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전자 총파업 앞두고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부상... 정부 강제 중단 검토

이성경 기자
삼성전자 총파업 앞두고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부상... 정부 강제 중단 검토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의 사후조정이 최종 결렬되면서 정부가 21년 만에 긴급조정권을 발동해 노조의 총파업을 강제로 중단시키는 방안을 본격 검토 중이다. 노조가 내일자로 무기한 총파업 돌입을 선언함에 따라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명분으로 법적 최후 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을 열어두었다. 이번 조치가 시행될 경우 2005년 대한항공 파업 이후 처음으로 국가가 민간 기업의 쟁의 행위에 직접 개입하게 된다.

삼성전자 노사의 마지막 협상 창구였던 중앙노동위원회의 사후조정이 성과 없이 종료되면서 노조의 총파업이 현실로 다가오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사측이 의사결정을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며 예정대로 적법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방침을 확정하다. 정부는 주무 부처인 고용노동부를 중심으로 대화를 통한 해결을 강조하고 있으나 내부적으로는 파업 강제 중단을 위한 행정 절차 준비에 착수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국민 경제에 미칠 파급력을 고려해 긴급조정권 발동이 불가피하다는 신호를 잇따라 보내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겠다고 공식 표명하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기본권 보장의 한계를 언급하며 공공복리를 위한 노동권 제한 가능성을 시사하다.

긴급조정권은 노동조합법 제76조에 의거하여 현저히 국민 경제를 해하거나 국민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있을 때 노동부 장관이 발동하는 권한이다. 이 권한이 행사되면 노조는 즉시 30일간 모든 파업 활동을 중단해야 하며 중앙노동위원회의 강제 조정 절차에 응해야 하다. 만약 조정이 성립되지 않을 경우 중앙노동위원회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 중재안을 강제로 확정하여 노사에 부과하다.

산업계는 삼성전자 총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직·간접적인 경제적 손실 규모가 약 100조 원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다. 반도체 생산 라인의 특성상 단 한 번의 가동 중단만으로도 천문학적인 피해가 발생하며 이는 국가 신인도 하락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경제 6단체는 정부에 긴급조정권 발동을 강력히 건의하며 산업 생태계 보호를 위한 결단을 촉구하다.

정부의 이 같은 움직임은 헌법상 보장된 노동 3권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점에서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사고 있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이미 한국 정부에 긴급조정권 제도의 폐지를 권고한 바 있어 국제적 위상 하락에 대한 우려도 제기되다. "노동조합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쟁의권을 확보했음에도 정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이를 무력화하려 한다"는 비판이 노조 측에서 거세게 일다.

결정권자인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민주노총 위원장 출신이라는 배경 때문에 이번 사안을 두고 깊은 고심에 빠진 것으로 알려지다. 김 장관은 과거 철도노조 위원장 시절 긴급조정권 발동에 반대하며 연대 파업을 주도했던 이력이 있어 이번 결정이 자신의 정치적·사회적 정체성과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다. 그러나 국무총리와 대통령이 직접 긴급조정 가능성을 언급한 상황에서 장관 개인의 소신보다는 정권의 경제 안정 기조를 우선할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과거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사례는 단 4차례에 불과하며 가장 최근의 사례는 21년 전인 2005년 대한항공 파업 당시이다. 당시에도 정부의 강제 개입은 노정 관계를 급격히 냉각시켰으며 이후 장기간 법적·정치적 공방이 이어진 바 있다. 삼성전자라는 상징적 기업을 대상으로 이 제도가 다시 부활할 경우 향후 국내 노동 시장의 지형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다.

정부는 노조의 파업 돌입 직후 실제 피해 상황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며 발동 시점을 저울질할 계획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사후조정 결렬 이후에도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으나 노사 양측의 입장 차이가 워낙 확고해 타결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평가를 받다. 결국 공은 정부로 넘어갔으며 경제적 실익과 노동 기본권 보호라는 두 가치 사이에서 정부가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이번 사태의 향방이 갈릴 전망이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총파업#앞두고#21년#만의
삼성전자 총파업 앞두고 21년 만의 '긴급조정권' 부상... 정부 강제 중단 검토 : 기업/산업 : 재경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