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5·18 광장 집결한 여야, ‘내란 청산’과 ‘반헌법 악법’ 두고 극한 대립

음영태 기자
5·18 광장 집결한 여야, ‘내란 청산’과 ‘반헌법 악법’ 두고 극한 대립
©연합뉴스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집결한 여야 지도부가 민주주의의 가치를 강조하면서도 상대를 향한 날 선 비난전을 전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12·3 비상계엄을 내란으로 규정하며 정권 심판론을 앞세웠고, 국민의힘은 야당의 입법 독주를 헌법 파괴 행위로 몰아세우며 정면으로 맞섰다.

여야 지도부가 제46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광주에 총집결하여 영령을 추모했으나 정치적 공방은 최고조에 달했다. 민주당은 5·18 정신과 최근의 12·3 비상계엄 사태를 연결하며 내란 청산을 전면에 내걸었다. 국민의힘은 야권이 추진하는 각종 특검법과 사법 체계 개편안을 반헌법적 시도로 규정하며 5·18 정신의 왜곡을 경계했다. 양측은 광주 영령을 기리는 데에는 한목소리를 냈으나 현장에서는 지지자들과 반대파의 고성이 오가는 등 혼란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되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기념식을 기점으로 호남 민심의 이탈을 막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데 화력을 집중했다. 전북지사 공천 등 내부 잡음이 불거진 상황에서 국민의힘을 내란 세력으로 몰아세우는 선명성 전략을 택한 것이다. 정청래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을 비롯한 현역 의원 대다수가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참배하며 세를 과시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를 단순한 지역 일꾼 뽑기가 아닌 헌정 질서 파괴 세력에 대한 심판의 장으로 규정했다.

정청래 위원장은 광주 현장에서 주재한 중앙선대위 회의를 통해 12·3 비상계엄이 현재 진행형인 내란임을 명확히 했다. 그는 "5월의 광주는 끝나지 않았고 12·3 비상계엄 내란은 아직도 끝나지 않은 현재 진행형"이라며 "헌정질서를 위기에 빠뜨렸던 내란 세력을 반드시 심판하고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는 지방선거 승리의 역사를 쓰겠다"고 강조했다. 행사장 주변에서는 정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항의와 지지자들의 응원 구호가 동시에 터져 나오며 극명한 민심의 분열을 드러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공세를 자유민주주의 훼손으로 규정하며 야당의 입법 독주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였다. 장동혁 상임선대위원장은 야당이 주도한 대법관 증원과 법왜곡죄 등을 정상적인 국가에서 보기 힘든 악법으로 지목했다. 그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재명과 민주당이 끝내 밀어붙인 대법관 증원, 4심제, 전담재판부, 법왜곡죄는 반헌법적 악법들"이라며 "저들에게 5·18은 권력 확장의 도구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야당의 입법 행위를 사법부 장악 시도로 규정한 보수 진영의 시각을 대변한다.

장 위원장은 기념식 현장에서 일부 시민들로부터 내란당 해산 요구 등 거센 항의를 받았으나 일정을 강행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그는 "대통령도 죄를 지으면 재판받아야 한다고 5·18 영령들은 외치고 있다"며 그것이 진정한 5·18 정신임을 내세웠다. 국민의힘 측은 5·18 정신이 특정 정당의 전유물이 될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하며 호남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조경태, 조배숙 의원 등 중진 의원들도 대거 동행하며 당 차원의 예우를 갖췄다.

여야의 대립은 기념식의 핵심 의례인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방식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정청래 위원장과 조국 대표 등 야권 인사들은 오른팔을 흔들며 격정적으로 노래를 부른 반면, 장동혁 위원장은 손을 흔들지 않고 가창에만 임했다. 이러한 태도 차이는 5·18을 바라보는 양 진영의 시각차와 정치적 상징성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우원식 국회의장 역시 기념식 참석 후 전남대 강연 등 일정을 소화하며 입법부 차원의 관심을 표명했다.

민주당은 5·18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이 국민의힘의 반대로 무산된 점을 부각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였다. 한병도 상임공동선대위원장은 국민의힘의 반대로 개헌이 현실화하지 못했음을 지적하며 조속한 개헌 재추진을 공언했다. 이는 호남의 핵심 염원인 헌법 수록 문제를 선거 쟁점으로 삼아 정부 여당을 압박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5월 영령 앞에서 개헌 완수를 약속하며 지지층의 감성을 자극했다.

일각에서는 여야의 극한 대립이 5·18 민주화운동의 숭고한 정신을 정쟁의 도구로 전락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제기한다. 정치권 관계자는 "기념식 당일까지 서로를 내란 세력이나 헌법 파괴자로 부르는 것은 통합의 정신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야 지도부가 모두 광주를 찾아 참배했다는 사실 자체는 5·18의 역사적 무게감을 부인할 수 없다는 방증이다. 기계적 중립을 지키려는 노력 속에서도 각 진영의 정치적 이해관계는 팽팽히 맞섰다.

향후 정치권의 시선은 5·18 정신 수록을 위한 개헌 논의와 지방선거의 결과로 옮겨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 심판론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며 정권 견제론을 확산시킬 태세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입법 행위를 법치주의 파괴로 규정하고 민생과 효율 중심의 국정 운영을 강조하며 중도층 포섭에 주력할 전망이다. 광주에서 시작된 여야의 불협화음은 선거 국면이 심화됨에 따라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호남 민심의 향방은 다가오는 지방선거에서 각 정당의 성적표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이다. 민주당은 전통적 지지 기반을 사수하기 위해 역사적 상징성을 극대화하는 행보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은 여당으로서의 책임감과 헌법 수호 의지를 강조하며 호남 내의 비판적 여론을 잠재우기 위한 전략을 구사할 것으로 판단된다. 5월의 광주는 여전히 한국 정치의 가장 뜨거운 전장이자 시대적 과제를 던지는 현장으로 남았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18#광장#집결한#여야#내란
5·18 광장 집결한 여야, ‘내란 청산’과 ‘반헌법 악법’ 두고 극한 대립 : 정치/사회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