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경일보

삼성전자 노사, 총파업 직전 극적 잠정 합의…성과급 제도화로 반년 갈등 일단락

이성경 기자
삼성전자 노사, 총파업 직전 극적 잠정 합의…성과급 제도화로 반년 갈등 일단락
©연합뉴스

 

삼성전자 노사가 성과급 재원 규모와 배분 방식을 둘러싼 5개월간의 평행선 끝에 총파업 예고를 하루 앞두고 정부 중재로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자로 나선 이번 합의는 초기업노조 중심의 공동투쟁본부가 확보한 93.1%의 쟁의권 행사를 유예하며 경영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결단으로 평가받는다.

삼성전자 노사는 2026년 임금협상을 위한 잠정 합의안에 최종 서명하며 파업 위기를 극적으로 넘겼다. 이번 합의는 고용노동부 장관의 직접 중재 하에 자율 협상을 재개한 결과로, 노사는 성과급 재원 규모의 제도화와 적자 사업부에 대한 배분 방식 등 핵심 쟁점에서 극적인 타협점을 찾았다. 노조는 오는 22일 오후 2시부터 27일 오전 10시까지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협상을 공식 타결할 예정이다.

성과급 상한 폐지와 제도화 문제는 이번 교섭 과정에서 노사 양측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지점이다. 노조는 성과급 산정 방식의 투명한 공개와 제도적 보장을 요구하며 지난 3월 27일 교섭 중단을 선언하는 등 강경한 태도를 유지했다. 사측은 이에 대응하여 사내 공지를 통해 경쟁사 이상의 보상안과 특별 포상 계획을 공개하며 시장 질서에 부합하는 보상 체계를 강조해 왔다.

협상의 연대기는 지난 2025년 12월 11일 첫 상견례를 시작으로 수차례의 결렬과 재개를 반복하는 가시밭길의 연속이었다. 올해 2월 초기업노조가 교섭 중단을 선언한 이후 전삼노와 동행노조가 가세한 공동교섭단이 구성되었으나, 중앙노동위원회의 조정 중지 결정이 내려지며 갈등은 법적 쟁의 단계로 진입했다. 3월 18일 실시된 쟁의행위 찬반 투표에서 조합원 93.1%가 찬성표를 던지며 삼성전자는 창사 이래 최대의 노사 위기에 직면했다.

초기업노조가 지난 4월 17일 공식적인 과반 노조 출범을 선언하며 협상력을 높인 점은 노사 관계의 새로운 변곡점이 되었다. 과반 노조의 지위를 확보한 노조 측은 평택캠퍼스 등 주요 생산 거점에서 투쟁 결의대회를 개최하며 사측을 강하게 압박했다. 이 과정에서 동행노조가 공동투쟁본부를 탈퇴하는 등 노동계 내부의 분열 양상도 나타났으나, 전체적인 투쟁 동력은 유지되었다.

사측은 법치와 원칙 중심의 대응을 이어가며 노조의 위법적 쟁의 행위에 대해 법적 제동을 거는 전략을 병행했다. 법원은 지난 5월 18일 삼성전자가 제기한 위법 쟁의행위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일부 인용하며 노조의 단체 행동에 일정한 법적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는 노조가 무분별한 파업보다는 협상 테이블에서의 실질적인 성과 도출에 집중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5월 1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노사 화합과 상생의 경영 의지를 대외적으로 천명했다. 최고 경영진의 이 같은 행보는 사장단이 노조 집행부와 직접 회동하는 길을 열었으며, 경직되었던 협상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결정적 촉매제로 작용했다. 경영진은 입장문 발표를 통해 노조를 경영의 파트너로 인정하며 유연한 태도로 협상에 임할 것을 약속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 역시 이번 잠정 합의 도출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고용노동부 경기지방고용노동청의 중재로 시작된 사후조정 절차가 두 차례나 결렬되는 위기 속에서도 정부는 끈질기게 노사 양측의 이견을 조율했다. 결국 고용노동부 장관이 직접 협상장에 등판하여 자율 협상을 독려한 끝에 총파업 직전의 파국을 면할 수 있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합의에 대해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심화되는 엄중한 상황에서 노사가 파업 대신 합의를 택한 것은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한 올바른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성과급이라는 민감한 사안을 제도권 안으로 끌어들여 합의안을 도출한 것은 향후 국내 대기업 노사 관계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이번 잠정 합의안에 대해 노조 내부의 일부 강경파들이 여전히 비판적인 시각을 견지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로 남아 있다. 성과급 배분 방식이 특정 사업부에 유리하게 설정되었다는 불만이 제기되고 있어, 향후 진행될 찬반투표 결과가 협상의 최종 완결 여부를 결정지을 전망이다. 기계적 중립을 지켜야 할 노조 지도부로서는 조합원들을 설득하여 가결을 이끌어내야 하는 마지막 과제를 안게 되었다.

삼성전자는 이번 합의를 바탕으로 노사 간의 신뢰를 회복하고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 정상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5월 22일부터 시작되는 투표가 가결될 경우, 삼성전자는 반년 가까이 이어진 노사 분규의 늪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과 시장 점유율 확대라는 본연의 목표에 집중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노사 상생의 가치가 실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지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저작권자 © 재경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삼성전자#노사#총파업#직전#극적