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외국인 1조 원대 '폭탄 매물'에 코스피 7400선 붕괴... 반도체·자동차 주력주 동반 급락

정휘 기자
외국인 1조 원대 '폭탄 매물'에 코스피 7400선 붕괴... 반도체·자동차 주력주 동반 급락
©연합뉴스

 

유가증권시장이 외국인의 1조 원 규모 순매도 폭탄에 밀려 7,400선 아래로 내려앉으며 극심한 변동성 장세를 연출하고 있다. 미국발 반도체 한파와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겹치면서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시가총액 상위권 대형주들이 일제히 하락 압력을 받는 모습이다. 개인과 기관이 저가 매수에 나섰으나 외국인의 거센 이탈세를 방어하기에는 역부족인 상황이다.

국내 증시의 중추인 코스피 지수가 외국인 투자자들의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인해 장 초반부터 가파른 하락 곡선을 그리고 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은 홀로 1조 1,097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리는 주된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는 간밤 뉴욕증시에서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하락하고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가 2.5% 급락한 영향이 국내 시장으로 고스란히 전이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국 국채 금리의 고공행진과 중동 정세의 불확실성이 투자 심리를 극도로 위축시키고 있다. 미국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4.591% 수준에서 보합권을 형성하며 증시 자금 이탈 우려를 자극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이란산 원유 수출 제한과 종전 합의를 둘러싼 미국과 이란의 대립 소식이 전해지며 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증폭되는 양상이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발 반도체 업황 우려에 직격탄을 맞으며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 대비 2.67% 내린 27만 3,000원에 거래되고 있으며, SK하이닉스 역시 1.74% 하락한 180만 8,000원을 기록 중이다. 인공지능 관련 수요 기대감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금리 부담과 지정학적 위기가 기술주 전반의 밸류에이션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

자동차와 이차전지 등 다른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차는 5.28%라는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하고 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전기 등도 약세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기계·장비와 유통 업종은 각각 3.70%, 3.41% 급락하며 시장 전반의 침체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반면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 방산주와 일부 방어적 성격의 업종은 차별화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시가총액 상위 10개 종목 중 가장 높은 7.25%의 상승률을 기록하며 독주하는 모습이다. 전기·가스 업종이 2.24% 오르고 보험과 음식료 분야가 강세를 보이는 것은 시장의 자금이 안전 자산이나 실적 방어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코스닥 시장 역시 혼조세를 보이다가 1%대 하락세로 돌아서며 불안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코스닥 지수는 0.02% 오른 1,111.36으로 개장하며 반등을 시도했으나, 외국인의 1,004억 원 순매도세에 밀려 하락 전환했다. 알테오젠과 에코프로비엠이 각각 4%와 2%대 상승하며 지수를 방어하고 있지만, 레인보우로보틱스가 5%대 급락하는 등 종목별 장세가 뚜렷하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장보다 6.5원 내린 1,493.8원에 개장하며 소폭 안정을 찾는 듯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고환율 기조는 수입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이고 외국인 투자자의 환차손 우려를 자극해 자금 유출을 가속화하는 요인이 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당분간 환율 변동성이 증시의 향방을 결정짓는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현재의 하락장이 펀더멘털의 훼손보다는 대외적 불확실성에 의한 심리적 위축에 기인한다고 분석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국내 증시는 미국 국채 금리 압박과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이중고를 겪으며 변동성이 극대화된 상태다"라고 진단했다. 대외 변수가 해소되지 않는 한 외국인의 매도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다만 개인 투자자들이 유가증권시장에서 1조 원 이상의 순매수를 기록하며 지수 하단을 지지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기관 역시 823억 원 규모의 매수 우위를 보이며 외국인이 쏟아낸 물량을 소화하려는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저가 매수세 유입은 지수의 추가 폭락을 저지하는 완충지대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향후 증시는 미국의 통화정책 방향과 중동 사태의 전개 과정에 따라 방향성을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과 이란의 협상 결과와 국채 금리의 안정 여부가 시장 반등의 열쇠를 쥐고 있다. 투자자들은 개별 종목의 실적보다는 거시 경제 지표와 국제 정세 변화에 유의하며 보수적인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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