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일본이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응해 원유와 액화천연가스(LNG)를 상호 융통하는 '에너지 스와프'를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양국 정상은 경제 안보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AI)과 핵심 광물 분야에서도 긴밀히 협력하며 한미일 3각 공조를 공고히 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인도태평양 지역의 안정화를 위해 양국이 중추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점에 인식을 같이했다.
대한민국과 일본 정부가 비상시 에너지 수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원유 및 석유 제품, 액화천연가스(LNG)의 상호 융통과 스와프 거래 체계 구축에 나선다. 이번 합의는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의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가운데 양국의 경제적 실익과 안보적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공동 언론 발표를 통해 에너지 안보 강화 협력을 시작하기로 이재명 대통령과 뜻을 같이했다고 공식 선언했다. 양국은 향후 한국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의 '산업·통상 정책 대화'를 신설하여 구체적인 이행 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경제 안보의 핵심 동력인 인공지능(AI) 분야에서도 양국 간 호혜적 협력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AI를 새로운 과제이자 기회로 규정하고 경제 안보 전반에 걸쳐 양국 관계 당국이 긴밀히 협력할 것을 제안했다. 이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첨단 기술의 주도권을 확보하고 공급망의 안정성을 꾀하려는 양국의 공통된 이해관계가 반영된 결과다. 특히 양국은 지난 3월 체결한 '한일 공급망 파트너십'을 토대로 핵심 광물 분야의 협력을 더욱 공고히 하기로 확약했다.
첨단 산업의 필수 자원인 핵심 광물 확보를 위한 양국의 공조는 중국의 자원 무기화 가능성에 대비한 선제적 조치로 해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제 정세의 유동성을 언급하며 일한 간 공급망 협력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는 과거 일본이 대만 문제 등 지정학적 이슈에 개입할 의사를 내비친 이후 중국이 희토류 등 핵심 광물의 수출 규제에 나섰던 사례를 염두에 둔 포석이다. 양국은 특정 국가에 대한 자원 의존도를 낮추고 공급망 다변화를 위해 공동의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안보 분야에서는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한미일 3국의 긴밀한 연계가 재확인되었다. 양국 정상은 미일동맹과 한미동맹의 전략적 연계를 통해 억지력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북한 문제와 관련해 핵 미사일 문제를 포함한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며 한미일 공조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아울러 일본인 납치 문제의 즉각적인 해결을 위한 한국 정부의 지속적인 지지에 대해서도 깊은 사의를 표명했다.
중동 정세의 불안정이 에너지 수급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여 양국은 국제 해상 통로의 안전 확보에도 힘을 모으기로 했다. 특히 호르무즈 해협의 자유롭고 안전한 항행을 포함한 중동 사태의 진정을 위해 각국이 가능한 외교적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이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양국에 있어 해상 수송로의 안보가 국가 존립과 직결되는 사안이라는 현실적 판단에 근거한다. 인도태평양 지역 전반의 안정을 위해 한일 양국이 수행해야 할 책임 있는 역할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논의가 이루어졌다.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정상이 상대국 정상의 고향을 교차 방문하는 '셔틀 외교'의 복원이라는 점에서 외교적 수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월 다카이치 총리의 고향인 일본 나라현을 방문한 데 이어, 다카이치 총리가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을 찾으며 신뢰 관계를 다졌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의 고향인 안동에서 셔틀 외교를 실천할 수 있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양국 관계의 질적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양국은 앞으로도 모든 차원에서 긴밀한 의사소통을 이어가며 협력의 저변을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경제 안보 협력이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에너지 스와프의 경우 양국의 법적 체계와 비축 물량의 차이로 인해 실제 집행 과정에서 기술적 난관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공급망 협력은 양국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영역이지만, 정치적 가변성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지속 가능한 협력 메커니즘을 구축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분석했다.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국내 여론의 향배와 과거사 문제 등 잠재적 갈등 요소의 관리 또한 중요한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
향후 한일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도출된 합의 사항을 바탕으로 지역 및 국제사회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일한 관계를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계속해서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안동에서 진행된 1박 2일간의 일정은 양국 관계가 단순한 갈등 봉합을 넘어 실질적인 경제·안보 파트너십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정부는 이번 회담의 성과가 민간 부문의 경제 활력 제고와 국가 안보 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후속 조치에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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