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서해 위성발사장에서 최근 로켓 엔진 연소 시험을 실시한 것으로 의심되는 흔적이 상업 위성 사진을 통해 확인되었다. 엔진 시험대 인근 초목이 열기에 고사하고 귀빈용 관람대 건설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드는 등 북한이 실패했던 정찰위성 발사를 재개하려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위성 사진 분석 결과 발사장 주변 지형의 변화가 뚜렷하게 감지되며 북한의 기술적 움직임이 포착되었다. 미국의 상업위성 플래닛랩스가 촬영한 사진에 따르면 지난 12일부터 14일 사이 발사장 엔진 시험대 인근 언덕에서 초목이 검게 타 죽은 흔적이 확인되었다. 이는 로켓 엔진의 고정 시험발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고온의 화염과 가스가 주변 식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수직시험대 주변의 물리적 변화도 함께 포착되어 엔진 시험 실시 가능성을 강력히 뒷받침한다. 지난달 23일부터 이틀간 촬영된 사진에서는 수직시험대에 설치되어 있던 보호 덮개가 뒤로 밀려난 모습이 확인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이를 엔진 시험 전 준비 작업을 수행하거나 시험 장비를 배치하기 위한 공간 확보 차원의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이번 시험이 수직엔진시험대에서 이루어졌다는 점은 북한의 기술적 선택지를 시사하는 중요한 대목이다. 수직시험대는 통상 액체 추진 로켓 엔진의 성능을 검증하는 데 사용되는 시설로 알려져 있다. 북한이 최근 은밀성이 높은 고체 연료 엔진 개발에 주력해왔으나, 기존 액체 연료 체계의 개량 작업도 병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 3월 실시된 고체 엔진 시험과는 확연히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당시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대륙간탄도미사일용 신형 탄소섬유 고체엔진 시험을 수평시험대에서 진행하고 이를 대외적으로 선전했다. 반면 이번 시험은 수직 시설에서 비공개로 진행되었으며, 북한 관영 매체들은 관련 사실을 일절 보도하지 않고 있다.
발사장 내부에서는 대규모 건축 공사가 동시다발적으로 진행되며 정찰위성 발사 임박설에 무게를 더한다. 위성 사진에는 발사대와 약 1.7km 떨어진 지점에 귀빈용 관람대로 추정되는 직사각형 건물이 들어서는 징후가 포착되었다. 이 건물은 길이 약 30m, 폭 약 12m 규모로 중앙부가 높고 양측면이 낮은 독특한 형태를 갖추고 있다.
해당 건축물은 김정은 위원장의 과거 지시 사항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22년 3월 서해 위성발사장을 방문했을 당시 발사대 맞은편 안전지대에 현대적인 관람석을 건설하라고 명한 바 있다. 2년여 만에 구체적인 건축물이 완공 단계에 접어들면서 고위급 인사의 참관을 염두에 둔 최종 정비 단계라는 해석이 나온다.
발사장 주변의 인프라 정비 작업도 정찰위성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는 또 다른 지표다. 지난달 말부터 발사장 정문과 주차장에 가림막이 설치되었으며, 지난 16일부터 17일 사이에는 건물로 이어지는 진입 도로를 포장하는 작업이 확인되었다. 가림막 설치는 외부의 시각적 감시를 차단하고 내부 기자재 반입이나 인력 이동을 은폐하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은 제9차 노동당대회에서 제시된 국방력 발전 5개년 계획의 연장선상에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더욱 진화된 정찰위성' 확보를 핵심 과제로 상정하고 우주 개발 기술의 진보를 독려해왔다. 엔진 시험은 위성 발사체의 추력을 검증하는 필수 단계로, 실제 발사 전 거치는 통상적인 절차 중 하나로 평가받는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과거 발사 패턴에 주목하며 도발 시기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경고하고 있다. NK뉴스는 "북한이 위성 발사 전 항상 엔진시험을 진행한 것은 아니지만 지난 2024년에도 이러한 양상을 보인 사례가 있다"고 분석했다. 엔진 시험 이후 데이터 분석과 최종 조립 과정을 거쳐 수개월 내 실제 발사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우리 군 당국은 북한의 동향을 예의주시하며 철저한 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이번 위성 사진 분석 결과와 관련하여 "관련 동향을 이미 감시하고 추적해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미 정보당국은 서해 위성발사장의 시설 변화가 단순한 유지보수인지 아니면 즉각적인 발사를 위한 준비인지를 정밀 분석 중이다.
다만 이번 징후가 반드시 즉각적인 발사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신중론도 일부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엔진 시험 과정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견될 경우 발사 일정이 예상보다 더 연기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또한 대규모 건축 공사가 여전히 진행 중인 만큼 시설 완공 시점까지 실제 발사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북한은 지난 2023년부터 총 4차례에 걸쳐 군사정찰위성 발사를 시도하며 우주 전력 확보에 사활을 걸어왔다. 1차와 2차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으나, 2023년 11월 3차 발사에서 '만리경 1호'를 궤도에 진입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2024년 5월에 진행된 4차 발사는 1단 발사체가 공중에서 폭발하며 기술적 한계를 드러냈다.
4차 발사 실패 이후 상당 기간 침묵을 지켜온 북한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실패 원인에 대한 기술적 보완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었을 가능성과 함께, 내부 체제 결속을 위한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시급한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동창리에서 포착된 화염의 흔적은 북한의 우주 개발 야욕이 여전히 현재 진행형임을 보여준다.
향후 북한은 엔진 시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발사체의 안정성을 최종 점검할 것으로 전망된다. 관람대 건설과 도로 포장이 완료되는 시점이 북한 지도부가 설정한 최적의 발사 시기가 될 확률이 높다. 국제사회는 북한의 이러한 행보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임을 경고하며 추가 도발 억제를 위한 국제 공조를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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