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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물류 위기 육상 우회로도 역부족 호르무즈 봉쇄에 운임 팬데믹 수준 돌파

재경 외신부 기자
중동 물류 위기 육상 우회로도 역부족 호르무즈 봉쇄에 운임 팬데믹 수준 돌파
©연합뉴스

 

중동 전쟁 여파로 호르무즈 해협의 통항이 마비되면서 글로벌 물류 운임이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최고치를 넘어섰다. 육상 우회로가 대안으로 부상했으나 트럭 수송의 물리적 한계와 비용 폭증으로 인해 공급망 병목 현상은 더욱 심화하고 있다. 상해발 걸프만 노선 운임은 TEU당 4,131달러를 기록하며 시장 질서를 위협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리스크가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며 글로벌 물류 생태계를 근본적으로 흔들고 있다. 육상 우회 물류망이 고육지책으로 등장했으나 수송량의 한계와 천문학적인 운임 상승이 기업들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파이낸셜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글로벌 물류 업체들은 터키를 거치는 육상 경로와 요르단, 이라크 등을 잇는 대체 노선으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병목 현상은 해소되지 않고 있다.

조선 및 해운 시황 분석기관인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중국 상해에서 홍해와 걸프만으로 향하는 노선의 운송 비용은 전쟁 이전 TEU당 980달러 수준이었다. 그러나 최근 조사 결과 이 수치는 4,131달러까지 치솟으며 과거 2021년 팬데믹 당시 기록했던 3,960달러를 경신했다. 이는 해상 경로 차단이 단순한 지연을 넘어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직결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비용 급증의 이면에는 육상 운송에 필수적인 트럭을 확보하기 위한 기업 간의 치열한 경쟁이 자리 잡고 있다. 머스크, MSC, CMA-CGM 등 주요 글로벌 선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의 항구를 잇는 긴급 트럭 노선을 개설해 대응 중이다. 빈센트 클레르크 머스크 최고경영자는 "현재 상당한 규모의 트럭 운송 역량이 동원되고 있다"며 현장의 긴박함을 전했다.

사우디의 대표적인 비료 기업 사빅 아그리-뉴트리언츠는 화물을 트럭에 실어 내륙을 가로지르는 15시간의 강행군을 이어가고 있다. 가격 정보 업체 아거스의 자료를 보면 이러한 방식의 운송은 1톤당 80달러에서 90달러의 추가 비용을 발생시킨다. 이는 제품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며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가중시키는 핵심 요인이 되고 있다.

물류 업계의 필사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육상 운송은 대형 컨테이너선이 소화하던 물동량을 대체하기에 역부족이다. 롤프 하반 얀센 하파그로이드 최고경영자는 자사 팟캐스트를 통해 걸프 지역의 무역 물동량이 기존 대비 60%에서 80%가량 급감했다고 밝혔다. 대형 선박 한 척의 물량을 대체하기 위해 수천 대의 트럭이 필요하다는 점이 물류망 복구의 근본적인 걸림돌이다.

헥사곤 그룹의 크리스티안 웬델 사장은 현재의 상황을 물류 업계의 악몽이라고 규정하며 수송 효율의 극심한 저하를 지적했다. 통상적으로 항로를 이용할 경우 한 번에 최대 5만 톤을 운반할 수 있지만 트럭 한 대의 적재량은 30톤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물리적 격차는 결국 공급망의 연쇄적인 붕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인도 타타 그룹의 자회사인 타타 컨슈머 프로덕츠는 물류 도착 지연 기간이 최대 60일에 달할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토니 스텁스 공급망 담당 부사장은 운송 기간 연장이 불러올 혼잡 현상이 시장 전반에 미칠 파장을 우려했다. 원자재 수급 불안정은 제조업 전반의 생산 차질로 이어져 국익 중심의 경제 성장 기조를 위협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육상 우회로가 단기적인 미봉책에 불과하며 오히려 인근 국가의 도로 인프라 과부하를 초래한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급격한 트럭 수요 증가가 지역 내 내수 물류 비용까지 동반 상승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보안이 취약한 분쟁 지역 인근 육로 이용에 따른 화물 탈취 위험성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로 꼽힌다.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이 장기화될 경우 글로벌 물류 지도는 근본적인 재편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특정 항로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다각화된 공급망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되었다. 향후 시장은 운임의 하향 안정화보다는 높은 비용 구조를 전제로 한 새로운 물류 질서에 적응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이러한 글로벌 물류 대란이 국내 수출 기업에 미칠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제적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대체 노선 확보를 위한 외교적 노력과 더불어 중소 수출업체들에 대한 운임 보조금 지원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시급하다. 글로벌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시대에 국가 차원의 물류 안보 전략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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