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647년의 표류와 법치적 매듭...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복제본 봉안

음영태 기자
647년의 표류와 법치적 매듭...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복제본 봉안
©연합뉴스

 

왜구에 의해 약탈된 후 소유권 분쟁을 거쳐 일본으로 반환된 고려 시대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정밀 복제본이 충남 서산 부석사에 안착했다. 대법원의 확정 판결에 따라 원본 소유권이 일본에 있음을 인정한 이후, 한일 양국의 기술 협력을 통해 역사적 상흔을 치유하는 실질적 조치가 이뤄진 것이다. 이번 복제본은 원본의 성분과 미세한 굴곡까지 완벽하게 재현하며 법적 질서와 문화적 가치의 공존을 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충남도는 17일 오전 10시 서산 부석사에서 금동관음보살좌상 복제본 봉안식을 개최하고 수백 년을 이어온 문화재 환수 논란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이번 봉안은 지난해 5월 원본 불상이 일본으로 반환된 이후 고향을 찾지 못한 불상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 추진된 결과물이다. 복제본은 원본과 동일한 규격인 높이 50.5㎝, 무게 38.6㎏으로 제작되어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사찰에 안치되었다.

해당 불상의 역사는 고려 후기인 1330년경 서주 지역 사찰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된 시점부터 시작된다. 그러나 1378년 왜구의 약탈로 일본 나가사키현 쓰시마섬 간논지로 넘어간 뒤 수백 년간 타국에 머물렀다. 지난 2012년 10월 한국인 절도범들이 이를 국내로 반입하면서 소유권을 둘러싼 한일 간의 치열한 법적 공방이 10년 넘게 이어졌다.

부석사 측은 불상 내부에 보관된 결연문을 근거로 원본의 정당한 소유권이 한국에 있음을 강력히 주장해 왔다. 결연문에는 1330년 서산의 옛 명칭인 서주 사찰에 봉안하기 위해 제작되었다는 기록이 명확히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바탕으로 2016년 소유권 소송을 제기했으나 사법부의 최종 판단은 시장 경제의 근간인 법적 안정성에 무게를 두었다.

대법원은 2023년 10월 일본 간논지 측의 취득시효가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여 불상의 소유권이 일본에 있다는 확정 판결을 내렸다. 이는 국제법적 질서와 국내 민법상의 시효 규정을 엄격히 적용한 결과로 해석된다. 판결에 따라 원본 불상은 지난해 5월 100일간의 친견법회를 마지막으로 일본으로 돌아갔으며 이번 복제본 봉안은 그 대안적 결실이다.

이번에 봉안된 복제본은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이 주도하여 원본의 성분과 기법을 정밀하게 복원하는 데 성공했다. 일본 기업인 쿠모노스코퍼레이션이 제공한 3차원 스캔 데이터를 바탕으로 수백 년 세월이 남긴 미세한 굴곡까지 정밀하게 구현했다. 특히 원본과 동일한 재질을 확보하기 위해 합금비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한 자문회의를 거쳐 배합비를 설정하는 등 과학적 접근을 극대화했다.

제작 과정에서는 전통 방식과 현대 기술이 조화를 이루며 완성도를 높였다. 3D 데이터를 기반으로 전통 밀랍주조법에 따른 거푸집을 제작했으며 전문 조각 장인의 수작업을 통해 세부 묘사를 다듬었다. 본체 제작 후에는 전통 도금 방식인 개금 기법을 적용하여 청동 표면에 옻칠을 한 뒤 순금박을 입히는 과정을 거쳤다.

한일 양국의 문화적 신뢰는 이번 복제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다나카 세코 전 간논지 주지는 복제 허가에 기여했으며 일본 기업은 핵심 기술 데이터를 제공하며 협력했다. 충남도는 이러한 공로를 인정하여 봉안식에서 다나카 세코 전 주지와 나카니와 가즈히데 대표에게 도지사 표창을 수여하며 감사를 표했다.

일각에서는 원본 환수가 아닌 복제본 봉안에 대해 민족적 정서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비판적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약탈 문화재의 반환이라는 대의명분이 법적 시효 논리에 밀려났다는 점에 대한 유감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그러나 법치주의 국가로서 사법부의 판단을 존중하고 외교적 마찰을 최소화하면서 문화적 갈증을 해소하는 현실적인 선택이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홍종완 도지사 권한대행은 봉안식에서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 복제본 봉안은 수백 년 기다림의 끝이자 한일 양국의 문화적 신뢰가 만들어낸 값진 결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앞으로도 소중한 문화유산을 보존하고 역사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하며 문화재 관리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향후 충남도는 복제본을 통해 불상의 역사적 가치를 교육하고 보존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원본은 일본에 있으나 그 형태와 정신을 담은 복제본이 고향에 머물게 됨으로써 지역 사회의 종교적, 역사적 상징성은 회복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례는 국제적 소유권 분쟁이 발생한 문화재에 대해 기술적 복원과 협력이 새로운 해결 모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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