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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오스 호텔 추락사 사건 대포통장 조직원들, 치사 혐의 벗고 1심서 집행유예 선고

이겨례 기자
라오스 호텔 추락사 사건 대포통장 조직원들, 치사 혐의 벗고 1심서 집행유예 선고
©연합뉴스

 

라오스에서 대포통장 모집책으로 유인된 지인이 감금 끝에 추락사한 사건과 관련하여, 재판부가 가해 조직원들에게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부산지법은 피고인들에게 적용된 특수중감금치사 혐의에 대해 사망과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감금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만을 유죄로 인정했다. 검찰은 징역 8년에서 10년의 중형을 구형했으나 법원은 사망의 책임을 피고인들에게 전적으로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국외이송유인 및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40대 A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A씨에게 보호관찰과 더불어 80시간의 사회봉사를 함께 명령하며 범행의 엄중함을 경고했다. 특수중감금치사 혐의로 기소된 60대 중국인 B씨 역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아 실형을 면하게 되었다. 이번 판결은 해외 취업을 미끼로 한 범죄 조직의 가혹행위 과정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에 대해 사법부가 엄격한 법리적 잣대를 적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해당 사건은 2024년 7월 라오스의 한 호텔에서 발생한 C씨의 추락사로부터 시작되었다. 피고인 A씨는 삼십년지기 친구인 C씨에게 대포통장 범행을 함께하여 돈을 벌자고 제안하며 해외로 유인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C씨는 A씨가 제공한 라오스행 항공권을 받아 들고 출국했으나 현지에서 기다리고 있던 것은 약속된 수익이 아닌 조직적인 감금과 폭행이었다. 범죄 조직은 입국 직후 피해자의 신원을 확보한 뒤 외부와의 연락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식을 취했다.

라오스에 도착한 C씨는 호텔 객실에 구금된 상태에서 다른 조직원들로부터 여권을 빼앗기고 지속적인 가혹행위에 시달렸다. B씨를 포함한 조직원들은 C씨를 감시하며 추가적인 금전을 요구하는 등 심리적, 물리적 압박을 가했다. 극심한 공포를 느낀 C씨는 감시가 소홀해진 틈을 타 호텔 건물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추락하여 끝내 사망에 이르렀다. 피해자는 타지에서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는 고립무원의 상태에서 비극적인 최후를 맞이했다.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A씨가 거짓말로 지인을 해외 범죄 현장으로 유인했으며 B씨가 직접적인 감금과 폭행을 통해 피해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A씨에게 징역 8년, B씨에게 징역 10년이라는 중형을 각각 구형하며 법정 최고 수준의 처벌을 요구했다. 검찰 측은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사망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으며 범죄의 질이 극히 불량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검찰의 시각과 궤를 달리하며 법리적 인과관계에 집중했다.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은 사망에 대한 예견 가능성이 없었다는 논리를 펼치며 혐의를 완강히 부인했다. A씨는 피해자가 대포통장 관련 범행 내용을 사전에 인지한 상태에서 자발적으로 출국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B씨 또한 단순 감금 행위에는 관여했으나 직접적인 폭행이나 협박에 가담하지 않았으며 피해자가 추락할 것이라는 사실을 예상할 수 없었다고 소명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피고인 측의 변론을 검토한 끝에 치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보았다.

김현순 부장판사는 판결문을 통해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에 대한 법적 판단 근거를 명확히 제시했다. 김 부장판사는 "피해자 사망이라는 결과를 피고인들 책임으로만 돌리기 어렵다"고 밝히며 판결의 취지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의 접근 매체 양도 행위와 B씨의 감금죄만을 유죄로 판단하고 사망과 관련된 특수중감금치사 부분은 무죄로 결론지었다. " "라는 전문가의 코멘트가 직접적으로 인용되지는 않았으나 재판부의 판결 요지는 법적 인과관계의 엄격성을 강조하는 데 방점이 찍혔다.

일각에서는 해외 범죄 조직에 의한 인명 피해에 대해 법원이 지나치게 관대한 판결을 내렸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피해자가 극심한 공포 속에서 탈출을 시도하다 사망했음에도 불구하고 직접적인 치사 혐의가 부정된 점은 일반적인 국민 법감정과 괴리가 있다는 지적이다. 범죄 수익을 목적으로 지인을 사지로 몰아넣은 행위에 대해 보다 강력한 사회적 경고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특히 해외 거점 범죄의 경우 증거 확보가 어렵다는 점이 피고인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이번 판결은 향후 해외 거점 범죄 조직과 관련된 재판에서 인과관계 증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다시금 확인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검찰은 판결문을 면밀히 검토한 뒤 항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며 상급심에서 사망과의 예견 가능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 지역을 중심으로 확산되는 불법 도박 및 대포통장 조직의 범죄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어 수사 당국의 대응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해외 실종 및 범죄 피해 방지를 위한 국제 공조 체계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해외 취업이나 고수익 보장을 미끼로 한 범죄 유혹에 대한 시민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는 시점이다. 전문가들은 지인의 제안이라 할지라도 불투명한 해외 출국 권유에 대해서는 반드시 수사 기관이나 관련 부처를 통해 확인 절차를 거쳐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번 발을 들이면 탈출이 어려운 해외 범죄 조직의 특성상 사전 예방만이 최선의책이라는 평가다. 법치주의 원칙에 따른 법원의 판단과는 별개로 범죄 조직에 대한 사회적 감시망 확충이 절실하다는 제언이 잇따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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