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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조 육박하던 카드론 잔액 넉 달 만에 ‘멈춤’… 금융당국 압박에 0.026% 소폭 하락

윤근일 기자
43조 육박하던 카드론 잔액 넉 달 만에 ‘멈춤’… 금융당국 압박에 0.026% 소폭 하락
©연합뉴스

 

국내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올해 1분기 내내 이어지던 가파른 상승세를 멈추고 넉 달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달 말 기준 9개 주요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42조 9,830억 원으로 집계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던 전월 대비 약 112억 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강화 주문과 연초 공격적인 영업 기조가 일단락된 계절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국내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이 지난달을 기점으로 소폭 감소하며 가파르게 치솟던 가계부채 증가세에 제동이 걸렸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롯데·BC·삼성·신한·우리·하나·현대·KB국민·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의 4월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 9,830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역대 최다 기록을 경신했던 지난 3월의 42조 9,942억 원과 비교했을 때 112억 원, 비율로는 0.026% 감소한 수치다. 비록 감소 폭은 미미한 수준이나 올해 들어 단 한 차례의 꺾임 없이 이어지던 우상향 곡선이 하향세로 전환되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1분기 동안 카드론 잔액은 매달 수천억 원 단위로 불어나며 서민 경제의 급전 창구로서 비대해진 몸집을 과시해 왔다. 지난 1월 말 42조 5,850억 원이었던 잔액은 2월 말 42조 9,022억 원으로 늘어난 데 이어 3월 말에는 42조 9,942억 원까지 치솟으며 43조 원 돌파를 목전에 둔 바 있다. 석 달 연속 지속된 이러한 증가세는 연초 실적 달성을 위한 카드사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과 시중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중저신용자들의 자금 수요가 카드론으로 몰린 결과였다.

카드업계는 이번 감소세의 주된 원인으로 금융당국의 강력한 가계대출 억제 정책과 연초 영업 효과의 소멸을 꼽고 있다. 통상적으로 카드사들은 연간 영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1분기에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대출 규모를 키우는 경향이 있으나 4월에 접어들며 이러한 계절적 특수성이 희석되었다. 업계 관계자는 "연초에는 카드사들이 연간 목표치를 정해놓고 영업을 활발히 하다 보니 잔액이 증가하는 추세였고 4월 들어선 그 영향이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며 "금융당국에서도 카드론 증가율을 더 낮추라고 얘기한 부분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질적 관리를 위해 올해 카드론을 포함한 가계대출 증가율을 전년 대비 1.0%에서 1.5% 수준 내외로 관리할 것을 업계에 강력히 주문하고 있다. 이는 카드사들이 무분별하게 대출 자산을 확대하는 것을 억제하고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도록 유도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당국의 이러한 가이드라인은 카드사들의 대출 심사 문턱을 높이는 직접적인 요인이 되었으며 결과적으로 4월 한 달간 전체적인 카드론 규모가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하지만 전체 카드론 잔액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대출을 갚지 못해 다시 대출을 받는 대환대출 잔액은 오히려 늘어나 부채의 질적 악화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지난달 카드론 대환대출 잔액은 1조 5,983억 원으로 전월의 1조 4,947억 원보다 1,036억 원가량 증가하며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렸다. 이는 기존 카드론 원리금을 상환하기 어려운 차주들이 다시 대출을 받아 돌려막기를 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음을 시사하며 향후 카드사 건전성에 잠재적 위험 요소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 역시 전월 6조 6,725억 원에서 6조 7,065억 원으로 소폭 증가하며 서민들의 결제 대금 부담이 여전함을 보여주었다. 리볼빙은 카드 대금의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다음 달로 이월하는 서비스로 고금리 부담이 크지만 당장의 결제 불이행을 막기 위해 이용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급전 창구의 또 다른 축인 현금서비스 잔액은 전월 6조 2,880억 원에서 6조 1,965억 원으로 줄어들며 카드론과 유사한 감소 흐름을 나타냈다.

일각에서는 이번 카드론 잔액 감소가 시장의 실질적인 수요 감소라기보다 공급 측면의 인위적인 조정에 가깝다는 비판적 시각을 제기한다. 금융당국의 압박에 의한 일시적인 위축일 뿐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서민들의 자금 수요는 여전히 잠재되어 있다는 분석이다. 대환대출과 리볼빙 잔액이 줄지 않고 오히려 늘어난 점은 다중채무자들의 상환 능력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음을 방증하는 지표로 볼 수 있다.

향후 카드업계는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기조에 발맞추어 자산 성장의 속도를 조절하는 한편 리스크 관리에 사활을 걸 것으로 전망된다. 금리 인하 시점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연체율 관리가 카드사 경영의 핵심 과제로 부상함에 따라 대출 심사는 더욱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다. 소비자들은 카드론이나 리볼빙 등 고금리 대출 이용 시 상환 계획을 철저히 점검해야 하며 금융당국은 가계부채의 양적 규제뿐만 아니라 대환대출 증가와 같은 질적 악화 신호에 대해서도 면밀한 모니터링을 지속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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