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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총파업 D-1, 반도체 초과이윤 딜레마... "투자·배당·성과급 동시 극대화는 불가능"

이성경 기자
삼성전자 총파업 D-1, 반도체 초과이윤 딜레마...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동조합의 총파업이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반도체 산업의 막대한 이익을 둘러싼 이해관계자 간의 배분 갈등이 기업의 장기적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가 제기됐다. 전문가들은 대만 TSMC 추격을 위한 대규모 투자와 주주환원, 그리고 노동자의 성과급 요구를 동시에 충족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이는 산업 생태계 전반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 노사 간의 성과급 갈등이 총파업이라는 극한 대립으로 치닫는 배경에는 반도체 호황으로 발생한 초과이윤을 둘러싼 근본적인 배분 구조의 모순이 자리 잡고 있다. 반도체 산업의 이익은 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자산이나, 현재는 경영진과 주주, 노동자 등 각 이해관계자의 요구가 충돌하며 합리적인 배분 기준을 상실한 상태다. 이러한 구조적 불균형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노사 문제를 넘어 국가 전략 산업인 반도체 생태계의 기초 체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사무금융우분투재단과 참여연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은 20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긴급좌담회를 열고 반도체 산업의 이윤 구조와 사회적 배분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움직임이 반도체 산업의 막대한 초과이윤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점유할 것인가를 두고 벌어지는 사회적 충돌의 상징적 사건이라고 규정했다. 특히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시점에서 발생한 이번 사태가 기업의 장기 투자 역량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정승일 정치경제학 박사 겸 복지국가소사이어티 정책위원은 발제를 통해 반도체 산업의 초과이윤을 둘러싼 이해관계자를 회사, 주주, 노동자, 협력업체, 국가 등 다섯 그룹으로 분류하며 갈등의 심각성을 진단했다. 정 박사는 삼성전자가 메모리 사업에서 거둔 수익을 파운드리 투자와 타 사업부 지원에 활용하는 특수한 자본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이해관계자가 자신의 몫을 극대화하려 할 경우 기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미래 대응력은 필연적으로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의 특성상 기술 격차 유지를 위해 투입되는 천문학적인 자본과 주주들의 배당 요구, 그리고 노동자들의 성과급 요구는 서로 상충하는 '불가능한 삼각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정승일 박사는 "대만 TSMC 추격을 위한 대규모 투자 확대와 높은 주주환원율,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 요구를 모두 극대화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초과이윤이 단기적인 배당 확대와 성과급 경쟁에만 집중될 경우, 결국 장기적인 투자 여력이 고갈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존립이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논란의 중심에 선 삼성전자의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방식인 경제적 부가가치(EVA) 지표에 대한 개선 필요성도 제기됐다. EVA 방식은 자본 비용 산정 과정에서 추정 오차가 발생할 가능성이 커 노동자들의 불신을 자초하는 측면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영업이익 연동 정률제에 각 사업부별 기술적 목표 달성도를 결합한 복합 지표를 도입하여 성과급 산정의 투명성과 합리성을 동시에 확보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산업 생태계의 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초과이윤의 일부를 협력업체의 기술 개발과 하청 노동자의 처우 개선에 활용하는 기금 조성이 필수적이다. 반도체 산업은 수많은 협력사와 하청 구조로 이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익의 배분은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집중되는 경향이 강하다. 이러한 격차는 청년 연구 인력 양성과 산업 전반의 경쟁력 강화에 걸림돌이 되며, 장기적으로는 반도체 강국으로서의 위상을 위협하는 내부적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대기업 정규직 중심의 성과급 투쟁이 자산 시장 확대와 맞물려 사회적 욕망의 분출구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렵다. 조건준 아무나유니온 대표는 이번 갈등을 반도체 호황 속에서 초과이윤을 선점하려는 사회적 욕망이 충돌하고 증폭되는 현상으로 해석했다. 이는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및 하청 노동자 간의 임금 격차를 더욱 벌리는 결과를 초래하며, 노동 시장의 이중 구조를 심화시키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도체 산업이 국가로부터 받는 막대한 세제 혜택과 재정 지원을 고려할 때, 초과이윤의 사회적 환수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김종보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국가적 지원을 바탕으로 창출된 이윤인 만큼 초과이윤에 대한 과세 논의가 정당성을 가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업의 이익이 사적 영역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공적 자산으로서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는 논리에 근거한다.

다만 이러한 논의가 기업의 경영 자율성을 침해하고 시장 경제의 원리를 훼손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과도한 이익 환수나 경직된 배분 구조 강요는 기업의 투자 의욕을 꺾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가격 경쟁력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기계적 배분보다는 시장의 효율성을 유지하면서도 이해관계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도출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다.

결국 삼성전자 총파업 위기는 한국 반도체 산업이 직면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내는 상징적 사건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당장의 노사 합의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이익 배분의 투명성을 높이고 산업 생태계 전반이 상생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합의 모델이 구축되어야 한다. 향후 삼성전자의 대응과 정부의 정책적 조율 능력이 한국 경제의 핵심 축인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결정짓는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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