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자산운용의 타깃데이트펀드(TDF) 순자산이 4조 원을 돌파하며 업계 점유율 2위로 올라섰다. 삼성자산운용 또한 TDF ETF 시리즈에서 순자산 1조 원을 넘어서는 등 대형 운용사 간의 퇴직연금 시장 선점 경쟁이 격화하는 양상이다. 고령화 사회 진입에 따른 연금 자산 관리 수요의 폭발적 증가가 이러한 시장 팽창을 견인하고 있다.
KB자산운용은 자사의 대표적인 연금 상품인 '온국민·다이나믹 TDF 시리즈'의 순자산이 4조 원을 넘어서며 시장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날 기준 두 시리즈의 전체 순자산 합계는 4조 1,000억 원으로 집계되었으며, 이는 올해 초와 비교해 불과 몇 개월 만에 8,000억 원이 급증한 수치다. 이러한 가파른 성장세에 힘입어 KB자산운용의 국내 TDF 시장 점유율은 13.5%를 기록하며 업계 2위 자리를 탈환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타깃데이트펀드(TDF)는 투자자의 은퇴 예정 시점에 맞춰 자산 비중을 자동으로 조절하는 연금 특화형 상품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설정된 연도인 빈티지에 따라 초기에는 위험자산 비중을 높게 유지하다가,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글라이드 패스' 전략을 사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가 직접 자산 배분을 조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줄여준다는 점에서 장기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매우 높다.
KB자산운용은 투자자의 성향에 맞춘 이원화된 상품 전략을 통해 시장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성공했다. 'KB 온국민 TDF 시리즈'는 전 세계 다양한 자산에 분산 투자하는 초분산 전략을 기반으로 낮은 보수와 안정적인 운용 성과를 추구한다. 반면 'KB 다이나믹 TDF 시리즈'는 시장 상황 변화에 따라 자산 비중을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액티브형 전략을 적용하여 시장 평균 이상의 초과 수익을 목표로 삼는다.
삼성자산운용 역시 상장지수펀드(ETF) 형태의 TDF 시장에서 독보적인 성과를 내며 대형사 간의 자존심 대결을 이어가고 있다. 삼성운용의 'KODEX TDF 액티브 ETF' 시리즈 4종은 합산 순자산 1조 원을 돌파하며 ETF형 연금 상품의 대중화를 입증했다. 전날 기준 해당 시리즈의 총 순자산은 1조 90억 원을 기록하며 투자자들의 자금이 빠르게 유입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세부 상품별로 살펴보면 장기 은퇴 자산 마련을 위한 빈티지에 자금이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KODEX TDF 2050 액티브 적격'이 6,124억 원으로 가장 큰 규모를 차지했으며, 2060 빈티지가 ,1597억 원, 2040 빈티지가 1,532억 원으로 뒤를 이었다. 상대적으로 은퇴 시점이 가까운 2030 빈티지 또한 836억 원의 순자산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자금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KODEX TDF 시리즈가 단기간에 1조 원의 순자산을 모을 수 있었던 배경에는 퇴직연금 계좌에서의 투자 편의성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 상품은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퇴직연금(IRP) 계좌에서 운용 자산의 100%를 한도 제한 없이 투자할 수 있다는 강력한 장점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적인 위험자산 투자 한도 규제에서 자유롭다는 점이 효율적인 자산 배분을 원하는 연금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자산운용업계 전문가들은 TDF 시장의 양적 성장이 질적인 진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TDF 시장은 단순한 자산 배분을 넘어 액티브 운용과 ETF 구조 등 다양한 전략의 경연장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대형 운용사들이 각기 다른 강점을 내세워 상품 라인업을 다변화함에 따라 투자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지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이러한 급격한 시장 팽창과 자금 유입 속에서도 투자자들이 유의해야 할 지점은 분명히 존재한다. TDF가 자동 재배분 기능을 갖춘 안정적인 상품이라 할지라도,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극심해질 경우 원금 손실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특히 액티브형 전략이나 ETF 상품의 경우 운용 보수와 매매 비용, 그리고 기초 자산의 구성 내역을 면밀히 검토한 후 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
향후 퇴직연금 시장은 자산운용사들의 수익률 제고 능력과 비용 효율성 경쟁에 따라 판도가 재편될 전망이다. KB자산운용의 점유율 확대와 삼성자산운용의 ETF 시장 선점은 국내 연금 시장이 본격적인 성숙기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신호탄으로 해석된다. 앞으로도 고령화 추세에 맞춘 혁신적인 연금 상품 개발과 운용 역량 강화가 운용사들의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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