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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적 두 국가론' 공식화한 2026 통일백서, 헌법 영토 조항 위배 논란 확산

음영태 기자
'평화적 두 국가론' 공식화한 2026 통일백서, 헌법 영토 조항 위배 논란 확산
©연합뉴스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첫 '통일백서'를 통해 남북관계를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 규정하며 대북 정책의 근본적 패러다임 전환을 공식화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적대적 공세에 대응해 평화 공존을 우선하겠다는 방침이나, 이는 한반도 전체를 영토로 규정한 대한민국 헌법 정신과 배치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정부가 국가의 정체성과 직결된 통일 원칙을 사실상 수정하면서 정치권과 학계의 거센 파장이 예상된다.

이재명 정부의 대북 기조를 집약한 '2026 통일백서'에 '평화적 두 국가론'이 처음으로 명시되며 국가 통일 정책의 향방을 둘러싼 논란이 격화하고 있다. 통일부는 18일 발간한 백서 내 '한반도 평화공존 정책 추진' 항목에서 북한의 적대적 주장에 대응해 통일을 지향하는 평화적 두 국가관계로의 전환이 필요함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한다는 현실적 인식을 바탕으로 상호 체제 인정과 평화적 공존 체제를 우선 구축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정부가 매년 발간하는 공식 문서인 통일백서에 평화적 두 국가라는 표현을 직접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백서는 남북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하여 통일을 지향하면서도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를 만들어 나가겠다고 기술했다. 이러한 기술 방식은 단순한 정세 분석을 넘어 정부의 대북 정책 지향점이 '일시적 특수관계'에서 '국가 대 국가'의 평화적 관리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평화적 두 국가론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제기한 '적대적 두 국가론'에 맞대응하기 위한 정책적 대안으로 등장했다. 김정은은 2023년 말부터 남북관계를 동족이 아닌 전쟁 중인 두 교전국 관계로 규정하고 한국을 향한 적대적 발언과 헌법 개정을 이어오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이러한 공세적 변화에 대응해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고 현실적인 평화 공존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백서의 기술 내용은 대한민국 헌법 제3조와 제4조가 규정하는 영토 및 통일 원칙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정하고 있으며,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 정책의 수립과 추진을 명시하고 있다. 북한을 별개의 국가로 인정하는 듯한 '두 국가' 표현의 명시는 헌법상 북한 지역을 미수복 영토로 보는 법적 근거를 약화시킬 소지가 다분하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그동안 평화적 두 국가론을 공개적으로 거론하며 정책적 정당성을 확보하려 시도해 왔으나 그때마다 거센 반발에 직면했다. 작년 국정감사 당시 정 장관은 해당 이론이 정부 입장으로 확정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가 내부 이견이 표출되자 통일부의 안으로 확정될 것이라며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올해 2월 발간된 정책 설명 책자에서도 '사실상의 두 국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여론의 반응을 살피는 등 단계적인 공식화 과정을 밟아왔다.

통일부는 헌법 위배 논란에 대해 역대 정부의 입장을 계승한 것이라며 즉각적인 반박에 나섰다. 통일부는 기자단에 보낸 메시지를 통해 사실상 두 국가로 존재하는 현실을 고려한다는 표현이 서로의 정치적 실체를 존중했던 과거 정부의 기조와 궤를 같이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면서 평화롭게 공존하는 관계로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는 것이 헌법과 배치된다는 주장은 사실을 왜곡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백서 내에서 '통일을 지향하는'이라는 수식어를 유지함으로써 법적 논란을 회피하려는 정교한 수사적 장치를 마련했다. 지난 2월 책자에서 사용된 '사실상의 두 국가'보다 진일보한 '평화적 두 국가관계'를 명시하면서도 헌법적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쌓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는 북한의 적대적 노선에 휘둘리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대북 관리 능력을 보여주려는 이재명 정부 특유의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해석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 진영과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가의 공식 문서가 북한의 국가성을 간접적으로 승인하는 행위 자체가 법치주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우려한다. 남북관계 발전법상 남북은 국가 간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특수관계로 정의되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가 법률적 정의와 배치되는 용어를 백서에 명시함으로써 향후 대북 지원이나 교류 협력의 법적 근거가 모호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백서 발간이 향후 남북 관계의 성격을 재정의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익명의 통일 전문가는 "정부가 북한의 도발적 두 국가론에 대응해 평화라는 가치를 선점하려 했으나, 이는 국내적인 이념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영토 조항과 통일 원칙에 대한 사회적 합의 없이 정책적 용어를 변경한 것에 대한 책임론도 뒤따를 전망이다.

앞으로 정부는 평화적 두 국가론의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마련하는 동시에 국내외의 법적·정치적 비판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특히 정동영 장관이 주도하는 통일부의 정책 드라이브가 국회와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할 경우 대북 정책 전반에 대한 동력이 상실될 위험도 배제할 수 없다. 헌법 정신과 현실적 평화 사이의 간극을 어떻게 메울 것인지가 향후 이재명 정부 대북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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