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통일부 장관이 정부의 '평화적 두 국가론'이 북한의 '적대적 두 국가론'과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하며 대북 정책의 새로운 프레임을 제시했다. 남북을 각각의 주권 국가로 인정하되 상호 관계를 '외국'이 아닌 특수 관계로 규정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헌법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변화된 국제 정세를 반영해 북핵 위기를 관리하려는 이재명 정부의 현실주의적 접근으로 풀이된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은 20일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올해 통일백서에 반영된 평화적 두 국가론의 당위성을 강조했다. 정 장관은 남북 관계가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는 기존의 특수성을 유지하면서도 주권 국가로서의 실체를 인정하는 정돈된 논리라고 설명했다. 이는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적 두 국가론이 남북을 완전한 외국으로 간주하여 민족적 유대감을 단절하려는 것과는 궤를 달리한다는 취지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강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정 장관은 남북이 각각 2개의 주권 국가이나 외국은 아니라고 하는 것이 정부의 확고한 입장임을 재확인했다.
정부가 제시한 평화적 두 국가론은 노태우 정부 이후 35년간 유지되어 온 남북 관계의 이중적 지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정 장관은 "각각의 주권 국가는 맞는데, 남과 북의 관계는 국가 간의 관계가 아니라는 관계성을 정돈한 것"이라며 "이중 지위, 이중적 입장을 노태우 정부 이래 일관되게 유지해왔고 이는 정확히 헌법과도 부합한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법적, 정치적 지위 설정은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국제 사회에서 북한의 실체를 인정해야 하는 현실적 고민을 담고 있다. 북한의 두 국가론이 영구적 분리와 적대적 대립을 획책하는 반면, 정부의 구상은 평화 공존을 전제로 한 통일의 중간 단계적 성격을 띤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북 정책의 핵심인 비핵화 원칙 역시 기존의 수사적 목표에서 실질적인 위기 관리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정 장관은 원칙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원칙은 유지되고 있으나 국제 정세의 구조가 근본적으로 바뀌었다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철저한 비핵화(CVID)라는 용어가 현재의 핵 개발 상황과 국제 역학 관계 속에서 더 이상 현실적이지 않다는 점을 명시했다. 이에 따라 이재명 정부는 당장의 비핵화 구호에 매몰되기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북핵 고도화를 우선 중단시키는 것을 정책의 최우선 순위로 설정했다.
이러한 정책적 전환은 한반도 주변국인 미국과 중국으로부터도 원칙적인 동의를 얻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 장관은 미국이나 중국도 이재명 정부의 이러한 단계적이고 실용적인 접근법에 대해 긍정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명분 중심의 외교에서 벗어나 국익과 안보 현실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실용주의적 대외 정책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특히 북한의 핵 위협이 고도화된 시점에서 무리한 압박보다는 상황 관리와 긴장 완화를 통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외교부 역시 통일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평화적 두 국가론의 이론적 토대를 마련하는 데 동참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이날 회의에서 해당 방안이 정부 전체의 통일된 입장임을 시사하며 정책의 정합성을 옹호했다. 조 장관은 헌법과 일치하면서도 현재의 안보 상황에 비추어 가장 적합한 표현을 찾는 과정에서 도출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이러한 새로운 담론이 국제 무대에서 한국의 외교적 자율성을 높이고 북한 문제에 대한 주도권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위헌 소지와 통일 포기 비판에 대해 정부는 강력하게 반박하며 정면 돌파 의지를 보였다. 정 장관은 평화적 두 국가론에 색깔론을 씌우는 행태를 시대착오적이고 소모적인 논쟁으로 규정하며 비판의 날을 세웠다. 정책의 본질이 한반도의 평화 유지와 현실적 통일 방안 모색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삼는 것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정부는 이번 통일백서 발간을 계기로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정책의 투명성을 높여 불필요한 이념 논쟁을 종식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보수 진영과 일부 법학자들은 주권 국가로의 명시적 인정이 헌법 제3조의 영토 조항과 충돌할 수 있다는 우려를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남북 관계를 국가 대 국가로 정의할 경우 향후 통일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법적 정당성 확보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북한이 적대적 기조를 굽히지 않는 상황에서 정부의 평화적 제안이 자칫 일방적인 양보로 비춰질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한다. 이러한 반론은 정부가 향후 정책을 구체화하고 북한과의 실질적인 대화를 이끌어내는 과정에서 반드시 해소해야 할 과제다.
정부는 평화적 두 국가론을 바탕으로 북한과의 대화 재개 및 긴장 완화를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을 순차적으로 공개할 전망이다. 국제 사회의 지지를 공고히 하고 국내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이재명 정부 대북 정책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법치와 효율성을 중시하는 관점에서도 한반도의 안정적 관리는 국가 신인도 유지와 경제 성장을 위한 필수 선결 과제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는 단호히 대응하되 평화 공존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투트랙 전략을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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