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화솔루션이 바이오디젤 생산 과정에서 버려지는 폐자원을 활용해 플라스틱과 섬유의 핵심 원료를 대량 생산하는 원천 기술을 확보했다. 300L 규모의 파일럿 공정에서 입증된 이번 성과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나프타 수급 불안을 해소하고 화학 산업의 패러다임을 석유에서 바이오로 전환하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한화솔루션 미래기술연구소는 공동 연구를 통해 폐자원을 고부가가치 산업용 소재로 전환하는 바이오 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이번 기술의 핵심은 바이오디젤 생산 공정의 부산물인 폐글리세롤을 원료로 삼아 플라스틱과 화장품의 필수 소재인 '1,3-프로판디올(1,3-PDO)'을 생산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이를 위해 고효율 미생물을 새롭게 개발하고 발효 공정의 효율성을 극대화하여 산업적 가치를 입증했다.
연구팀은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미생물의 대사 과정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디지털 설계 기술을 도입했다. 이 기술을 통해 미생물이 원료를 소재로 전환하는 효율을 사전에 예측하고 최적화함으로써 연구 개발의 속도와 정확도를 비약적으로 높였다. 이는 기존의 시행착오 방식에서 벗어나 데이터 기반의 과학적 설계가 실제 산업 공정에 적용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공정의 경제성과 친환경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항생제 없이도 미생물이 안정적으로 배양되는 무항생제 공정을 구현했다. 일반적인 바이오 공정에서 발생하는 항생제 오염 리스크와 환경 규제 문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며 생산 비용을 획기적으로 절감하는 데 성공했다. 이러한 공정 혁신은 글로벌 환경 규제가 강화되는 추세 속에서 국내 기업의 수출 경쟁력을 강화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연구 성과는 실험실 수준에 머물지 않고 대형 공장 설비에 적용 가능한 300L 규모의 파일럿 공정에서 성공적으로 검증되었다. 파일럿 단계에서의 높은 생산성 유지는 기술의 상업화 가능성을 판단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대규모 양산 체제로의 전환을 위한 기술적 토대가 마련됨에 따라 향후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바이오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최근 중동 전쟁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해 석유화학 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가격이 급등하며 공급망 불안정성이 심화되고 있다. 석유 기반의 원료 수급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폐자원을 활용한 바이오 원료 확보는 자원 안보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번 기술은 외부 환경 변화에 민감한 기존 석유화학 산업의 한계를 극복하고 원료 공급의 안정성을 확보하는 전략적 대안이 될 수 있다.
한화솔루션 김정대 연구소장은 "바이오 기반 원료를 활용해 기존 석유화학 공정을 대체할 수 있는 실질적인 가능성을 확인했다"며 "향후 지속가능한 화학소재를 생산하고 실제 산업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기업 차원에서 탄소 중립을 실현하고 ESG 경영을 구체화하는 실질적인 성과로 풀이된다.
KAIST 이상엽 생명화학공학과 특훈교수는 "이번 연구는 미생물 기반의 화학물질 생산이 실험실을 넘어 실제 산업 규모로 충분히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다양한 화학소재를 더욱 친환경적으로 생산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며 미생물 공학 기술의 무한한 확장성을 제시했다.
다만 바이오 기반 소재가 기존 석유화학 제품과의 가격 경쟁력에서 완벽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초기 설비 투자 비용과 원료 수급의 규모 경제 확보가 선결 과제로 남아 있다. 글로벌 유가 변동에 따라 바이오 소재의 상대적 경제성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상업화 과정에서 고려해야 할 변수 중 하나다. 이러한 시장 논리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탄소 국경세 도입 등 국제적 환경 규제 강화는 바이오 기술의 도입을 선택이 아닌 필수로 만들고 있다.
향후 연구팀은 1,3-프로판디올 외에도 다양한 고부가가치 화학 소재를 바이오 방식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 확장에 주력할 방침이다. 폐자원의 자원화 기술이 고도화될수록 국내 화학 산업의 석유 의존도는 낮아지고 친환경 소재 시장에서의 점유율은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민관 협력을 통한 바이오 생태계 구축은 미래 산업 주도권을 결정짓는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결론적으로 이번 KAIST와 한화솔루션의 협력 모델은 학계의 원천 기술과 기업의 산업화 역량이 결합해 국가적 산업 난제를 해결한 모범 사례다. 자원 순환형 경제 구조로의 전환은 기후 위기 대응과 경제적 실익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기업의 지속적인 투자가 뒷받침된다면 한국은 글로벌 바이오 화학 시장의 선두 주자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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