱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향후 진행될 설명회 과정에서 대학본부가 얼마나 객관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반대 측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지가 사태 해결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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