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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삼성·젠틀몬스터 ‘AI 글라스’ 동맹… 패션 중심 웨어러블 시장 재편 선언

이성경 기자
구글·삼성·젠틀몬스터 ‘AI 글라스’ 동맹… 패션 중심 웨어러블 시장 재편 선언
©연합뉴스

 

구글이 삼성전자 및 젠틀몬스터와 손잡고 인공지능(AI) 모델 제미나이를 탑재한 차세대 스마트 안경을 전격 공개하며 웨어러블 시장 재진입을 선언했다. 이번 제품은 과거 기술 중심적 접근에서 벗어나 디자인과 실용성을 극대화한 오디오 기반 모델로 개발되었으며 올가을 본격적인 시판에 나선다. 구글의 소프트웨어와 삼성의 하드웨어 제조 역량이 결합한 이번 신제품은 스마트 기기의 패션화를 지향점으로 삼고 있다.

구글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마운틴뷰 쇼라인 앰피시어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행사 '구글 I/O'를 통해 삼성전자 및 젠틀몬스터와 공동 개발한 'AI 글라스'의 실체를 드러냈다. 이번 협력은 구글의 인공지능 소프트웨어 역량과 삼성전자의 하드웨어 제조 기술, 그리고 한국 브랜드 젠틀몬스터의 디자인 감각이 결합된 결과물로 평가받는다. 글로벌 IT 시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거대 기업들의 전략적 연대가 웨어러블 디바이스 분야에서 구체화된 셈이다.

공개된 AI 글라스는 구글의 최신 생성형 AI 모델인 제미나이를 안경과 선글라스 형태의 기기에 완벽하게 통합한 것이 특징이다. 사용자는 별도의 화면 조작 없이 안경테에 내장된 마이크와 스피커를 통해 AI와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필요한 정보를 즉각적으로 얻을 수 있다. 이는 복잡한 인터페이스를 지양하고 사용자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설계 철학을 반영한다.

제품군은 한국의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가 디자인한 선글라스 모델과 미국의 워비 파커가 담당한 일반 안경 모델 등 총 두 가지 형태로 구성된다. 구글은 소프트웨어 최적화에 집중했으며 삼성전자는 기기의 내구성과 배터리 효율 등 하드웨어 전반의 완성도를 높이는 역할을 수행했다. 각 분야의 선두 주자들이 모여 기존 스마트 안경이 가졌던 기계적인 이질감을 해소하는 데 주력했다.

초기 출시 모델은 렌즈에 직접 정보를 투사하는 디스플레이 방식 대신 오디오 기능을 기반으로 한 인터페이스를 채택했다. 안경테에 장착된 소형 스피커는 사용자에게만 들리는 지향성 음향을 제공하여 공공장소에서도 정보 유출의 우려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이러한 오디오 중심의 설계는 기기의 무게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장시간 착용감을 높이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한다.

기기에 탑재된 카메라는 단순한 촬영 기능을 넘어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문자를 실시간으로 번역하는 지능형 도구로 활용된다. 사용자가 해외에서 메뉴판이나 표지판을 바라보면 AI가 이를 즉시 판독하여 사용자의 언어로 번역해 음성으로 전달하는 방식이다. 음성 명령을 통한 검색 기능 역시 한층 고도화되어 일상적인 대화 수준의 요청도 정확하게 수행한다.

구글의 이번 행보는 약 15년 전 시장에서 고배를 마셨던 '구글 글라스'의 실패를 거울삼아 철저히 시장 친화적인 전략으로 선회했음을 보여준다. 과거 구글 글라스는 투박한 디자인과 사생활 침해 논란으로 인해 상업적 안착에 실패하며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수모를 겪은 바 있다. 신형 AI 글라스는 일반 안경과 구분이 어려운 세련된 디자인을 채택하여 대중적 수용성을 높이는 데 사활을 걸었다.

구글의 안드로이드 기기 생태계를 총괄하는 사미르 사맛 사장은 이번 협업의 핵심 가치가 기술보다 패션에 있음을 명확히 했다. 사맛 사장은 "가장 중요하게 배운 것은 패션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기술이라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젠틀몬스터와의 파트너십이 특별한 이유이며 삼성의 경험과 혁신, 통찰력이 제품의 완성도를 결정지었다"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서는 디스플레이가 제외된 오디오 전용 모델이 증강현실(AR) 기기로서의 확장성에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시각적 정보 전달이 배제된 상태에서 음성만으로 복잡한 데이터를 처리하기에는 사용자의 인지적 부담이 클 수 있다는 우려다. 또한 카메라 탑재에 따른 잠재적인 개인정보 보호 논란은 여전히 구글이 해결해야 할 숙제로 남아 있다.

시각 보조 기능이 배제된 오디오 중심의 AI 글라스는 오는 가을 북미 시장을 시작으로 전 세계에 순차적으로 출시될 예정이다. 구글은 초기 모델의 시장 반응을 살핀 뒤 렌즈에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고사양 모델을 후속으로 선보인다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삼성전자와 구글의 협력이 스마트폰을 넘어 웨어러블 분야에서도 애플 등 경쟁사와의 격차를 벌리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이번 신제품 공개는 단순한 기기 출시를 넘어 AI가 일상 소품에 어떻게 스며들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구글은 제미나이 생태계를 안경이라는 익숙한 매개체로 확장함으로써 사용자 점유율을 높이려는 복안을 가지고 있다. 삼성전자 역시 하드웨어 파트너로서의 입지를 공고히 하며 차세대 폼팩터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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