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활용한 '공급망 상생 금융프로그램'을 본격 가동하며 국내 산업 생태계의 기초 체력 강화에 나선다. 협력 중소·중견기업은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2.4%포인트의 금리 우대와 기존 대비 10% 확대된 대출 한도를 지원받게 된다. 이는 글로벌 공급망 불확실성이 심화되는 가운데 대기업과 협력사 간의 결속력을 높여 국가 차원의 위기 대응 능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적 조치다.
재정경제부는 지난 3월 공급망안정화기금을 통해 마련한 공급망 상생 금융프로그램을 19일부터 본격적으로 가동한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그램은 원재료 수급부터 완제품 생산에 이르는 공급망 전 과정에서 중소 및 중견 협력사들이 겪는 금융 부담을 실질적으로 완화하는 데 목적을 둔다. 정부는 이를 통해 국내 주요 산업의 공급망 생태계를 구조적으로 개선하고 대외 변동성에 대한 내성을 키운다는 방침이다.
허장 재정경제부 2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한국수출입은행에서 열린 공급망안정화기금 상생협약 체결식에 참석하여 주요 선도기업 대표들과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논의했다. 간담회에는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을 비롯하여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 오재균 삼성SDI 부사장, 김민식 SK온 본부장 등 국내 에너지 및 배터리 산업을 이끄는 핵심 기업인들이 대거 집결했다. 참석자들은 공급망 안정화가 기업의 생존을 넘어 국가 경쟁력과 직결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하고 상호 협력을 약속했다.
상생협약의 핵심은 대기업이 추천한 우수 협력사에 대해 한국수출입은행이 파격적인 금융 혜택을 제공하는 구조에 있다. 협약에 참여하는 대기업은 자사 공급망 내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추천하고, 수은은 이들 기업의 원재료 공급 및 구매 관련 자금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 특히 지원 대상 기업에는 최대 2.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여 시중 금리 상승에 따른 이자 비용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추기로 결정했다.
금융 지원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대출 한도 역시 기존 산정 방식보다 10% 상향 조정하여 운영한다. 자금난을 겪는 협력사들이 원활하게 원자재를 확보하고 생산 설비를 가동할 수 있도록 유동성 공급의 문턱을 낮춘 것이다. 이는 단순한 자금 지원을 넘어 중소기업들이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도태되지 않고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는 지역 균형 발전과 지방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해 비수도권 소재 기업에 대한 추가 혜택도 마련했다. 비수도권에 본사를 둔 중소·중견기업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경우 0.2%포인트의 추가 금리 우대를 제공하여 최대 2.4%포인트 범위 내에서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수도권 집중 현상을 완화하고 지방 소재 제조 기업들의 경쟁력을 제고하려는 정책적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은 원재료의 안정적 확보와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조성된 공적 기금으로 이번 상생 금융의 중추적 역할을 수행한다. 허 차관은 "이번 협약식은 공급망안정화기금의 상생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공급망 생태계를 견고하게 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원재료에서 완제품까지, 수입·생산·유통 등 공급망 전 주기에 걸쳐 대·중견·중소 기업 간 안정적인 협력관계를 형성해 공급망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위기 대응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기금을 통한 인위적인 금리 인하가 시장의 자율적 가격 결정 기구에 간섭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한다. 특정 기업들에 대한 집중적인 지원이 장기적으로는 시장의 효율성을 저해하거나 기금의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현재의 글로벌 지정학적 리스크와 공급망 위기 상황에서는 국가 주도의 전략적 금융 지원이 시장 실패를 보완하는 필수적인 수단이라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향후 정부는 이번 프로그램을 시작으로 공급망 안정화를 위한 추가적인 정책 수단을 지속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공급망안정화기금의 운용 효율성을 극대화하고 지원 대상을 확대하여 국내 산업의 허리인 중소·중견기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뒷받침할 예정이다. 기업들 역시 이번 금융 지원을 발판 삼아 공급망 다변화와 기술 자립도를 높이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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