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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안기부 기획'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에 사후 무죄 구형... 41년 만의 명예 회복

김영 기자
검찰, '안기부 기획' 간첩 조작 사건 피해자에 사후 무죄 구형... 41년 만의 명예 회복
©연합뉴스

 

전두환 정권 시절 안기부의 정보원 활동 제의를 거절했다가 간첩으로 몰려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던 고(故) 문철태 씨가 사망 8년 만에 검찰로부터 무죄를 구형받았다. 광주지검은 이번 사건이 안기부에 의해 기획된 조작극임을 인정하고 사법부의 최종 판단을 요청했다. 1985년 확정판결 이후 41년 만에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인권 침해 사실이 법정에서 공식 확인된 셈이다.

검찰이 전두환 정권 시절 안기부의 조작으로 간첩 누명을 썼던 고(故) 문철태 씨에게 사후 무죄를 구형하며 국가의 과오를 공식 인정했다. 광주지검은 20일 광주지법 형사13부(이정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재심 공판에서 피고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무죄 선고가 마땅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번 조치는 과거 안기부가 정보원 포섭에 실패하자 보복성으로 간첩 혐의를 씌웠다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의 조사 결과를 수용한 결과다. 검찰은 피고인이 이미 사망했으나 과거의 잘못된 기소와 판결을 바로잡기 위해 무죄 구형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했다.

문 씨는 1980년대 중반 일본 오사카 금강학원에서 파견 교사로 근무하던 중 안기부의 표적이 되어 일생이 파괴되는 비극을 겪었다. 당시 안기부는 문 씨가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계열 학교 교장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그를 반국가단체 구성원과 회합한 간첩으로 몰아세웠다. 문 씨는 수사 과정에서 정당한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한 채 국가보안법 및 반공법 위반 혐의로 기소되어 법정에 서야 했다. 당시 공권력은 문 씨를 상대로 한 정보원 활동 요구가 거절당하자 이를 구실로 대대적인 간첩 조작 시나리오를 가동했다.

사법부는 1985년 원심에서 안기부의 수사 기록을 전적으로 수용하여 문 씨에게 무기징역이라는 중형을 확정했다. 문 씨는 이후 13년 동안 차가운 감옥에서 청춘을 보낸 뒤 1998년에야 가석방으로 사회에 복귀할 수 있었다. 그러나 석방 이후에도 그는 간첩이라는 낙인과 수사 당시 겪었던 고문의 후유증으로 평생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다. 교육자로서의 명예는 실추되었고 사회적 고립 속에서 투병하던 문 씨는 끝내 2018년 세상을 떠났다.

국가 공권력의 횡포는 문 씨 개인을 넘어 그의 가족 전체로 번지며 한 가정을 완전히 파탄에 이르게 했다. 당시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문 씨의 아들 역시 안기부에 의해 '가족 간첩단'의 일원으로 조작되어 징역 7년의 실형을 선고받는 참혹한 대가를 치렀다. 부자가 동시에 간첩으로 몰린 이 사건은 당시 정권이 사회적 공포를 조성하기 위해 기획한 대표적인 인권 침해 사례로 기록되었다. 아들 문 씨는 부친이 사망한 이후에도 진실을 밝히기 위한 법적 투쟁을 멈추지 않았다.

진실화해위는 2024년 정밀 조사를 통해 이 사건의 실체가 안기부의 정보원 포섭 실패에 따른 보복이었음을 명확히 규정했다. 위원회는 안기부가 문 씨에게 정보원 활동을 강요했으나 문 씨가 이를 단호히 거절하자 간첩 혐의를 씌워 기획 수사를 벌였다고 결론지었다. 이러한 결정은 수십 년간 묻혀 있던 진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며 사법부의 재심 개시를 이끌어냈다. 국가 기관이 개인의 양심을 억압하고 이를 위해 사법 체계를 악용한 전형적인 사례로 평가받는다.

아들 문 씨는 진실화해위의 진상규명 결과를 바탕으로 재심을 청구하여 올해 1월 광주고법에서 먼저 무죄 판결을 받아냈다. 아들의 무죄 확정은 부친인 고 문철태 씨의 재심 절차에도 강력한 법적 근거와 동력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미 2018년 사망한 부친을 대신해 아들은 끝까지 법정 싸움을 이어가며 가문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번 검찰의 무죄 구형은 아들의 무죄 판결에 이은 가문의 명예 회복을 위한 마지막 법적 절차인 셈이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이번 검찰의 구형이 과거 권위주의 정부 시절 무너졌던 법치주의의 기틀을 바로잡는 상징적 행위라고 분석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공권력이 개인의 양심을 도구화하려다 실패하자 법을 악용해 보복한 사건에 대해 이제라도 국가가 사죄하는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사후 재심을 통해서라도 피해자의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법치주의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며 사법 시스템의 신뢰를 회복하는 과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향후 유사한 과거사 사건의 재심 절차에도 이번 사례가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에서는 지나치게 오래된 사건의 재심이 사법 자원의 낭비나 법적 안정성 저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기도 한다. 하지만 국가가 조직적으로 증거를 조작하고 인권을 유린한 사건에 대해서는 실체적 진실 발견이 법적 안정성보다 우선한다는 것이 사법부의 일관된 흐름이다. 과거의 잘못을 바로잡는 과정이 오히려 국가 시스템의 신뢰를 높이고 미래의 법적 정의를 담보하는 길이라는 반론이 지배적이다. 헌법적 가치를 훼손한 중대한 범죄에 대해서는 시효와 상관없이 국가의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광주지법은 이번 재심 사건에 대한 최종 선고 공판을 내달 10일로 예정하고 사법적 정의의 마지막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검찰이 무죄를 구형하고 핵심 증거들이 조작된 것으로 확인된 만큼 재판부 역시 무죄를 선고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41년이라는 긴 세월을 돌아 마침내 문 씨와 그 가족이 국가로부터 공식적인 명예 회복을 받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사후에나마 이루어지는 이번 판결은 피해자의 넋을 기리고 유족들의 깊은 한을 씻어내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건은 국가 정보기관의 무소불위 권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파괴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뼈아픈 역사의 기록으로 남을 전망이다. 향후 정부와 사법 당국은 유사한 사례가 재발하지 않도록 수사 과정의 투명성을 강화하고 인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더욱 공고히 해야 한다. 정의의 실현은 비록 늦었을지언정 결코 멈추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번 재심 과정이 증명하고 있다. 국가의 폭력에 희생된 이들을 위한 진정한 치유는 철저한 진상 규명과 책임 있는 사법적 판단에서 시작된다는 교훈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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