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美 국채금리 19년 만의 최고치에 달러-원 1,508원 돌파…이란 전쟁발 인플레이션 공포 확산

윤근일 기자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세를 이어가며 달러-원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1,500원 선을 넘어선 1,508.70원에 마감했다. 이란 전쟁 장기화에 따른 인플레이션 불안감이 시장을 잠식하면서 미국 30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최고치인 5.2%에 육박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가운데 글로벌 달러 강세가 원화 가치를 강하게 압박하는 형국이다.

원화 가치가 급격히 하락하며 달러-원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돌파했다. 20일 새벽 2시 기준 달러-원 환율은 전장 서울외환시장 종가 대비 8.40원 오른 1,508.70원을 기록하며 장을 마쳤다. 이는 이날 주간 거래 종가인 1,507.80원보다도 0.90원 추가 상승한 수치로 외환 시장의 불안감을 고스란히 반영했다.

미국 국채시장에서 나타난 가파른 금리 상승세가 달러 강세를 견인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다. 30년 만기 미국 국채금리는 5.2% 선에 다가서며 2007년 7월 이후 약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경신했다. 이란 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면서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이 다시 고개를 든 것이 채권 매도세를 부추긴 결과다.

돈의 값으로 통용되는 국채금리의 상승은 곧바로 달러화 가치 상승으로 직결되었다.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99.43까지 치솟으며 지난달 8일 이후 최고점을 찍었다. 투자자들은 위험 자산보다는 안전 자산인 달러를 선택하며 시장의 변동성에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는 시장의 불확실성을 증폭시키는 결정적인 변수로 남아있다. 미국과 이란 간의 종전 협상이 뚜렷한 진전을 보이지 못하면서 시장의 실망감이 확산되는 양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주 초까지 공격을 유예하겠다고 발표했으나 시장은 이를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닌 일시적인 조치로 받아들였다.

외환 시장 전문가들은 현재의 상황을 인플레이션과 통화 정책의 본질적인 충돌로 해석하고 있다. 스코샤뱅크의 에릭 테오렛 외환 전략가는 "이제 우리는 기본으로 돌아가 인플레이션 추이와 그것이 채권 시장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연방준비제도의 입장을 면밀히 논의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는 시장의 관심이 단순한 뉴스 흐름을 넘어 거시 경제 지표의 변화로 이동했음을 시사한다.

이날 달러-원 환율은 장중 내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이며 투자자들의 심리를 압박했다. 장중 고점은 1,513.00원까지 치솟았으며 저점인 1,493.60원과의 차이는 무려 19.40원에 달했다. 야간 거래를 포함한 전체 현물환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와 한국자금중개 합산 199억 6,200만 달러로 집계되어 시장의 높은 참여도를 증명했다.

원화뿐만 아니라 주요국 통화들 역시 달러 강세의 영향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흐름을 보였다. 새벽 시간대 달러-엔 환율은 158.990엔을 기록했고 유로-달러 환율은 1.1608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었다. 역외 시장에서의 달러-위안 환율 또한 6.8165위안을 나타내며 글로벌 환율 시장의 전반적인 재편 가능성을 예고했다.

인접국 통화와의 상대적 가치를 나타내는 재정환율 역시 불안정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엔-원 재정환율은 100엔당 948.23원을 기록하며 원화의 상대적 약세를 반영했다. 역외 위안-원 환율은 221.19원에 거래되며 수출입 기업들의 환리스크 관리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일각에서는 현재의 환율 상승이 과도한 공포 심리에 기반한 일시적 오버슈팅일 가능성을 제기한다. 전쟁 불확실성이 이미 가격에 상당 부분 반영되었으며 트럼프 대통령의 공격 보류 발언이 협상의 여지를 남겨두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국채금리의 구조적 상승이 멈추지 않는 한 환율의 하향 안정화를 기대하기는 이르다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향후 외환 시장은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여부와 중동 정세의 전개 방향에 따라 요동칠 전망이다. 연방준비제도가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고금리 기조를 유지할 경우 달러-원 환율의 추가 상단 개방은 불가피해 보인다.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비한 보수적인 자금 운용 전략을 수립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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