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창영 2차 종합 특별검사팀이 비상계엄 당시 국가정보원이 미국 중앙정보국(CIA) 책임자를 불러 계엄의 취지를 설명한 정황을 포착하여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특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지시와 홍장원 전 1차장의 재가를 거쳐 영문 번역된 계엄 설명자료가 전달된 것으로 보고 전직 정무직 6명을 내란 혐의로 입건했다. 이번 수사는 국가 핵심 정보기관이 위헌적 계엄의 대외적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적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권창영 특별검사팀은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가정보원이 주한 미국 CIA 책임자를 청사로 불러 계엄의 배경과 정당성을 설명했다는 구체적인 정황을 확인했다. 특검팀은 조태용 전 국정원장의 지시에 따라 1차장 산하 해외담당 부서가 해당 임무를 수행했으며, 당시 실무 지휘라인에 있던 홍장원 전 1차장이 이 모든 과정을 보고받고 최종 재가했다고 판단했다. 이는 국가 정보기관이 헌법 파괴적 행위에 가담하여 우방국을 대상으로 여론 조작을 시도했다는 중대한 혐의를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특검은 지난 4월 국정원 압수수색을 통해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해외에 선전하기 위해 작성된 '대외 설명자료'를 핵심 증거로 확보했다. 해당 문건은 비상계엄 선포 이튿날인 2024년 12월 4일 오전, 대통령실 국가안보실로부터 국정원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되었다. 특검팀은 국정원 관련자 40여 명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한글로 작성된 문건이 안보실로부터 하달되었고, 이를 국정원이 영문으로 긴급 번역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국정원 해외담당 부서는 번역된 문건의 취지에 따라 CIA 책임자를 직접 대면하여 계엄의 불가피성을 역설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 과정이 단순한 외교적 정보 공유를 넘어 내란 행위의 사후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조직적 움직임이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 전 원장과 홍 전 차장을 비롯한 전직 국정원 정무직 직원 6명을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입건하여 강도 높은 조사를 진행 중이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홍장원 전 차장은 특검의 이 같은 판단이 누군가의 허위 진술에 기반한 것이라며 혐의를 강력히 부인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조 전 원장이나 안보실로부터 미국 측에 메시지를 전달하라는 지시를 받은 사실이 전혀 없음을 강조했다. 그는 자신이 CIA에 특정 내용을 전달하라고 지시하거나 관련 보고를 받은 적도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내란 관여 의도가 있었다면 대통령의 직접 지시를 따랐을 것이지, 실효성이 낮은 CIA 메시지 전달에 주력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내란에 관여하려고 했으면 대통령이 전화해서 직접 지시까지 했는데 그 지시에 따르지 굳이 CIA에 메시지를 전달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라며 특검의 프레임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또한 자신에게 지시를 받았다는 실무자를 대조하면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며 결백을 호소했다.
당시 국정원 내부의 권력 갈등과 지휘 체계의 혼선도 이번 사건의 주요 배경으로 거론되고 있다. 2024년 12월 4일은 조 전 원장이 홍 전 차장의 교체를 결심한 시점으로, 두 사람 사이의 신뢰 관계가 이미 파탄 난 상태였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서는 지휘부 간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았던 시기에 이처럼 민감한 대외 업무 지시가 정상적으로 이행되었을지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비상계엄 당일인 12월 3일 밤에도 두 사람은 국정원 운영 방향을 놓고 심각한 견해차를 보였던 것으로 확인되었다. 홍 전 차장은 방첩사가 정치인들을 연행하러 다닌다는 사실을 보고하며 원장의 지침을 요구했으나, 조 전 원장은 화를 내며 자리를 피했다는 것이 홍 전 차장의 주장이다. 반면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이 특정 정치인에게 전화를 하라고 제안하는 등 정치적 중립을 위반하여 경질을 건의했다고 반박했다.
특검팀은 이러한 상반된 진술 속에서도 국정원 내부 문서와 실무자들의 일관된 진술이 혐의 입증에 충분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안보실에서 국정원으로 문건이 넘어온 경로와 영문 번역 작업에 참여한 실무자들의 기록이 명확하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은 오는 22일 홍 전 차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하여 대외 설명자료 배포의 최종 책임 소재를 가릴 방침이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정원의 행위가 통상적인 대외 정보 교류의 일환이었을 가능성을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동맹국과의 정보 공유는 국정원의 고유 업무이며, 급박한 정세 변화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실무적 절차일 수 있다는 시각이다. 다만 계엄 자체가 위헌적 요소가 강했던 만큼, 이를 옹호하는 활동 역시 법적 책임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특검은 홍 전 차장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는 대로 조태용 전 원장에 대한 추가 조사와 신병 처리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다. 이번 수사는 국가 정보기관이 정권의 위기 상황에서 어떠한 방식으로 동원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시금석이 될 전망이다. 향후 재판 과정에서 국정원의 대외 설명 활동이 내란의 실행 행위로 인정될지 여부가 사법적 판단의 핵심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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