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등법원이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 우두머리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 측의 재판부 기피 신청을 기각하며 사법 절차의 정당성을 재확인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측이 주장한 유죄 예단 가능성을 일축하고, 해당 신청이 재판을 지연시키려는 의도가 명백하다고 판단하여 신속한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번 결정으로 중단되었던 항소심 재판의 재개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으나 피고인 측의 재항고 여부가 향후 일정의 변수로 남았다.
서울고법 내란전담재판부인 형사1부는 윤 전 대통령 변호인단이 형사12-1부에 대해 제기한 법관 기피 신청을 20일 최종 기각 처리했다. 재판부는 형사소송법상 법관이 불공정한 재판을 할 우려가 있다는 피고인 측의 주장이 객관적 근거를 결여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번 기각 결정은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받는 전직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등 핵심 피고인들의 재판 절차를 정상화하려는 법원의 단호한 의지로 해석된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지난 13일 항소심 재판부가 한덕수 전 국무총리 사건을 심리했다는 점을 들어 기피 신청을 제출한 바 있다. 변호인단은 해당 재판부가 한 전 총리의 비상계엄 관련 행위를 내란으로 판단해 이미 유죄의 예단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한 전 총리의 사건과 윤 전 대통령의 사건은 법리적으로 엄연히 별개의 형사사건임을 명확히 규정하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형사1부는 판결문에서 두 사건의 피고인과 구체적인 혐의 내용이 상이하므로 법관이 불공평한 재판을 할 염려가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형사12부는 한 전 총리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하며 공소사실 대부분을 유죄로 인정한 전례가 있다. 법원은 특정 사건의 판결 결과가 다른 관련 사건의 공정성을 원천적으로 훼손한다는 논리는 법치주의와 재판 독립의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국군정보사령관 등 공동 피고인들이 제기한 기피 신청 역시 같은 취지에서 모두 기각되었다. 김 전 장관 측은 내란전담재판부법에 대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신청이 기각된 것을 두고 재판부 구성의 모순을 주장하며 기피를 신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위헌 여부를 심리하고 판단하는 것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정당한 사법 절차이며 기피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특히 재판부는 김 전 장관이 반복적으로 제출한 기피 신청에 대해 '간이 기각' 결정을 내리며 사법 자원의 낭비를 경계했다. 간이 기각은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한 기피 신청임이 명백할 경우 재판부가 직접 신속하게 기각하는 결정을 의미한다. 재판부는 "기피 신청의 내용과 경위를 종합적으로 비춰봤을 때 재판을 의도적으로 늦추려는 목적이 다분하다"고 기각 사유를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법조계 내부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사법부의 권위와 재판의 효율성을 지키기 위한 당연한 귀결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 전문가는 "법관의 양심과 법률에 따른 독립적 판단을 기피 신청이라는 절차적 수단으로 흔들려 해서는 안 된다"며 "사법부의 이번 결정은 형사소송법의 대원칙인 신속하고 공정한 재판을 실현하기 위한 단호한 태도를 반영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피고인 측 변호인단은 이번 기각 결정이 피고인의 방어권을 지나치게 제약하는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복잡한 정치적 사안이 얽힌 내란 재판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보다 신중하고 엄격한 재판부 구성이 필요했다는 비판적 시각도 여전히 존재한다. 이러한 반론은 재판의 기계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법적 쟁점으로 남았으며 향후 재항고 과정에서 다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법관 기피 신청은 기각되었으나 윤 전 대통령 등의 재판이 즉각 정상화될지는 여전히 미지수이며 법적 절차에 따른 지연 가능성이 상존한다. 피고인들이 이번 결정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재항고할 경우 관련 법에 따라 재판 정지 기간은 더욱 연장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반면 기피 신청을 하지 않아 변론이 분리된 조지호 전 경찰청장 등 나머지 피고인들에 대한 2차 공판은 예정대로 오는 21일 진행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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