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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5년 만에 찾은 주민등록번호... 노르웨이 입양동포 유인희 씨의 멈추지 않는 뿌리 찾기

이겨례 기자
45년 만에 찾은 주민등록번호... 노르웨이 입양동포 유인희 씨의 멈추지 않는 뿌리 찾기
©연합뉴스

 

1981년 서울역에서 발견된 지 45년 만에 노르웨이 입양동포 유인희 씨가 대한민국 국적을 회복하고 친생가족을 찾기 위한 본격적인 행보에 나섰다. 유 씨는 최근 확보한 주민등록번호와 여권 기록을 바탕으로 행정기관을 통한 정밀 추적을 시작하며 모국에서의 정착 의지를 드러냈다. 이번 방문은 단순한 관광을 넘어 잃어버린 정체성을 재확립하고 가족과의 상봉 가능성을 타진하는 중대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거주하는 입양동포 유인희 씨는 2026 세계한인입양동포대회 참석을 위해 방한하여 친생가족을 찾기 위한 새로운 실마리를 확보했다. 유 씨는 이번 방문 과정에서 자신의 주민등록번호 등 추가 행정 기록을 확인하며 과거 해외입양연대를 통해서도 밝혀내지 못했던 가족 찾기의 희망을 다시 품게 되었다. 그는 이미 대한민국 국적을 신청하여 여권을 발급받은 상태로 자신의 정체성이 한국과 노르웨이 양국에 걸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유 씨의 기록에 따르면 그는 1981년 생후 3개월 무렵 서울역 인근에서 발견되어 홀트아동복지회를 통해 노르웨이로 입양되었다. 발견 당시 동봉된 메모에는 유인희라는 이름과 생년월일이 명확히 기재되어 있었으나 부모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남아 있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 과거 기록에 남은 단서를 따라 서울 용산구 보광동 일대를 직접 답사하며 가족의 흔적을 추적해왔다.

노르웨이로 건너간 유 씨는 현지 교사 부부 밑에서 엄격하면서도 따뜻한 양육 과정을 거치며 성장했다. 당시 노르웨이에는 루터교 전통과 사회경제적 배경의 영향으로 한국인 입양인이 약 6,500명에 달할 정도로 적지 않은 규모를 형성하고 있었다. 유 씨는 어린 시절 작은 마을에서 현지인으로 자라며 한국 출신이라는 자각이 크지 않았으나 성인이 된 이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그는 2022년 남편과 함께 처음으로 한국 땅을 밟은 이후 2024년 큰딸과의 방문을 거쳐 올해 세 번째로 모국을 찾았다. 유 씨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주변 사람들과 닮은 자신의 외모를 보며 이질감과 동시에 묘한 편안함을 느꼈다고 회고했다. 그는 한국이 더 이상 잃어버린 과거의 나라가 아니라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실질적인 일부가 되었다고 강조했다.

가족 찾기의 과정은 순탄치 않았으나 유 씨는 행정 시스템의 도움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는 과거 해외입양연대 등 민간 차원의 노력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자 이제는 주민센터 등을 통해 공식적인 기록을 직접 확인하는 방식을 택했다. 이름과 생년월일에 이어 주민등록번호라는 명확한 식별 정보가 확보됨에 따라 친생가족 추적의 정확도가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 씨는 현재 노르웨이 공공 부동산 기업 오보스(OBOS)에 재직 중인 남편과 두 딸을 둔 어머니로서 안정적인 가정을 꾸리고 있다. 그는 아이들이 성장한 이후 한국에 홀로 머물며 모국의 일상을 깊이 있게 경험하고 싶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밝혔다. 이는 단순한 방문객의 시선을 넘어 한국 사회의 일원으로 살아가며 자신의 뿌리를 온전히 이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재외동포청이 주관하는 차세대 동포 초청 연수 프로그램에 대한 관심도 유 씨의 이러한 의중을 뒷받침한다. 그는 13세와 16세인 두 딸이 모국을 방문해 한국 문화와 정체성을 배울 수 있도록 노르웨이 현지 대사관과 한인회를 통해 신청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자녀들에게 한국인의 뿌리를 알려주는 것이 부모로서의 중요한 책무 중 하나라고 그는 판단하고 있다.

유 씨는 인터뷰를 통해 "부모님이 살아계실 때 꼭 한번 만나보고 싶으며 한국 문화와 뿌리를 아는 것이 내 삶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의 정체성을 한국인이자 동시에 노르웨이인으로 규정하며 모국과의 연결 고리를 강화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입양 동포들의 국적 회복과 뿌리 찾기 활동이 재외동포 사회의 외연을 넓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고 평가한다.

다만 입양 당시의 기록이 부실하거나 40여 년의 세월이 흐르며 서울의 도시 지형이 완전히 바뀐 점은 가족 찾기의 물리적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 보광동 일대의 대대적인 재개발과 새 건물의 신축은 과거의 흔적을 지워버려 현장 답사를 통한 단서 확보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또한 민간 단체의 기록 관리 한계로 인해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데이터 통합 관리와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정부는 재외동포청을 중심으로 입양 동포들의 뿌리 찾기를 지원하기 위한 다양한 행정적 수단을 강구하고 있다. 유 씨와 같이 주민등록번호를 확인한 사례의 경우 유전자 검사와 행정망 조회를 결합하여 상봉 가능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체계가 마련되어야 한다. 향후 유 씨의 사례는 기록의 힘과 개인의 의지가 결합하여 실종된 가족사를 복원하는 상징적인 모델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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